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과 정의로운 전환 : ‘친환경 상품’에서 ‘친환경 생산과정’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은 전 세계적, 전 산업적으로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제사회는 탈탄소 사회를 추구하기 위한 국제협약을 체결·추진하고 있고 여러 산업 분야에서도 친환경 산업으로의 재편이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환경 규제·기술이 산업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조선산업 역시 친환경 선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주요 화두이다.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친환경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 중 페인트 분야에서도 친환경 도료가 개발되었다. 휘발성유기화합물질이 없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친환경 제품, 안정적인 도장 기술이라 했다. 하지만 최근 이 친환경 도료를 사용한 조선소 노동자들에게서 집단 피부병이 발생했다. 친환경 선박을 만드는 친환경 기술이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유해한 건조환경에서 만들어지는 친환경 선박, 친환경적이지 않은 친환경 선박, 이러한 모순은 친환경 선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되짚어보게 한다.
이 글에서는 친환경 선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흐름과 함께 선박 건조과정의 유해한 환경 실태를 살펴볼 것이다. 선박은 전 세계 바다를 항해하면서 다양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국제 규제 강화는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 한편, 선박은 건조과정에서도 역시 수많은 오염물질들을 토해낸다. 그리고 이는 노동자와 그 지역사회에 해악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조선산업은 ‘친환경 선박’ 만들기 경쟁에만 매몰되어 있을 뿐, ‘친환경 건조과정’에 대한 문제인식은 뒤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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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선박’과 ‘친환경 건조환경’, 각각의 규제와 현황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친환경 선박을 만들기 위한 규제는 국제적이며 구속력을 지니고 있고 그 강도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선박을 만드는 작업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친환경 선박’이 지구와 지구에 사는 생명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친환경 선박을 만드는 노동자와 지역공동체의 건강 및 생명도 보호되어야 한다. ‘친환경’은 생산한 상품 뿐만 아니라 그 상품을 만드는 생산과정까지 연계 확장되어야 한다. 생산과정에서부터 노동자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친환경 선박'으로의 산업 재편이 '친환경 생산환경'을 포괄하도록 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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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전환기를 노동의 시간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친환경 선박과 스마트화’라는 조선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앞에서 ‘친환경 상품’이 아니라 ‘친환경 생산과정’에 초점을 두는 ‘정의로운 전환’을 주요 의제로 설정해야 한다. ‘숙련절약적/노동절약적’ 기술 적용에 치우친 스마트 야드 구축이 아니라 ‘환경친화적/노동친화적’ 기술을 적용하는 스마트 야드 구축 의제로 맞서야 한다. 매각, 고용유지, 임금인상 등도 노동조합에게 중요한 현안이지만,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에 입각하여 환경친화적인, 노동친화적인 조선산업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기반을 만드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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