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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페이퍼] 금속산별운동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들: 금속운동의 진전을 위하여

금속노조연구원   |  

 

금속산별운동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들
-금속운동의 진전을 위하여-
 
안재원(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다시 돌아온 금속선거
 
지난 2년전 ‘통합과 단결! 총반격’을 슬로건으로 출마했던 금속노조 7기 지도부의 임기가 오는 9월말로 마무리 된다.
 
금속노조는 현재 8기 지도부 임원선거가 진행중이다. 조합 임원선거는 경선이 안되어 단독 후보가 되었고(일반 부위원장 포함), 여성과 비정규할당부위원장은 출마를 하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14개 지역지부 중 9개 지역지부가 같이 선거에 돌입하였고, 4개 지역지부는 출마자가 없어 선거가 자동 연기되었다. 기업지부들은 한국지엠지부의 경우 지부선거가 이미 마무리 되었고, 기아차지부는 추석 이후 선거운동에 돌입하여 10월 8일이 1차 선거다. 현대차지부는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지부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금속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조는 2년마다 이렇게 선거를 치룬다.(노동조합 임기는 3년이 최대인데, 최근 회사에 의해 만들어진 복수노조들의 특징은 임기가 대부분 3년이다.) 이번 선거는 15만 금속노조가 된 이후 4번째 선거이다. 보통 노동조합은 선거과정을 통해 노동조합의 상태나 이후 방향에 대해 공약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7기 지도부는 선거에서 슬로건은 ‘통합과 단결! 총반격’, 통합지도부 10대 공약을 제출하였다.
 
 
8기 선거에서는 슬로건은 ‘자본의 폭주를 멈춰라. 15만 금속노조!’, 혁신, 전진을 위한 금속노조 3대 목표와 5대 과제를 제출하였다.

 
7기는 통합지도부로서 금속노조의 전 조직적 실천이라는 과제가 중심에 있었고, 이를 통해 금속노조의 통합과 단결을 높여내는 것이 중심 목표였다고 볼 수 있다. 8기는 내부의 단결과 더불어 사업의 목표를 비정규, 미조직 사업을 통해 금속노조의 발전 전망을 세우는 것이 중심 목표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2006년 15만 금속노조로 확대 된 이후 금속노조의 일관된 조직적 과제는 이름에 걸맞는 산별노조의 완성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지난 6년의 과정은 여전히 무늬만 산별노조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금속산별운동의 전진을 가로 막고 있는 지점들
 
그렇다면 무엇이 금속산별운동의 전진을 가로 막고 있는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무늬만 산별노조라는 비난을 극복하고, 15만을 넘어, 금속산업의 계급 대표성을 확보하는 방향이 무엇인가에 대해 말이다.

 

첫째는 ‘단결인가, 경쟁인가?’의 문제이다.
 
산별노조는 기업의 울타리를 넘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화두이다. 기업의 벽을 넘어 지역으로 모이고, 나아가 전국적 집중의 힘을 가지는 것이 산별노조의 조직적 목표가 된다. 그런데 한국의 노조운동은 일본의 노조운동처럼 기업별노조 운동에서 출발하였고, 그래서인지 일본의 노동운동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끊임없이 기업별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현재 금속노조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현대차와 기아차는 자본이 동일함에도 자본의 경쟁 프레임에 전면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외부적으로는 단결을 강조하지만, 노동조합 활동을 보면 내부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전면화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것뿐이 아니다. 조합원들에게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다양한 경쟁구조가 기업의 지불능력 문제와 맞물려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구조는 필연적으로 금속노조의 활동과 방향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요컨대 자본이 끊임없이 주문하는 남의 문제에 왜 개입하냐라는 것과 동일시되면서 현장도 나의 문제와 남의 문제를 구분하려 든다는 것이다. 구분을 하면 할수록 산별노조의 조직력은 확대발전하기 어렵다.

둘째는 ‘내부 격차와 내부 갈등구조’의 문제이다.
 
자본주의 경제구조는 이윤창출을 위한 무한경쟁이 시도되고 용인된다.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독점적 자본이 만들어지고 독점자본은 경제위기시 오히려 축적을 강화한다. 그리고 축적체계를 더욱 고도화하기위하여 수직계열화, 하청계열화, 글로벌화를 추구한다. 이에 맞춰 자본은 사회제도적 체계도 이윤창출을 위해 구조화하고, 보수언론과 자본의 이데올로그들은 그것을 사회적 상식으로 정당화, 합법화시켜준다. 그것의 결과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식 이하의 광경이자, 99% 대 1% 사회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 문제가 노조 내부로 들어오면 남의 문제가 아니라 노조 내부의 문제가 된다. 예컨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이 문제가 되고, 원청과 부품사, 하청간의 문제가 된다. 고용안정을 위한 범퍼로서 볼 것인가와 불법파견과 원청의 사용자성이 확인되므로 정규직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문제가 되고, CR이 문제가 되고, 완성사의 확대된 이윤도 부품사 착취의 결과라는 제기가 이어진다. 2008년 서브 프라임으로 인한 경제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의 확대는 기업간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는데 반해 노동조합의 대응력은 더욱 취약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는 ‘자본의 공세적 탄압과 노동통제 구조화’의 문제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민주노조가 대거 등장하자, 그동안 자본이 구사 해 온 ‘병영적 통제방식’은 더 이상 쓸 수가 없었다. 그러자 자본은 경제위기가 오면 어김없이 노동자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 자본은 민주노조에 대한 탄압과 포섭을 병행해 오면서 동시에 노동조합에 대한 법, 제도적 통제력을 높여 왔다. 이러한 점은 지금의 정권만이 아니라 민주당 정권 10년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는 타임오프제와 독소조항이 가득 찬 복수노조의 시행으로 귀결된다.(다만 MB정권은 민주노조 배제전략을 강하게 취해왔고, 박근혜정권에 있어서 노동은 아예 고용과 일자리의 하위개념으로 더욱 격하되었다.)
 
