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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체제의 글로벌 불균형에 대한 우리의 자세

금속노조연구원   |  

이른바 ‘환율전쟁’으로 옮겨가는 G20 정상회의


                                                                                   이상동 (새사연 연구팀장)

최근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강대국을 중심으로 이른바 ‘환율전쟁’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고 이 와중에 원화가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의 환율 결정은 무역수지라는 실물거래보다 자본거래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크며, 여기에 더해 일본과 미국 중앙은행의 제로금리 정책, 양적완화 정책 등이 ‘원고시대’를 당분간 지속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원화가치의 상승의 근본적인 동인은 기축통화인 달러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주요 통화에 대한 미 달러의 환율은 지난 10월15일 71.5까지 떨어
졌고 오래 지 않아 역사상 최저점인 2008년 3월의 69.27를 깰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달러가치가 하락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네 가지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만성적인 무역적자와 초저금리 정책은 오래 전부터 많이 알려져 왔다.
나머지 두 가지는 최근 강화되고 있는 요인인데 그것은
미국 정부의 의도적인 약달러 정책과 이와 연관된 중앙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 때문이다.


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약달러 정책을 강력하게 전개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달러에 투자한 자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낮은 환율을 지지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지속되자 약달러 정책을 펼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갖은 통화 및 재정정책을 총동원 하고서도 10%가 넘는 실업률이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는 달러통화량을 전세계적으로 증가시키고 자산버블을 유지시킴으로써 약달러가 지속되는 환경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처럼 최근 미, 중, 일 등 강대국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환율전쟁'은 실은 미국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자 최대 대미 경상수지 흑자국인 중국에 환율과 재정 정책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실은 스스로를 먼저 돌아 볼 일이다.


달러의 구조적 쇠퇴와 글로벌 불균형


달러가치의 하락은 글로벌 불균형이 그 이면에 또아리를 잡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은 무역 수지의 불균형을 더욱 강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말한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환율조정이나 재정, 무역 정책을 통해 자동 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순 부채 포지션 증가와 관련되어 있다. 수출국들과 개발도상국의 중앙은행이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에 재투자함으로써 달러 표시 금융자산을 계속 늘려 왔던 것이다. 이로써 금융위기 전까지 미국의 높은 지출과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는 적자가 달러환율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고 달러가 다시 미국으로 환류시켜 달러환율 가치 강세로 이어져 왔던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불균형은 사실 지속가능한 시스템이라고 보기 어렵다. 무역적자국인 미국이 개발도상국의 외환보유고를 자국의 소비지출 확대에 사용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물거래의 경제적 불균형은 달러가치의 주기적인 평가절하와 금융위기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1971년 미국 정부가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한 이후 달러가치는 주기적인 절상과 절하를 반복하고 있다.
- 금 태환 정지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기축통화를 아무런 제약 없이 발행할 수 있는 특권이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 80년대 초반 20%가 넘는 고금리 정책은 남미의 외환위기를 초래하였고, 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한 달러는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다시 상승하였다. 그리고 2002년
이후 새로운 하락 주기가 이어지고 있다.


막대한 외환보유고, 그럼에도 불안한 이유


통상 지불준비금 목적으로 보유되는 적정 외환준비금은 3개월 수입금액(이른바Guidotti 규칙)이라고 제시되곤 한다. 그런데 평균 수입금액이 340억 달러인 우리나라는 GDP의 35%가 넘는 2897억 달러(9월말 기준)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축적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수출주도 성장전략을 구사하는 개발도상국에서는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환율의 평가절상을 피해야 하므로 달러를 비축하게 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지난 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의 교훈이었다.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따른 환율변동성과 외환시장의 투기적 공격에 대비하고, 금융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self-insurance)’ 정책의 일환으로 달러비축의인센티브가 증가한 것이다.


외환보유고가 늘게 되면 지불준비 여력, 환율 평가절하, 자본유출 대비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막대한 기회비용의 손실을 가져 온다. 외환보유고라는 것이 그만큼의 무역흑자로부터 비롯된 것인만큼 그 만큼의 국민소득은 그저 외환창고에 잠자게 되는 것이다.
또한 현재 보여지고 있는 바와 같이 달러가치가 떨어질 경우 앉아서 손실을 보게 된다.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달러체제 개혁으로


개발도상국의 거시경제 불안정은 자본수지와 환율 변동이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통해 자본수지 변동성이 어떤 거시경제 불안정을 일으키는 지는 충분히 교훈을 얻은 바 있다.
개발도상국들의 외환준비금 축적은 두 가지 경로로 구성된다. 하나는 수출주도 성장정책을 통한 경상수지, 다른 하나는 외환 및 자본시장 개방과 규제완화를 통한 자본수지를 통해 달성된다. 전자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의미하며, 후자는 개발도상국입장에서 외환위기에 노출된 정도 및 규모가 갈수록 늘어남을 의미한다.


현 달러체제에서는 미국이 고용 및 수출 촉진 정책으로 전환하거나, 주변국이 기축통화 및 글로벌 금융질서의 불안정과 불공평성 문제를 제기하면 언제든지 ‘환율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내적 결함을 지니고 있었다.
글로벌 기축통화 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불균형 또는 환율전쟁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국제금융질서의 근본을 개혁하도록 나아가야 하며, 단기적으로 자본수지의 경기 순응적 성격을 제어하고 외환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집단보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내수 확대, 고용 안정과 확대, 사회복지 지출 확대를 주장할 것이다. 이는 선언적이고 규범적일 뿐만 아니라 현 시기 국민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대안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자본 및 외환시장 그리고 환율의 변동성을 완화하지 않으면 이러한 진보적 대안들은 대외환경의 변화에 언제나 매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본시장 규제, 그리고 그 핵심에
'자본통제'를 내세우고 달러체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제기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