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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대통합, 중단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금속노조연구원   |  

진보대통합, 중단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공계진 노동연구원 원장

 

 

1. 위기에 처한 진보정당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그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3%도 얻지 못한 채 참패했다. 대선의 후유증은 이후 민주노동당의 분열로 연결되었다. 2008년 2월 패권주의와 종북주의를 내걸고 조승수 의원, 심상정, 노회찬 전의원 등과 다수의 당원들이 탈당했고, 이후 그들을 중심으로 진보신당이 만들어졌다.

 

양당의 분열은 양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을 질곡으로 몰아넣었다.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민주노총은 내부가 민주노동당파, 진보신당파로 나뉘어지는 등 분열이 심화되었다. 분열은 민주노총의 힘을 약화시켜 힘있는 대정부, 대자본 투쟁을 어렵게 만들었다. 진보양당도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민주노동당은 2008년 4월에 있었던 총선에서 국회의원 5명을 당선시키는데 그쳤다. 2004년 선거에서 10석을 얻었던 것과 비교할 때 정확히 반쪽이 난 것이다. 진보신당은 더욱 심해서 2.9%의 득표율을 보였다. 물론 한명의 국회의원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즉, 진보정당은 분당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것이다.

 

총선후에도 양당의 고전은 계속되었다. 민주노동당은 2010년 지방선거, 이후의 보궐선거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지지율은 5% 박스권을 결코 벗어나지 못했다. 진보신당 역시 보궐선거에서 조승수 의원을 당선시켜 원내정당이 되긴 했지만 2%대의 박스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4년 총선에서 13%의 지지율과 10석의 의석을 확보하여 승승장구할 것 같던 진보정당이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2. 새로운 모색

 

위기는 분열된 진보정당의 재통합을 추진하게 만들었다.

먼저 추진된 것은 진보정당의 통합이 아니라 소위 야권연대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추진된 야권연대는 많은 성과를 내며 마무리되었다. 민주노동당은 울산의 북구청을 되찾았고, 인천의 남동, 계양에서 구청장을 당선시키는 쾌거를 올렸다. 전국 각지에서 시의원 구의원들은 많이 당선시켰다. 시의원, 구위원의 당선은 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연대(후보단일화)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뿐만 아니라 진보신당도 다수의 당선자를 내었다.

이후 몇 번의 걸친 보궐선거에서도 진보정당은 성과를 내었다. 진보정당의 후보 단일화로 울산 북구에서 진보신당의 조승수 의원이 당선되었고, 야권연대를 통해서 민주노동당은 민주당의 아성인 전남에서 김선동 후보를 당선시키기도 했다.

 

위기의식으로 비롯된 야권연대, 진보진영 후보단일화의 성과는 진보진영 통합 움직으로 연결되었다. 진보진영내에서는 진보대통합을 성사시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런 공감대는 곧바로 진보대통합 추진으로 연결되었고, 몇 번의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으나 5.31합의, 8.28합의를 도출, 모두들 2011년 9월 25일에 통합진보정당이 창당된다는 기쁨을 맛볼 준비에 들떠 있었다.

 

3. 좌절

 

그러나 기쁨도 잠시, 진보대통합에 암운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암운의 실체는 국민참여당의 진보대통합 참여 문제였다.

 

진보대통합 관련, 민주노동당은 8월 당대회에서 5.31합의와 8.28 합의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나 진보신당은 달랐다. 진보신당은 내부에 통합파와 독자파가 존재했는데, 독자파는 국민참여당 문제를 주요하게 거론하며 9.4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안을 부결시켜 버렸다. 통합진보정당 건설에 중대한 장애가 조성된 것이다.

 

민주노동당도 국민참여당 문제로 내부가 갈라졌다. 민주노동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 정확히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할 법적 토대를 갖추기 위해 9월 25일 당대회를 재차 소집하였는데, 결과는 국민참여당과의 합당 추진 반대였다. 왜냐하면 과반수를 넘는 찬성표를 얻기는 했지만 의결정족수인 2/3 득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로서 민주노동당내의 이견은 해소되었으나 이를 추진한 세력과 반대한 세력간의 앙금이 여전히 존재하는 등 진보대통합의 길은 여전히 순탄치 않아 보인다.

 

4. 국민참여당 문제는 왜 발생했는가?

 

국민참여당 참여문제가 진보대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것은 국민참여당이 해온 행위와 그 당의 성격 때문이다.

 

국민참여당의 주류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정신을 추종하는 사람들이다. 그들 중 일부는 노무현 대통령 때 주요직책을 맡았던 사람들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유시민 현 국민참여당 대표로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하였다. 노무현 정부 때 주요직책을 맡았다는 것은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첫 번째이자, 핵심적 주장은 FTA의 추진,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 등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과 진보정당을 함께 해서는 안되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국민참여당은 진보적 자유주의 성격을 갖는 정당이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정치적 자유와 사회적 자유 혹은 정치적 평등과 사회적 평등이 보장될 때 각 개인이 진정한 자유를 평등하게 누릴 수 있다는 사상이다. 전통적 자유민주주의의 긍정적 가치로서 정치적 자유주의를 고수하되, 경제적 측면에서 자유방임주의 경제제체를 지양해 사회조절적 시장경제를 통해 시장에 대한 조절과 통제를 강화하고 민생과 복지를 앞세워 경제적 평등을 실현해 나가자는 사상이다.

