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페이퍼] 조선산업 사내하청 확대와 원청의 생산 통제전략
2014-06 노동연구원 이슈페이퍼
조선산업 사내하청 확대와 원청의 생산 통제전략
: 대형조선업체들의 사내하청 관리전략과 포섭전략
박종식(금속노조 노동연구원 객원연구위원)
한국의 조선산업은 1970년대 초반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하여,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일본을 제치고 사실상 조선산업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중국 조선산업의 추격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 조선산업이 이와 같은 세계 최고의 지위에 오르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접근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고용 및 노동의 관점에서 조선산업 성장에서 특징을 지적하자면 생산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기능직에서 사내하청의 광범위한 활용,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조선산업은 ‘사내하청 중심의 생산시스템’이 구축되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면 이처럼 한국의 조선산업에서 정규직 노동자보다 2배 이상의 규모로 불안정한 고용상태인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활용하면서 과연 효과적으로 1) 전체 작업공정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2) 안정적인 인력확보가 가능한가라는 두 가지 질문이 상식적인 차원에서 제기될 수 있다.
첫 번째 질문은 사내하청 노동에 대한 ‘불법파견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청업체에서는 사내하청 업체 및 노동자들에 대해 직접적인 업무지시 및 통제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제기된다. 즉, 민법상 ‘도급’의 형식으로 전개되는 사내하청 활용은 ‘부과한 업무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기에 하도급(하청)업체가 위탁받은 하청물량은 하청업체에서 자체적인 작업계획을 수립하고 정해진 기간에 수주받은 물량을 납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원청에서는 사내하청업체에 대해서 최종납기일 준수를 넘어서는 관리는 형식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두 번째 질문은 해운회사(선주사)로부터 선박수주를 한 이후 최종 선박을 납품할 때까지는 보통 설계기간을 포함하여 1.5~2년이 소요되는 ‘주문생산방식’이라는 조선산업의 생산특징 때문이다. 주문생산방식이라는 점에서 노동력의 탄력적인 활용도 필요하겠지만, 매년 수십척의 선박을 건조하는 대형 조선소에서는 장기적으로 노동력의 안정적인 확보 및 수급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원청의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서 비정규직인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수준이 낮고, 여러 다양한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기업에 대한 몰입도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으며, 고용불안 및 나쁜 노동환경이 중첩되면서 특히 조선산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업체 및 하청업체를 수시로 옮겨다니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사내하청 노동의 잦은 이동과 원청의 안정적인 인력확보 의도는 필연적으로 상충될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조선산업 노동력에서 사내하청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확대되는 가운데 원청의 생산에 대한 통제전략을 사내하청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전략과 안정적인 사내하청 인력확보를 위한 포섭전략으로 구분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앞으로 한국에서 제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사내하청이 확대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조선산업의 이와 같은 사내하청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전략의 사례는 사내하청 노동의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다른 업종 및 산업에서도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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