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구조조정과 지속가능한 경영
2018년 5월 10일 산업은행과 GM 사이에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면서 2월부터 3개월 간 진행되었던 한국지엠의 구조조정 과정이 군산공장 폐쇄와 3,000여 명의 희망퇴직을 골자로 하는 내용으로 일단락되었다. 그렇지만 한국지엠 내부적으로는 미래 발전 전망 문제와 불법 파견 문제 등으로 여전히 쉽지 않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표면상으로 볼 때 한국지엠 구조조정의 원인은 지난 몇 년간의 판매 부진과 이와 동반된 3조 원 가량의 누적 적자로 보일 수 있겠지만, 보다 깊이 들어가면 모기업 GM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국지엠의 경영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무수한 쟁점들이 불거졌던 이유로는 자동차 기업의 산업적 위치와 많은 일자리 문제와 관련되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국지엠이 초국적기업 GM의 자회사에 속하게 됨으로써 파생되는 문제들을 빼놓을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지엠에서 벌어진 구조조정은 초국적기업의 모기업-자회사의 관계라는 맥락 아래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이후 세계 자동차 산업은 많은 변화들이 있었는데, 이중 중요한 특징은 글로벌 경쟁의 심화와 함께 자동차 기업들의 해외 생산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자동차 기업들이 여러 나라에 생산 공장을 거느리게 됨으로써 발생했던 효과의 하나는 한편으로 자회사간의 경쟁을 통해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 경향이 강화되었을 뿐만 아니라(Streeck, 1992), 다른 한편으로 여러 나라들이 해외 자본 유치 경쟁에 나서면서 하나의 기업에게 정부와 협상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도록 하였다는 점이다(Stopford and Strange, 1991).
GM은 지난 30-40년간 생산 철수 혹은 이동 가능성을 협상 도구로 활용하면서 여러 나라의 노동조합에게 양보를 구하는데 익숙하였다. 1990년대 초반 GM은 신차 배치를 놓고 미국에서 알링턴(Arlington) 공장과 윌로우런(Willow Run) 공장을 공개적으로 경쟁을 시켰고(Katz and Darbishire, 2002), 2000년대 유럽에서는 신차 배치를 놓고 유럽 공장 간 공개 입찰 도입을 시도하기도 하였다(Bartmann, 2005). GM이 양보를 구한 대상은 노조만이 아니라 정부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GM은 자회사가 위치한 여러 나라들에서 생산 공장 유지를 명분으로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호주에서는 2001년부터 2012년 사이 GM의 자회사인 홀덴에 18억 달러의 정부 보조금이 지불되었고(Guardian, 2017), 2009년 GM 파산 당시 캐나다 정부는 회생 기금으로 100억 달러의 출자를 지원하였다(Mike, 2014). 이외에도 GM은 독일, 스웨덴, 브라질 등에서 보조금 요청을 했거나 지원을 받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생산 이동 가능성을 협상의 전술로 자주 활용했던 GM의 구조조정 방식이 한국의 사회적·제도적 맥락에서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그리고 앞으로 한국 정부와 노조들은 GM과 같은 초국적기업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이 글은 2018년 초에 한국지엠에서 전개된 구조조정의 과정과 결과를 살펴보면서 이 문제들을 다룬다. 이를 통해 한국지엠 구조조정의 결과에 대해 평가하고 한국지엠의 지속가능한 전망에 대해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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