 

이들의 이념적 한계는, 자유민주주의는 사적소유의 절대성, 시장에 대한 절대적 믿음, 개인주의에 기초한 민주주의인데, 진보적 자유주의는 이런 자유민주주의의 기본가치를 침해하지 않으려 하는데서 발생한다. 왜냐하면 이런 이념 하에서는 경제적 불평등의 근원을 해소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계급적 한계는 자본가 계급의 사상과 이론에 기반하고 있어서 타협과 개량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발간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 박경순). 이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요한 반대 이유이다. 한마디로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두가지 문제로 인해 국민참여당의 진보정당 참여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고, 진보신당의 민주노동당과의 합당, 민주노동당의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을 부결시키는 사태로 발전했던 것이다.

 

즉, 많은 동지들이 ‘반성하면 되지 않는가, 반성하지 않았는가’라며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에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또 다른 많은 동지들은 ‘국민참여당의 주류 인사들이 과거에 한 일이 너무 중대하고, 또 사상적 뿌리를 갖고 있는 것이라서 단순히 반성했다는 몇마디 말로 해소되지 않는다’며 합당추진에 반대했던 것이다. 이것이 국민참여당 문제가 갖고 있는 복잡성이다.

 

5. 국민참여당 문제와 진보대통합

 

어쨌든 민주노동당 동지들 중 다수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찬성했지만 안건은 부결되었다.

 

이제 왜 통과되지 못했는가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일각의 주장처럼 권영길 의원,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참주선동을 했기 때문에 부결된 것인가? 만약 그렇게 진단한다면 이것은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문제는 복잡한데 단순하게 바라보니 ‘권영길의원과 김영훈 위원장을 비난하는 식’으로 문제를 대단히 잘못 풀고 있는 것이다.

 

국민참여당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국민참여당 주류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반성문을 제출받는 것 이외에 국민참여당의 성격을 바꾸는 로드맵을 설정하고, 국민참여당이 진보적 자유주의를 버리고 적어도 진보적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참여당은 ‘계급적 기반이 노동자, 농민이 아닌 집단’이라고 믿고 있는 노동자, 농민에게 ‘과거를 묻지 마라’가 아니라 ‘그들의 과거는 바뀔 거’라는 믿음을 줄 때 부결을 던진 사람들이 마음을 돌릴 것이다.

 

6. 긴호흡을 하며 다시 시작하자!

 

국민참여당을 적어도 진보적 민주주의 길로 접어들게(성격 변화의 길을 막 떠나게 하는) 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역으로, 참주선동하듯이 국민참여당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조금은 길게 바라보고 국민참여당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길게 보아야 하기 때문에 우선 진보진영이 선통합하여야 한다. 통합을 염원하는 민중들의 바램을 도외시하면 안된다. 그리고 그 통합의 힘으로 내년 총선, 대선에서 진보정당과 진보진영이 일취월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9.25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부결된 것에 화가 난 동지들이 현재 감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9.25 당대회는 5.31합의와 8.28합의를 모두 부결한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만의 독자세력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9.25 대대에서 부결된 것은 국민참여당과의 합당 문제이다. 대의원들이 그것을 반대한 것이지 5.31합의, 8.28합의 정신을 반대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에서 탈당한 통합연대 등 진보진영과의 대통합을은 더 강력하게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보를 하나로 모아내고, 그 힘으로 국민참여당을 견인하여 그들을 진보적 민주주의 길로 들어서게 해야 한다. 그래서 빠른 시일내에 그들을 포함한 명실상부한 진보정당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급하면 더 좁혀진다. 그러면 진보진영끼리의 통합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여유를 갖고 가야 한다.

조급하면 득도 적다. 반대를 무릅쓰고,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결정한들 마음을 모아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마음을 모아내지 못하면 표도 모아내지 못한다. 이것은 국민참여당이 더 잘 알 것이다. 조금 차원이 다르긴 하지만 경기도 도지사 선거, 경남 봉하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국민참여당은 자신들이 내세운 사람을 후보로 만들었지만 그들은 본선에서 졌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들이 굴복시킨 상대당 당원들의 마음을 모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연대도 이러한데 합당은 더한 것이다. 이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제 진보정당은 집권에 점점 접근해 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별볼일 없는 존재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은 아직 약하다. 그래서 안철수, 박원순 등 무계급적 시민운동주의자(진보적 자유주의자보다 우측일 수도 있음)들이 떠올랐을 때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은 그와 연동되어 회자되지도 못했다. 철저히 무시당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 진보정당은 진보통합을 이루어내면서 하루빨리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대중들 속에 자신들을 각인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 과정과 결과가 말해주고 있듯이 시민들은 진보정당을 알아주지 않는다. 고생하고 있으니 도와주자고 하지도 않는다. 환호는 더욱 더 않는다. 이 점을 냉정히 인식하고, 진보가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위기의식을 갖고 진보의 재구성에 나서야 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