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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사내하청을 초단기 계약직으로 대체하려는 자본의 꼼수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홍석범
누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고공철탑으로 내몰았는가?
지난 10월 17일 밤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두 노동자가 사측의 불법파견 인정 및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15만 볼트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에 올랐다. 2010년 7월, 2012년 2월에 있었던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조차 무시로 일관하는 금권(金權) 앞에서 더 이상 법에 기대어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로 10년을 맞고 있는 현대차 사내하청 투쟁은 종지부를 찍지 못한 채 2012년 고공의 사지에서 눈물겨운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겉으로 보면 현대차 사측이 아예 두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름 전향적인 안이라고 포장하며 한시하청 노동자의 직접고용 전환, 사내하청 3,000명 정규직 신규채용안을 제시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2012년 대법원 판결과 사회여론을 의식한 듯 보이는 두 방안의 속내는 불 보듯 뻔한 꼼수로 가득 차있다.
불법파견 문제를 마주하는 현대차 자본의 두 가지 꼼수
우선 3,000명 신규채용안을 보자. 지난 8월 중순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사측이 제시한 이 안은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사내하청 노동자 중 3,000명을 현대차의 채용기준에 따라 정규직으로 신규채용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8,000여명의 울산공장 사내하청 중 3,000명만을, 기존 경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신규로, 자신들의 채용기준에 적합한 자만 선별해서 뽑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향후 수 년 내에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어 자연감소 인원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현대차 정년퇴직 인원은 2014년을 시작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2014년 500명, 2017년 1,000명, 2019년 1,900명, 2020년 2,400명이 정년퇴직 예정이다). 게다가 2013년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에 따른 교대제 개편과 설비 증설, 조합원의 고령화는 이미 상당수의 추가 투입 인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것은 3,000명 신규채용 계획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무관하게 사측의 필요에 따라 추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뿐만 아니다. 현대차 기준에 맞게 선별적으로 신규채용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을, 기존의 근속과 경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면서 뽑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사측이 무력으로 원하청 업무공정 재배치를 강행함으로써 진성도급화를 시도할 경우 불법파견의 증거까지 은폐할 수 있으니 손 안 대고 코 풀면서 생색내는 데는 이만한 수가 없다.
한시하청 직접고용 전환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6월 초순 2년 미만 한시하청 노동자 1,564명을 7월 2일까지 전원 계약해지하고 직접 고용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표면적으로야 사내하청 임시일용 노동자를 직접고용 함으로써 처우를 개선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목표는 올해 8월 2일부터 시행된 개정 파견법을 피해가는 것이다(이전 파견법은 불법파견의 경우에도 2년 이상 일한 노동자에게만 직접고용 의무를 부과했지만 개정 파견법은 불법파견 판정 시 근속과 무관하게 원청 사용자에 대해 직접고용 의무를 부과한다. 사측은 개정 파견법의 효과를 내부문건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사내하청이 직접고용 계약직이 된다고 해서 사실상 바뀌는 것은 없다. 기간제법 상 차별처우금지 규정 탓에 임금 및 처우는 지금보다 다소 좋아지겠지만(이 점에서 사측은 자신들이 고용 유연성 대신 임금을 양보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여전히 3개월짜리, 6개월짜리 일자리에 머물기 때문이다. 단지 내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 하청업체 사장에서 원청업체 사장으로 바뀔 뿐이다. 그마저도 그동안 은폐되어 왔던 실질적 노동계약관계의 주체가 형식적으로나마 제 자리를 찾은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의 고용전략 변화, 고용관계 외부화와 계약기간 유연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비정규직은 다양한 형태로 활용돼왔다. 그러나 그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일자리의 질이 사회문제화 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1990년대 말부터 외환위기 조기 극복이란 명목으로 도입된 일련의 신자유주의적 법제도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노동운동 진영의 격렬한 저항에도 아랑곳 않고- 사용자들이 앞 다투어 고용관계 유연화 전략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자본의 고용관계 유연화 전략은 -고용관계 자체를 완전히 단절시키는 정리해고를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고용관계 외부화’ 및 ‘고용계약 기간 유연화’를 두 축으로 전개됐다.
