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기업 관점에서 본 자동차산업 원하청관계 실태와 특징

오늘날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원하청관계는 전속적, 계층적, 경쟁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원하청 거래관계 내에서 부품기업들이 택해온 전략은 바로 ‘물량 우선주의 전략’이었다. 강력한 단가인하 압력을 야기하는 경쟁체제 및 위계적 거래관계를 우회하는 동시에 기업의 유지와 생존을 위한 적정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납품경쟁 과정에서 마진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저단가’를 책정하는 대신 △자신의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물량’을 고객사로부터 수주하고 이에 대한 방편으로서 △‘비용절감’과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경영관행을 활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물량 우선주의 전략은 그것이 필수조건으로 삼고 있는 ‘산업의 성장 국면’이 약화됨에 따라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2010년대 들어서면서 자동차산업은 장기 저성장 및 침체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2011년 465.7만여 대에 이르렀던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5년(455.6만여 대)까지 소폭 줄어들다가 2017년 411.5만 대, 2019년 395.1만 대로 큰 하락폭을 보였으며 코로나 판데믹 국면이 절정에 달했던 2021년에는 생산량이 346.2만대에 불과할 정도로 급격한 침체기를 맞이한 것이다. 2022년 이후 수출 부문 중심으로 국내 완성차 생산량이 크게 반등하기는 했지만 엔데믹 국면 진입에 따른 글로벌 수요의 강력한 기저효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반등세가 중장기적으로 계속 이어질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오히려 미중 무역분쟁에 기반한 자원 민족주의와 자국 보호주의 심화, 그에 따른 글로벌 차원의 공급사슬 재편과 현지생산 확대,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간의 치열한 각축과 풍부한 자원 및 배터리 양산기술, 거대한 자국 시장수요를 바탕으로 발 빠르게 전기차 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중국의 부상, 각국의 미래차 인프라 구축 및 보조금 지원정책 등 수요진작 요소들의 편차 및 더딘 속도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미래차 전환 국면에는 성장요인보다 위험요인이 더욱 많이 포진해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산업 패러다임 전환과 새로운 시장환경은 종래에 한국 자동차부품산업을 규정했던 ‘물량 정치’, ‘물량 우선주의’와 그것을 추동했던 원하청 거래관계 질서의 재편 및 지속 가능성을 둘러싸고 여러 의문을 갖게 만든다. 기존의 원하청관계는 미래차 전환 국면에서도 동일한 방식과 내용으로 지속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유의미한 전략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해체될 것인가? 그조차도 아니라면 기존 원하청 거래관계 질서의 부정적 성격만을 담지한 채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인가?

작금에 금속노조는 새로운 시장환경과 산업 패러다임 전환 국면을 맞이하는 조건 속에서 물량 우선주의 덫에 빠진 종래 자동차산업의 원하청 거래관계 질서가 어떻게 재편되어야 하는지 그 대안적 방향과 내용을 타진해야 할 과제를 맞이하고 있다. 이를 위한 출발점으로서 이 글에서는 2020년 자동차산업노사정포럼이 504개 부품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품산업 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원하청 거래관계 성격과 실태를 살펴보고 그것이 주는 함의를 논하고자 한다. 2절에서는 전속성, 교섭력, 거래선 다각화 등을 중심으로 자동차산업 원하청관계의 수직적 속성을, 3절에서는 시장경쟁, 전속경쟁 등을 중심으로 수평적 속성을, 4절에서는 이러한 거래관계 속성들이 부품기업의 노사관계, 고용관계, 경영성과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고자 하며, 5절에서는 위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함의와 시사점을 논하고자 한다.

1. 문제제기

2. 한국 자동차산업 원하청관계의 수직적 속성

  1) 원청기업에 대한 전속성과 상대적 교섭력

  2) 하청부품기업에 대한 원청기업의 지원

3. 한국 자동차산업 원하청관계의 수평적 속성

  1) 부품기업들 간의 시장경쟁 및 전속경쟁

  2) 부품기업의 원하청관계 경쟁우위 요인

4. 원하청 거래관계 성격이 부품기업에게 미치는 영향 

5. 결론 및 시사점

*전문은 파일로 첨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