특히 2009년 쌍용차투쟁에서 보여준 자본과 정권의 모습은 민주노조 죽이기에 얼마나 혈안이 되어 있는가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그 이후 기업노조 설립과 8.6 합의 무시 등은 쌍용자 노동자 23명을 자살에 이르게 하였고, 현재까지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 뿐만아니라 그 이후 경주 발레오만도부터 시작된 직장폐쇄와 용역 투입으로 시작된 민주노조 파괴와 금속노조 기획 탈퇴는 전국적으로 진행되었다. 민주노조 파괴전략은 2012년 8월 만도와 SJM에 직장폐쇄와 용역투입으로 이어졌지만, SJM 투쟁을 통해 드러난 용역업체 컨택터스와 경찰, 창조컨설팅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민주노조 파괴전략은 일단 중단되었다. 용역법이 개정되고,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허가 취소되었다. 민주노조 파괴전략은 멈췄지만 민주노조에 대한 공세는 멈춘 것이 아니다. 최근 현대차지부에 대한 노골적인 공세가 그것이다. 귀족노조의 대명사로 완성사노동조합을 지목하면서 사회적 고립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민주노조 파괴전략의 성과(?)로 부품사를 손봤으니 남은 것은 완성사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본의 공세적 탄압은 금속노조가 주요 표적이 되어 왔으며, 그 탄압은 멈춘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중이라는 점이다.
 
넷째는 ‘현장활동의 운동성 상실’의 문제이다.
 
앞에서 제기한 세 가지 문제는 상호 중첩되어 현장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한 영향은 현장활동에 있어서 노동자적 관점에 입각한 활동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조합원은 경제위기 이후 무엇보다 고용을 제일 중요시 여기는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노동조합 활동도 조합원의 이러한 정서를 반영하여 고용과 임금안정성을 중시하는 활동으로 노동조합 활동이 어느새 편중되어 갔다. 그러한 흐름은 자연스럽게 경제적 실리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시 되었고, 이는 제조업 현장의 경우 물량확보와 물량지키기로 나타났다. 현장활동이 물량을 우선 시 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장은 보수적 경향이 자리잡는 토양이 형성되었다.(장시간 노동 규제와 단축과는 별개로 잔업, 특근이 없으면 무언가 불안정한 심리가 되는 것이다. 여기다 보수언론이 현대기아차지부가 특근을 진행하지 않으면 국가경제에 커다란 손실을 끼치는 것인양 대서특필하면서 풀 잔업특근이 이루어져야 건전한 사회로 가는 상징이 되고 있다) 거기다가 예전에는 활동가들이 조합원을 설득하고,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시키기가 수월한 편이었다면, 지금은 인터넷, SNS가 활성화되면서 현장조합원들의 요구도 다양해졌다. 다양해 진만큼 노동조합이 그 요구를 수용할 준비와 태세는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조합원들은 평균 근속은 높아지면서 급속한 고령화현장이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현장이 변화하는 가운데 활동가 역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그 변화와 흐름을 현장활동가들이 슬기롭게 대응하기보다는 조합원대중을 추수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그 징후는 민주노동조합운동의 전통이었고, 기준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상호 비난 구조는 커져있되 활동의 관점에 입각한 상호 비판구조는 사라지고 있다. 대공장은 집행권력을 둘러싼 활동가들의 이합집산이 빈번하다. 현장조직간 차이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현장조직간 차이가 사라진다는 것은 조합원대중에게 현장활동가들의 활동의 진전성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활동의 진정성이 조합원 대중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뼈아픈 일이다. 그것은 제도권 정치의 흐름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노동조합을 믿고 따르던 조합원들이 활동가들을 제도권 정치로 인식한다면 어느 조합원이 노동조합을 믿고 따를 것이라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활동에 있어서 운동성의 상실은 금속노조 활동에도 당연히 영향일 미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는 ‘노동정치 실패’의 문제이다.
 
