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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전사고, 제도적으로 실소유주를 처벌할 방법을 찾아보자

금속노조연구원   |  

2014-5 금속연구원 칼럼

 

 


안전사고, 제도적으로 실소유주를 처벌할 방법을 찾아보자


 

한지원(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세월호의 실 소유주인 유병언씨에게 현상금 5억이 걸렸다. 그의 가족들도 수배되었다. 과적과 안전장비 미흡으로 3백여 명을 수장시킨 세월호 침몰을 생각해보면 이들에 대한 처벌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황당한 건 검찰이 이들을 잡기 위해 내건 죄목이다. 유병언씨와 그의 가족들 죄목은 횡령, 배임, 사기 등으로 세월호 참사와 직접 관련된 것이 없다.

 

왜 이런 것일까. 민법, 형법 어디에도 안전사고에 대해 기업의 실 소유주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담당자가 처벌되거나, 기업이 손해배상을 하는 것이 전부다. 세월호 선원들은 살인죄에 준하는 처벌을 받고, 청해진해운은 파산절차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배상을 해야 하지만 청해진해운을 지배한 유병언씨는 사고와 직접 관련해서는 1원도 배상을 하지 않고, 또 형사 처벌도 전혀 받지 않는다. 참사의 배경이 이윤을 더 내기 위해 안전 비용을 줄이고 과적을 한 것인데, 정작 돈 번 사람은 죄가 없다는 게 이 나라의 법이란 이야기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법 논리는 철저하게 자본가를 보호하고, 기업의 권리는 인간 이상으로 발전시킨다. 미국에서는 기업의 자유가 헌법에서 보장한 모든 것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수준으로까지 발전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권리에 비해 의무는 매우 모호한데, 기업에 대한 처벌은 벌금 이상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구속을 통해 처벌을 할 수 있는데 반해 기업에게 구속이란 영업정지에 불과하다. 영업정지를 당하든 벌금을 맞아 파산을 하든, 기업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이름으로 다시 만들면 그만이다.

 

법적으로는 법인격 남용이라고도 불리는 것이 이런 식이다. 자본가가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법인을 세워 회사를 간접지배하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인데, 금융적 지배가 일반화 된 신자유주의에서 이런 법인격 남용은 정상적인 경영 기법 중 하나가 되었다. 영미식 기업들은 자본가 금융 투자펀드지주회사 실제생산회사가 일반적이어서, 자본가가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실제 생산회사를 쥐어짜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모든 책임은 생산회사 법인이 지거나, 실무자 선에서 그치게 된다.

 

예를 들면 2010년 인류 최대의 기름 유출 사고를 낸 트랜스오션(Transocean)BP가 지주회사로 있고, BP의 대주주는 JP Morgan을 비롯한 10여개의 투자은행들이 만든 사모펀드다. 사모펀드에 돈을 댄 사람들이 누군지는 사모펀드 성격 상 알 수 없다. 멕시코만에 환경재앙을 가져온 이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처벌은 놀랍게도 약 4조 원의 벌금이 전부다. 국회 조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비용절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안전장비를 축소한 것이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이 비용절감을 지시한 사람은 법인격이라 형사 처벌이 불가하다. 4조 원은 트랜스오션이 개발사업을 통해 얻게 될 연 수익(2조원)과 추가 증자를 통해 모집할 자금에 비하면 그리 큰돈도 아니다.

 

한국의 자본가들도 비슷하다. 다만 오너가 사회적으로 분명하게 알려져 있는 것만 다르다. 물론 황당하게도 재벌 총수들은 법적으로는 소유주가 아니다. 유병언씨 역시 마찬가지다. 온갖 차명회사와 가족들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지만 법적으로 그가 세월호 소유주라는 증거는 없다. 유병언씨에게 이익을 남겨주기 위해 회사 직원 전체가 움직였지만, 유병언씨는 조금의 책임도 없다. 법인격은 이렇게 자본가를 보호한다.

 

미시적으로는 기업 내 작업공정에서도 외주화를 통해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 안전위험이 큰 공정을 하청기업에게 도급을 줘, 사실상 안전사고를 일으켜도 하청 법인이 책임자가 되도록 한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핵심은 (기술혁신이 아닌 저임금에 기초한)비용절감과 더불어 이렇게 법인격을 이용해 책임까지 외부화하는 것이다.

 

모든 위험으로부터 보호되는 한국의 대자본가 몇 명이 지배하는 한국 경제가 유독 산업재해나 안전사고가 많은 이유도 바로 이렇다. 기업 지배구조 측면과 위험 사업 외주화 측면에서나 우리나라 재벌들은 세계 정상급이다.

 

재벌과 직접 맞닿아 있고, 자본가들이 간접적으로 기업을 소유하는 사례가 많은 금속노조는 특히나 이런 사례가 많다. 현대제철이나 현대중공업의 최근 산재 사망사고에서도 드러나듯 간접고용으로 인해 원청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모든 사태의 원인이라 할 정몽구나 정몽준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몸통은 못 건드리고 깃털만 건드린다. 배상을 하는 경우에도 정몽구, 정몽준은 1원도 손해 보지 않고 회사만 손해를 본다.

 

제 안전사고에 대해 실 소유주를 처벌할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규제를 한다 하더라도, 결국 자본가는 이익을 위해 규제를 빠져나갈 방도에 더 주의를 기울일 것이고, 위험한 업무나 서비스는 간접지배(계열사나 아웃소싱)를 통해 책임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