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종의 노동시장 변화와 구조조정 전망: 산업 내 가치사슬구조와 기업의 경영전략 다양성을 중심으로
작금에 추진되고 있는 정부 주도의 철강업종 구조조정은 몇 가지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첫째, 철강업종의 가치사슬구조에 대한 관점이 결여돼있다는 점이다. 경쟁국가의 구조조정 상황이나 수입규제 확산, 국제무역구조, 전방수요산업의 경기변동 등과 같은 산업 외적 변수들의 중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러한 요소들이 철강업종 전반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상공정의 일관제철소와 전기로업체, 하공정의 전문가공업체 등으로 분류되는 철강업종은 각각의 기업군마다 투여자본, 기술수준, 고용규모, 수익성, 제품다각화 수준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철강업종은 소수의 소재, 중간재 생산 대기업들(일관제철소)이 산업 내 전방연계기업들에 대해 공급독점적 지위를 갖는 낙하형 가치사슬구조를 띠고 있다. 이것은 철강업종이 맞이하고 있는 위기의 종류와 강도가 가치사슬 내에서의 지위에 따라 매우 상이할 수 있음을 뜻하는 한편, 산업재편에 대한 해법 역시 각각의 기업군마다 달리 설정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개개의 철강업체들이 꾀하고 있는 경영․수익전략의 다양성이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같은 일관제철소라고 하더라도 현대제철이 그룹 안팎에 자동차, 건설, 조선부문에 걸쳐 대규모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는 데 반해 포스코는 해외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며, 가치사슬 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전방가공업체라고 하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이어가고 있는 업체들이 존재한다. 같은 철강업종이라고 하더라도, 혹은 철강업종 가치사슬 내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는 기업군이라고 하더라도 작업장 노사관계나 근무형태, 사내하청 활용수준, 내부거래 의존도, 해외시장 개척수준, 제품다각화 및 전문화 수준 등은 개별 기업마다 상이한 형국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철강업종의 산업재편 방안이 일반론적 관점에서 정리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 개별기업들의 경영전략과 그것의 다양한 변주들을 반영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 철강업종의 가치사슬구조 및 주요 철강기업들의 경영․수익전략의 편차들을 살펴봄으로써 저성장 및 산업구조조정 국면을 맞이한 철강업종의 미래를 조망하고자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철강업종의 구조조정이 야기하게 될 산업 차원의 노동시장 변화 및 기업 차원의 고용관계 변화에 중점을 두고자 하는데, 이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철강업종 구조조정의 배경논리가 글로벌 경쟁환경 변화 및 수급불균형이라는 변수에만 한정돼있을 뿐 그러한 산업재편이 노동시장에 어떤 변화를 야기할지에 대해서는 고민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철강업종은 자국 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기간산업으로 기능해왔으며, 산업내적으로는 다소 편차가 있을지언정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고숙련 노동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즉 철강업종의 경우, 산업경쟁력 강화를 도모함에 있어 숙련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며 재생산하는 것이 다른 산업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갖는다는 점이다. 비록 장치산업의 특성상 철강업종의 구조조정 논의가 설비재편 및 사업재편 위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노동시장에 대한 해법이 함께 모색되지 않는다면 향후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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