전자의 경우 외주화(outsourcing) 및 분사를 통해 고용 및 생산과정 자체를 기업 밖으로 이탈시키거나 또는 사내하도급과 같이 고용관계는 외부화하되 생산과정은 사업장 내에 유지하는 방식이 활용됐다. 특히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널리 활용돼왔던 혼재편성형 사내하도급 외에 사업내도급 또는 소사장제형 사내하도급이 폭넓게 도입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자본이 직접고용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고 파견법 적용을 회피하는 핵심 기제였다(소사장제 및 사업내도급은 셀(cell) 작업방식이 주류인 전기전자업종에 가장 널리 도입됐다. 다른 업종에서도 공정분할을 통한 사업내도급 구축 사례들이 목격되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동희오토다. 사업내도급 및 소사장제 문제에 대해서는 2012년 4월 노동연구원 뉴스레터 “정책비평: 간접고용 문제, 비정규직 전체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참고).
한편, 고용계약 기간의 유연화는 무기계약직을 직무분할 및 기간제 노동자로 재편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여기에 더해 2007년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는 2년이라는 고용기간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계약기간 1년 미만의 단기 계약직이 양산되기 시작했는데, 사내하도급 노동자가 조직화된 사업장에서는 계약기간이 노동조합 무력화를 위한 여과장치로 활용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존 사내하도급 노동자를 초단기 직접고용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다. 초단기 계약직 자체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앞서 현대차 사례에서 보듯이 올해 8월 2일부터 근속 2년 미만의 불법파견 노동자에 대해서도 직접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개정 파견법이 시행되면서 풍선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즉, 불법파견 가능성이 매우 높은 혼재편성형 사내하도급이 불법파견으로 인정될 것에 대비해 사전에 회피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초단기 계약직 도입의 속내라는 점이다. 이 문제는 아직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자본이 불법파견을 피해가는 주요 무기로 삼을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지점이다.
현대차 자본의 고용관계 재편과 초단기 계약직 양산 시도
지금까지 현대차 자본이 추진해왔던 불법파견 해결 방안 역시 고용관계 외부화와 고용계약 기간 유연화 같은 고용관계 재편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아니, 선도하고 있다- 우선 기존에 혼재편성형 사내하도급을 사업내도급 또는 소사장제형 사내하도급으로 전환하는 것(아래 그림1 중 ①, ②)인데, 골자는 원하청 공정재배치를 통해 불법파견을 진성도급화 하는 것이다. 이미 현대차는 2004-2005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 대한 고용안정 개선계획서를 제출하면서 공정재배치를 통해 적법도급으로 전환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올해 3,000명 정규직 신규채용안을 제시하면서 나머지 사내하청 5,000명분의 업무에 대한 공정재배치를 보다 가시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초단기 기간제 노동자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아래 [그림 1] 중 ③, ④)이다. 이것은 앞서 현대차가 올해 6월 한시하청을 일괄적으로 계약해지하고 직접고용한 것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림 1] 현대차 사내하청 고용관계 재편 흐름
문제는 사측의 입장에서는 직접고용 초단기 계약직이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에 향후 고용관계 외부화보다는 계약기간 유연화를 활용하는 방식이 보다 확대될 것이란 점이다.
현행법은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고용관계 종료를 규율하지 않기 때문에 초단기 계약직은 일차적으로 수량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에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직접고용은 불법파견 문제를 곧바로 우회할 수 있고, 기간제법은 사용사유 제한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느 공정에나 비정규직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방치하고 있다. 즉 파견법의 프레임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늘날 자동화 및 기계화로 인해 생산과정의 상당부분이 저숙련화 된 현실에서 노동자의 조직몰입을 높이기 위한 장치들이 크게 필요치 않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채용 및 관리비용 문제가 줄어든다. 물론 기간제법 상 차별시정제도가 존재하지만 차별신청권자 및 비교대상 업무 등에 있어 노동자의 접근성 및 실효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규율 효과는 크지 않다.
