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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운동의 질적 발전, 반성적 평가를 통한 결집과 결단으로

금속노조연구원   |  

금속운동의 질적 발전, 반성적 평가를 통한 결집과 결단으로

 

안재원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금속노조 7기 지도부 선거 돌입

지난 24일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금속노조 7기 지도부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2년마다 진행되는 임원선거이지만 금속노조는 이를 계기로 금속산별운동을 평가하고 후보자들의 주장과 공약 등을 통해 이후 전개 될 금속노조 주요 사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예컨대 6기 지도부 선거 당시에는 박유기후보조는 ‘무기력과 혼란을 끝내고 할 수 있다! 금속노조’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혁신 6대공약을 제출한 바 있다.(조직문화를 확 바꾸겠습니다. 구조조정 시대, 조합원의 고용을 최우선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월급제 쟁취로 삶의 질 개선, 산별운동을 지역에서 뿌리내리겠습니다.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의 고통 개선,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업종별 맞춤사업 강화)

 

이에대해 김창한후보조는 ‘15만 현장의 힘과 지혜를 모아 금속노조를 새롭게 세우자!’라는 기치하에 4대 정책방향과(우리 현실에 맞는 금속산별노조 전망을 만든다. 총단결 투쟁을 강화하는 금속노조를 만든다. 중앙교섭과 산별협약을 쟁취한다. 현장을 중심으로 희망을 갖는 금속노조를 만든다.) 5대 핵심공약(고용 및 노동조건 개선, 교섭과 투쟁, 산별노조 강화, 미조직 비정규 사업, 사회정치적 투쟁 강화)을 제출하였다.

 

각 후보들이 제출한 내용을 볼 때 15만 금속노조가 2006년 통합 대의원대회를 통해 2007년 5기 지도부를 건설하였지만, 2007년부터 2009년 금속노조 5기 활동은 산별노조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평가에 기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하기 때문에 ‘무기력과 혼란’이나 ‘새롭게 세우자’라는 주장이 제출되는 것이다.

 

이번 금속노조 7기 선거에는 단독후보가 되었다. 단독후보가 된 박상철후보조는 ‘총반격 금속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라는 기치로 ‘금속노동자 10대 공동공약과 더불어 현대자동차그룹 노무전략 대응’을 주요 공약으로 제출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금속노조 70%가 현대자동차그룹 소속으로 현대차그룹 노무대응 전략없이 금속노조 승리없다’라는 점이다. 유성 투쟁에서 드러났듯이 부품사까지 노무담당자 파견으로 그룹사 노무전략 관철이라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금속운동 어디에 멈추어 있는가!

금속노조는 조직 내적으로 볼 때 기업지부 편제 미완성, 비정규 단위 1사 1조직화 미실현, 중앙교섭의 축소와 완성사 대각선교섭 진행 등으로 산별운동의 진전이 멈추고 정체되고 있다. 단일 조직으로서 조직형식이 높아지기보다 사업장단위 특히 완성차단위의 원심력이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타임오프 투쟁을 빌미로 자본은 노조무력화를 넘어 금속노조 탈퇴 공작을 준비하고 사업장단위별로 탄압의 공세가 자행되었다.

 

그렇지만 금속노조 차원의 조직적 투쟁이 치열하게 조직되지 못하면서 지역지부의 사업장들이 자본의 공세에 무력화되거나 자본의 금속노조 탈퇴공작이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지역지부의 중심 사업장들이 지난 2년간의 과정에서 자본의 탄압으로 조직력이 훼손되거나, 무력화되기도 하고, 지역별로 장투사업장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연유로 인하여 금속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반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자동차산업의 최대 실적을 기화로 자본은 무쟁의의 댓가로 무상주를 반복적, 경쟁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유인책으로 활용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 조합원간 상호 경쟁 구도를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데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조합원들의 시야와 생각을 기업안에 가두게 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동하며, 동시에 금속노조에 대한 거리감은 더욱 멀어지게 하는 이중의 효과로 발휘되고 있다.

 

또한 현대기아차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원청의 위치를 최대한 활용하여 완성사자본 중심의 노사관계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룹계열사에 머물렀던 노무관리 시스템이 부품사에 대한 노무관리 지배개입으로 확대강화되면서 SCM(supply chain management) 구조가 노무관리 구조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결과가 종합되어 금속노조운동은 산별노조의 발전전망을 향해 전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와 후퇴적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총체적 위기임을 인정하자!

