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칼럼 > 칼럼
칼럼
 

휴식권과 노동권은 퇴직 이후에도 지속 가능해야!

김영수/상지대학교
금속노조연구원   |  

베이비붐 세대(1958년~1963년생)들이 퇴직하느라 정신없다.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로 더 이른 나이에 일을 그만둔 경우도 있지만, 최근 공공부문이나 제조업에서는 대부분 정년퇴직했거나, 현재 진행형이다. 금속노조에 가입하여 활동해 왔던 대공장의 경우에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2030년까지 현 조합원 대비 15~20% 가까이 퇴직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더 일하고 싶어도 대부분 법적 정년제와 그 제도의 틀 내에서 합의되는 단체협약의 규정에 따라 퇴직한다.

 

물론 젊음을 다 바쳐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는 쉴 자격이 있고, 직장 때문에 하고 싶어도 퇴직 이후로 미뤄 두었던 일들을 해도 된다! 당신에게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초고령사회 계속 고용연구회>도 고령자(소위 초고령 사회의 고령 청년)들의 휴식권과 노동권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고민하였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초고령사회 계속 고용연구회>는 65세 이상의 고령자(고령 청년)이 누려야 할 휴식권과 노동권의 조화에 대한 합의문을 2024년 2월에 발표하였다. 고용연구회는 총 14차례 전원회의를 개최하여 ‘인구구조 변화와 인력 수급 전망, 고령층 고용과 임금체계 개편 연계, 고령자 계속 고용 도입 시 예상되는 법적 쟁점, 고령자 고용지원 방안 등 논의 내용’을 최종 정리하였다. 그런데 고령층 고용과 임금체계 개편에서 제시한 핵심 내용은 ‘고령 노동자들의 최저 임금 차등 적용’인 것 같다. 경총이 최근 최저 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과 제11조 평등권을 위반하는 시도다.

 

『국민 삶의 질 보고서 2023』이 2023년 12월에 발간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는 60세 이상이 가장 낮다. 정년 퇴직 이후에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아주 낮은 수준인 것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이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느끼는 2020∼2022년 삶의 만족도는 5.95점으로 OECD 회원국 38개국 중에 35위였다. 우리나라보다 낮은 나라는 튀르키예(4.6점), 콜롬비아(5.6점), 그리스(5.9점) 등이었다. OECD 평균은 6.69점으로 우리보다 0.74점 높았다.

 

이러한 지표는 퇴직 이후 ‘휴식권과 노동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초고령 사회의 고령 청년으로 살아가면서,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격언을 온몸으로 입증하고 있다. 오죽하면 현재의 나이에 0.7을 곱해서 나온 숫자가 실제 나이로 간주해야 한다는 말이 횡행할까!

 

그런데 국제기구들은 고령자들의 휴식권과 노동권을 강조하고 있다. ILO는 「고령 노동자 권고」(Old Workers Recommendation, 1980, No.162)를 채택하였는데, 권고 사항의 핵심은 “퇴직의 점진성과 자발성과 소득의 지속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UN도 1982년 「고령화에 관한 비엔나 국제행동계획」(Vienna International Plan of Action on Ageing)과 2002년의 「활기 있는 노후와 세대 간 결속을 위한 결정」에서 고령자들에게 휴식권과 노동권이 보장되는 은퇴를 제안한다.

 

따라서 법적 정년제가 바뀔 필요가 있다. 영국에서는 2007년에 법적 정년제를 도입했다가 2011년에 폐기하였다. 노동현장에 따라 노동 능력의 정도, 노동의 숙련도, 청년들의 노동시장 유입 조건 등이 다 다를 텐데, 법의 힘으로 정년퇴직을 강제하는 법적 정년제보다 자발적 협의 정년제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법적 정년제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연금을 지급받는 시기와 일치시켜야 한다. 『국민 삶의 질 보고서 2023』을 살펴보면, 대한민국 국민의 기대 수명이 83.6세다. G20에 해당하는 주요 국가의 국민보다 높다. 캐나다가 82.1세, 미국이 78.9세, 프랑스가 82.9세 독일 81.4세다. 60세에 정년퇴직을 한 노동자의 경우, 23~24년 동안 소득보장과 생계유지와 양질의 휴식을 누려야 한다. 단지 연금이나 최저 임금 수준의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면, 정년을 강요하거나 강제하는 것보다, 노동자들에게 자발적인 퇴직과 퇴직 이후의 새로운 노동을 선택할 권리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

 

평생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행복한 노후 생활을 보낼 권리가 있다. 휴식과 노동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자연권에 속한다. 질 높은 휴식은 양질의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캠프로 작용하고, 적정한 대가(just wage)와 연동되는 노동이나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노동은 자존감으로 채워지는 휴식과 행복의 원동력이 된다.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