[그림 2] 제조업 부문 고용계약기간별 기간제 노동자 비율
초단기 계약직 활용은 비단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의 기간제 노동자는 2005년 8월 41.1만 명(제조업 임금노동자 대비 11.7%)에서 2007년 35.8만 명(10.4%), 2009년 27.7만 명(8.6%), 2011년 26.6만 명(7.7%)으로 그 수와 비율에 있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업장 규모와 계약기간별로 쪼개어보면 곧바로 심각한 상황을 감지할 수 있다.
위의 [그림 2]에서 보듯이 제조업 부문 기간제 노동자 중 고용계약기간이 1년을 초과하는 노동자는 2005년 23.0%에서 2011년 13.6%로 9.4%p 줄어들었고, 반대로 고용계약기간이 1년 이하인 노동자는 2005년 77.0%에서 2011년 86.4%로 9.4%p 늘어났다. 30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할 경우 다른 모든 규모의 사업장에서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기간이 줄어들었는데, 특히 30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의 1년 초과 노동자 비율은 2005년 37.1%에서 2011년 13.4%로 가장 크게 감소한 것(23.7%p)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입법론의 헛다리짚기, 불법파견만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파견법과 기간제법은 제도설계 및 적용에 있어 불법파견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과 노동자들의 요구([그림 1] 중 ⑤)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 속에서 자본이란 이름의 미꾸라지는 허술한 법제도적 그물망을 피해갈 구멍들을 계속해서 찾아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19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활발하게 전개된 비정규직 입법론은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파견법 개정에 주로 집중했고(19대 국회의 간접고용 입법 논의 현황과 한계에 대해서는 2012년 10월 노동연구원 뉴스레터 “정책비평: 간접고용 규율 입법 논쟁 뜯어보기” 참고), 기간제법이 규율해야할 초단기 계약직 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파견 문제를 간접고용 규율로만 해결하고자 할 경우,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는 초단기 계약직 양산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표 1> 기간제법 개정 입법발의안 비교
현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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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개정법안 (2012.5.30)
(박지원 의원 대표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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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개정법안 (2012.7.3)
(심상정 의원 대표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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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
1.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2.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제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5.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6. 그 밖에 제1호 내지 제5호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② 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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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경우에 한하여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1. 출산․육아, 질병․부상, 휴직 등으로 인한 결원 대체의 경우
2. 계절적 사업의 경우
3.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의 사정으로 자신의 의사에 따라 기간을 정한 경우
5.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6. 그 밖에 제1호 내지 제5호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② 사용자가 제1항 각호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거나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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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대항하는 경우에만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1. 근로자의 출산․육아 또는 질별․부상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결원을 대체하는 경우
2. 계절적 사업의 경우
3.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② 사용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대항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제근로자를 최초 사용한 때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이 고용한 것으로 본다. 다만, 근로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2.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더라도 그 사유가 해소된 후 계속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3.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더라도 1년을 초과하여(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1년을 초과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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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기간제법은 사용자의 기간제 노동자 사용을 규율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하나는 기간제 노동자 사용 그 자체를 제한하는 것(사전적 규율)이고, 다른 하나는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경우 사업장 내 다른 노동자와의 차별을 규율하는 것(사후적 규율)이다. 비정규직 고용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규율의 강도는 전자가 더 세다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현행 기간제법이 사용사유는 제한하지 않은 채 사용기간(계속근로기간 2년)만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마저도 사업 또는 특정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하거나 휴직․파견 등으로 인해 결원이 발생한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기간제 노동자 사용은 거의 무제한적으로 열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대한 각 정당의 기간제법 개정 입법발의안을 살펴보자(<표 1> 참조)(새누리당은 현재까지 사용기간 및 사용사유 제한에 대해서는 별도의 당론으로 입법발의를 하지 않았으며, 지난 5월 차별처우 대상 및 차별신청권자에 대해서만 개정안 입법발의를 한 상태이다).