현재 금속산별운동을 포함해 민주노조가 겪고 있는 현재의 국면은 ‘총체적 위기’ 상황임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 이러한 위기적 상황은 자본과 정권의 노동배제적 노사관계 하에서 분출되고 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주체의 대응력 부재, 조직의 이완과 무기력증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현재의 상태는 지난 5년간 금속산별노조로서 기대보다 좌절이 확인되고, 기대했던 산별노조다운 투쟁이 만들어지지 못하면서 조합원에게 금속노조라는 상징과 전망을 심어주지 못한데 기인하는 것이다. 자본에게 패배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기풍이 약화되고, 무너진다면 이후를 기약할 수도 없으며 새로움에 대한 갈구보다 무기력증이 확대되는 법이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은 ‘지도력의 위기’라는 상황을 넘어 버렸다. 지난 산별노조를 건설하는 동안 ‘조직형식과 체계’를 집중하면 산별노조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계획도 난망한 상황이 되어 있다. 현장은 현장대로, 활동가는 활동가대로, 현장조직은 현장조직답게 활동이 안되고 있다. 현장권력을 지키려는 역동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활동가는 조합원을 향도하지 못하고, 조합원의 요구에만 추수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현장조직은 현장조합원에게 차별성 있는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집행권력을 둘러싼 ‘선거조직’이 되어간다는 혹평을 듣고 있다. 요컨대 그렇게 배척해왔던 경제주의와 조합주의적 운동양식이 어느새 현장 곳곳에서 매우 일반화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금속노조의 방침과 기준이 무너지고 있다. 대대의 결의가 현실화되지 못하고 집행이 유실되고 있다. 금속노조의 기준에 미달하는 단위 사업장의 노사간 합의가 조직형식적으로는 불승인되지만 그 합의를 새롭게 강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현장의 역동성이,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성이 이렇게 총체적 위기에 처하고 있다.

 

 

반성적 평가를 기초로 금속운동 질적 변화를 위한 결집의 필요성

산별노조운동은 끊임없는 운동성을 필요로 한다. 예컨대 유럽의 산별노조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지만 중앙집중화 된 관료화로 인해 현장과는 유리된 관료적 조직이라는 평을 받는다.

 

한국의 산별노조는 현장의 역동성을 기초로 자본의 현장통제를 무력화하고 나아가 사회정치적 요구투쟁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온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의 산별운동은 아직 조직형식적 단계를 구축하는데 머물러 있으면서 조직 내외적으로 총체적 위기 현상에 직면해 있다.

 

지금의 국면은 금속운동의 재구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보여진다.

 

그 출발은 지난 사업에 대한 냉정한 반성적 평가를 출발점으로 할 필요가 있다.

제논에 물대기식 평가가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자신들이 지나온 궤적에 대한 돌아보기와 반성을 통해 금속운동의 질적 변화를 위한 모색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왜 우리의 운동이 기업주의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지와 각 의견그룹의 활동을 포함한 활동가들의 실천조차도 오히려 기업주의의를 공고화 하는데 일조한 것은 아닌지 반성적 지점으로 확인해야 한다.

 

왜냐하면 민주노조운동 세력의 총단결과 결집은 필요하지만, 막연히 뭉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답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속운동에서 운동성의 회복과 투쟁성의 회복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점은 금속운동이 실천속에서 반드시 복구되고 확대되어야 한다. 이를위해서는 대공장운동에서 확대되고 있는 공생적/협조적 노사관계를 자주적 노사관계를 바꿔내는데 활동가들과 현장조직이 실천을 경주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 이유는 민주노조운동을 개념화 하는 민주성, 자주성, 연대성, 투쟁성 중에서 가장 많이 상실된 부분이 자주성의 측면이기 때문이다. 자주적이지 못한데 어찌 투쟁과 연대가 힘있게 터져 나올 수 있겠는가!

 

 

금속운동 더 큰 준비를 해 가려면!

금속노조 7기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금융시장 충격이 해소되지 않고 결국 2011년 소버린 쇼크(국가신용등급 강등 충격으로 인한 국가 정부나 공적 기관의 채무 상환 위기)로 터져 나오고 있는 시점에 같이 하게 된다.

 

자본주의는 위기적 국면을 다양한 위기대응책이라는 이름으로 그 위기를 회피하려 하지만, 그 모순은 점점 무정부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다시한번 확인되고 있다.

그리고 그 위기대응책은 구조조정과 노동자에게 ‘위기 전가’라는 형태로 등장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자본의 경제위기 심화에 따른 공세에 맞서기 위한 노동진영의 결집이 조직되어야 하다. 현재처럼 금속운동이 처한 총체적 위기 국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다시 힘을 모아 전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비상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운동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는커녕 금속운동은 더욱 추락할 수 도 있다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

 

총체적 위기에는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자각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 몫은 금속노조 지도부의 온전한 몫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금속운동을 위해 활동하는 활동가들에게도 동시적으로 요구되는 몫이 될 것이다.

 

한국사회의 변화가 역동적이고 노동자운동의 질적 전환기를 요구 받는 시기에 금속운동은 어떻게 복무할 것인가가 화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금속운동이 더 큰 발전을 위한 준비와도 연동된다.

 

금속노조 7기 지도그룹은 더 이상 현장을 핑계대는 것으로 책임방기가 정당화 될 수 없다. 오히려 지도부가 힘차게 앞장 서 나가는 결연한 모습이 현장 곳곳에서 확인되어져야 한다. 그럴 때 자본의 금속노조 무용론을 넘어 산별운동의 더 큰 전망을 실질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