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페이퍼] 복수노조, 무너진 작업장 내 사회적 관계와 생산성의 딜레마
복수노조, 무너진 작업장 내 사회적 관계와 생산성의 딜레마
-금속노조 복수노조 사업장 조합원 의식 실태조사 결과-
홍석범(sukbum0214@hanmail.net)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유행처럼 번진 복수노조 설립, 단결권의 취지와 제도적 현실의 어긋남
2013년 2월 현재 금속노조 내에 복수노조 사업장은 모두 47개. 그 중 금속노조가 다수를 점하고 있는 10개 사업장과 교섭단위가 분리돼있거나 또는 관행적으로 자율교섭을 해오고 있는 6개 사업장을 제외한 31개 사업장에서는 금속노조가 소수노조로 위치해있다. 노조법상 기업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2011년 7월 1일 이후 설립된 복수노조는 모두 25개 사업장이며, 그 중 금속노조는 7개 사업장에서 다수를, 18개 사업장에서 소수를 점하고 있다.
헌법 제33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보장하는 취지로만 해석한다면 복수노조 설립을 그 자체로서 부정하는 주장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 강제적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속에서 민주노조 탄압을 목적으로,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복수노조 설립 시도들을 보고 있자면, 제도적 현실이 헌법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오히려 유린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복수노조는 현장에서 누가 주도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설립되고 있을까? 복수노조가 설립된 사업장의 조합원들은 어떤 심리상태에 놓여있을까? 법문구나 제도의 취지가 아닌 현실에서의 복수노조 설립은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되며 어떠한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금속노조는 지난 2월 금속노조 산하 7개의 복수노조 사업장, 506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7개 사업장 모두 2011년 7월 1일 이후 복수노조가 설립된 곳이며,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는 소수노조로 바뀌었다. 이번 이슈페이퍼에서는 설문조사 결과 중 일부 내용을 발췌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노조 무력화 수단으로서의 복수노조, 그리고 우리 내부의 취약함
먼저 복수노조 설립을 주도한 집단이 누구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아래의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체 응답자의 45.5%(225명)는 ‘전직 지회간부’를 지목하고 있었으며, 그 다음으로 ‘현장관리자’(33.5%), ‘기존에 노조활동을 하지 않던 조합원’(13.9%)이 복수노조 설립을 주도했다고 응답했다.
<표 1> 복수노조 설립을 주도한 집단
(단위: 명, %)
구분 |
현직 지회간부 |
전직 지회간부 |
현장 관리자 |
노조활동 전혀 없던 조합원 |
동문회, 친목회 간부 |
전체 |
|
전체 |
17 (3.4) |
225 (45.5) |
166 (33.5) |
69 (13.9) |
18 (3.6) |
495 (100.0) |
주목할 점은 각 사업장별로 응답분포가 확연히 나뉜다는 점인데, -표로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3개 사업장의 경우 ‘전직지회 간부’를 꼽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데 반해, 나머지 4개 사업장에서는 ‘현장관리자’를 지목한 비율이 매우 높았다. 특히 현장관리자가 복수노조 설립을 주도했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난 4개 사업장에서는 다른 3개 사업장과는 달리 기존에 노조활동을 전혀 하지 않던 조합원을 지목한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그림 1] 복수노조 설립을 주도한 집단
이러한 결과는 회사의 복수노조 설립 시도가 하나의 일반화된 패턴이 아니라 사업장별로 다양한 유형으로 전개된다는 점을 시사하며, 그 중 대표적으로 전직 지회간부를 포섭·동원하는 방식과 현장관리자를 통해 회사가 직접 개입해 들어가는 방식 두 가지를 꼽아볼 수 있다. 전자가 기존에 조합원에 대한 영향력과 신뢰관계를 가진 전직 지회간부들, 나아가 이들의 영향력이 작동하는 범위 내의 조합원들을 포섭·동원해 새로운 노조를 설립하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현장관리자가 기존노조의 조합원이기는 하나 노조활동에 소극적인 사람들을 포섭해 보다 직접적으로 복수노조 설립에 개입하는 방식이다. 물론 위와 같은 회사의 복수노조 설립 시도는 사업장별 맥락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고 볼 수 있는데, 특히 어떠한 내용으로든 전현직 노조간부 간에 갈등구도가 형성돼있고 지회의 일상적 조직력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전직 지회간부를 매개로 복수노조가 설립될 가능성이 보다 높을 것으로 짐작된다(물론 이들 각각은 하나의 유형일 뿐 실제 현장에서는 여러 방식들이 혼재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표 2> 복수노조 설립 원인
(단위: 명, %)
구분 |
지회 조직력의 취약함 |
회사의 민주노조 파괴기도 |
노노분열과 갈등 |
금속노조이기 때문에 |
기타 |
전체 |
|
전체 |
32 (6.4) |
391 (78.0) |
61 (12.2) |
8 (1.6) |
9 (1.8) |
501 (100.0) |
|
복수노조 주도 |
전직 지회간부 |
20 (7.4) |
201 (74.2) |
40 (14.8) |
3 (1.1) |
7 (2.6) |
271 (100.0) |
현장관리자 |
12 (5.2) |
190 (82.6) |
21 (9.1) |
5 (2.2) |
2 (.9) |
230 (100.0) |
[그림 2] 복수노조 설립 원인
지회 조직력의 문제는 위의 <표 2>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사업장 내에 복수노조가 설립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8.0%(391명)는 ‘회사의 민주노조 파괴 기도’에 의해 복수노조가 설립됐다고 응답함으로써 기본적으로 복수노조가 기존 금속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한 수단으로 설립됐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직 지회간부가 복수노조 설립을 주도한 사업장에서는 ‘지회 조직력의 취약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