우선 민주통합당은 간접고용 규율에 대해 두각을 보인만큼 직접고용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비교적 전향적인 문제의식을 보이고 있다. 올해 5월 박지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기간제법 개정안은 개정이유로서 “기간제한 방식으로 비정규직 남용을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개정안으로 2년 초과 사용에 대한 기존 단서 조항(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을 없애고 특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것은 형식적으로 파견법의 포지티브 리스트(positive list) 방식의 사용사유 제한과 유사하다.
그러나 2년이라는 사용기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사용사유를 상당히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개정안 제4조 제1항 5호와 6호의 대통령령이 –현행법을 기준으로 할 경우- 정부 주체의 일자리 사업 및 사회서비스, 각종 공공․민간연구기관, 대학 교원(시간강사, 겸임교원 등), 초단시간 노동자 등 기간제 노동자 사용 범위를 매우 넓게 잡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사용사유를 제한했다기보다는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한편, 올해 7월 초 심상정 의원(현 진보정의당)이 대표발의한 통합진보당의 기간제법 개정안은 출산․육아, 질병․부상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결원을 대체할 경우, 계절적 사업의 경우,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만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기간을 1년으로 한정하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비교할 경우 기간제 사용사유 범위와 사용가능 기간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기간제 사용가능 기간을 예외 없이 최대 1년으로, 기간제 사용사유 역시 대통령령으로 열어뒀던 예외 사유를 없애고 그 범위를 상당히 축소했다.
고용공시제도 및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 시급히 도입돼야
기간제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것은 입직에서부터 사전에 비정규직 양산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효과적이다(경영계가 파견법을 두고 끊임없이 네거티브리스트 도입을 주장하고 매달려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예외 없이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제한하는 것 역시 기간제 노동자를 2년 초과해서 사용하는 변칙적 관행을 없애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이 경우 사용기간의 제한이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주기를 단축시키고 고용불안을 야기한다는 점은 각축적 쟁점이 된다).
하지만 초단기 기간제 활용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각 사업장별 고용형태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왜냐하면 개개의 사업장 단위에서 어떤 고용형태가 주로 활용되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보가 극히 제한돼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내하청, 소사장제, 특수고용, 초단기 기간제 노동자 등 다양한 문제지점에 놓여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 숫자조차 정확하게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고용형태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해내는 사업장별 고용공시제도의 도입은 논의의 출발을 위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용공시제도는 개개의 사용자에게 비정규직 사용에 대해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사용자 스스로의 자기규율적 효과를 갖기도 한다.
아울러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 역시 발 빠르게 도입돼야만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파견 및 사내하청 사용에 대한 규율 강화는 초단기 계약직 활용이라는 풍선효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미 그러한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파견 및 사내하청 사용에 대한 규율이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직, 즉 초단기 계약직 양산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간제 사용 그 자체를 막아낼 수 있는 사용사유 제한 강화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입법권자들에게는 특정한 비정규직 유형에 대한 선별적 규율이 아닌 비정규직 전체에 대한 총체적 규율의 관점으로 사고할 것이 요구된다. 파견, 사내하청, 기간제 등 비정규직 전반을 총체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현안이 되는 특정 유형의 비정규직을 중심으로만 사고할 경우, 일시적으로 현안이 되는 비정규직 문제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속에서 나타나는 풍선효과와 법적 허점들은 새로운 비정규직 문제를 창출해낸다는 점을 우리는 오랫동안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자본의 고용전략 변화는 그 시기 제도적 규율의 그물망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손에 쥐고 있는 허술한 그물망을 얼마나 더 촘촘하게 설계해야 할지를 깊이 논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