민주노동당으로 표현되는 진보정당 운동은 96/97 노개투 총파업 성과 중의 하나이다. 물론 민주노조운동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산별노조 건설과 정치세력화라는 양날개론에 입각한 조직적 과제를 추진하여 왔다. 그 과제는 민주노총의 전국적 총파업 전선을 구축하면서 정치세력화에 실제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분당, 다시 통합진보당으로 합당, 2012년 총선 전후로 불거진 비례대표 선거 문제와 이후 과정은 진보정당운동 10년의 성과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렸다. 그리고 대선과정에서 민주노조운동진영 일부가 진보정당이 아닌 야당후보진영으로 들어가면서 현장은 더욱 혼란에 빠지고 정치적 냉소가 극대화되었다. 노개투 총파업 이후 민주노총이 진보정당 결성에 나서자고 할 때의 주장이 “우리 편 국회의원이 한명만 있었으면”하는 바램이었다. 그렇지만 정치현실은 냉정함이 확인되었다. 원내교섭단체가 구성되어도, 제일 야당이 되어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으며, 원내 제1당이 되어야 노동의 목소리가 조금이나마 실현될 것이라는 점이다. 노동정치 추락의 결과는 현장에서 정치적 무관심의 증폭을 결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노조운동은 다시 노동자정치를 새롭게 세워내는 것이 필요하나, 현장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고 무거운 일이 될 것이다.

 
 

◯ 금속산별운동의 진전을 위하여
 
고용노동부는 오는 10월 23일까지 전교조가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규약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 '법외 노조'가 된다고 밝혔고, 이에 맞서 전교조는 거부의사와 연가투쟁 계획을 선언하였다. 공무원노조에 이어 전교조 까지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보수언론들은 경총의 통상임금 38조 운운을 계속 보도하는 데 이어, 기업발목 잡는 ‘Bad Union’이라고 하면서, 강성노조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고 자본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과 정권의 총체적 공세는 어찌보면 예견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문제는 어떤 대응을 준비하고 추진 해 갈 것인가의 문제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금속산별운동의 가로막는 요소는 외부적 요소와 내부적 요소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운동의 진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진전을 위한 대응을 갖추기 위해서는 금속산별운동에 대한 진단이 우선 되어야 한다. 혹자는 금속산별운동이 대공장에 갇혀 있고, 대공장 조합원의 보수화 등으로 인해 금속산별운동 혹은 한국의 산별운동은 실패했다는 주장이 있다.
 
필자는 금속산별운동이 계급적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산별운동이 지체되고 있음을 인정하지만, 실패라는 단정은 성급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체되어 있는 산별운동을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가에 대해 비판적인 대안이 제시되었으면 한다.
 
산별노조가 산업노동자의 단결을 기초로 정치적 힘을 발휘하고 이를 통해 산업별 노동자의 조직확대와 계급적 단결을 위해 투쟁하는 조직이라고 한다면, 지난 시기 그 계급적 내용은 후퇴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또한 금속노조의 투쟁력은 줄어들고 있으며, 투쟁에 대한 의지는 잘 보이지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렇지만 금속노조의 투쟁이 사라진 것은 아니며, 오히려 투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처럼 조직화의 저변도 확대되고 있고, 오늘도 비정규투쟁, 장기투쟁사업장, 복수노조 사업장들은 현장에서 거리에서 자신의 실상을 알리고자 투쟁하고 있다.
 
금속운동의 진전을 위해서는 금속노조 스스로 ‘계급적 단결을 최우선시 하는 산별노조’임을 명확히 하고 이러한 계급적 단결을 기초로 ‘민중연대를 구현하는 산별노조’의 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한 방향 속에서 기업지부와 지역지부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과 기업지부간 경쟁보다는 단결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 속에서 금속노조가 확대 발전에 대한 지향을 세워야 한다. 이것은 조직 내적으로는 내부의 단결강화를 하되,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사업을 조직의 중심 과제로 세워내야 한다. 그동안 이러한 사업은 지역지회나 지역지부의 사업으로 맡겨져 왔거나, 공단 조직화라는 특수한 사업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이에 대한 금속노조의 집중방향을 선정해서 조직적 중심 사업으로 올려 추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복수노조에 대한 대책마련도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 복수노조로 인한 민주노조 파괴에 대한 대책과 더불어 소수노조의 운영방식도 탄력적으로 제출되어야 한다. 나아가 공세적 조직화 사업을 통해 자본에게 유리한 복수노조를 타개해 가야 한다.
 
모든 사업은 사람이 한다. 따라서 운동성이 흐트러진 가운데에서는 제대로 된 사업을 집행하기 어렵고, 결과도 성과적이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따라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금속노조 간부 및 활동가들에 대한 역량 강화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 속에서 대의원, 현장조직위원, 활동가 대오를 육성 발굴하는 노력에 경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보진영의 투쟁 전선이 구축되어야 한다. 단일성 확보는 일체감을 경험하는데 있다. 물론 하나의 목소리, 하나 된 힘으로 모아 간다는 것은 무척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위기속에 기회는 있는 법이다. 자본의 총공세를 막는 길은 민주노동운동을 중심으로 진보진영이 힘을 모아가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그럴 때, 그것이 가능할 때 산별운동과 정치운동의 계급적 결합과 투쟁의 혁신도 가능할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