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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래도 금속노조엔 희망이 있다...

금속노조연구원   |  

2014-09 노동연구원 칼럼

 

그래도 금속노조엔 희망이 있다...

 

정일부(한국노동운동연구소 부소장)

 

 

오랜만에 금속노조 현장의 간부·조합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금속노조의 연수원 설립과 관련하여 교육욕구를 파악하기 위한 여행이었다.

만난 동지들 중에는 상근을 하는 상집간부도 있었고 비상근으로 지회임원을 하는 동지도, 또 그냥 현장의 조합원도 있었다. 대공장도 가보고 영세사업장들이 모여 있는 지역지회도 가고, 비정규직 노동자 동지도 만날 수 있었다.

 

동지들과 만나서는 결혼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퇴근 후에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지,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상의할 사람은 있고 또 자기 앞날을 위해 준비하는 게 혹시 있는지 물어보면서 우리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노동자로 살고 있는 보통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식을 만나는 느낌이 참 좋았다.

 

우선 조합활동을 하게 된 계기와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들, 민주노조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얘기나누는 가운데, 금속노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금속노조에 점수를 준다면 어느 정도? 가장 잘 한 것과 못 한 활동을 꼽는다면? 점수를 전혀 안 주는 동지도 있고 4050점부터 90점까지 다양하게 나왔는데, 대체로 100점 기준에 2/3를 넘는 정도로 평가하는 듯이 보였다. 그러면서 하나같이 하는 말이, 큰 공장 눈치 보면서 하나가 되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하고 있다는 이야기들, 하지만 큰 조직에 자신이 속해있다는 자부심이 누구라 할 것 없이 공통되게 얘기하는 대목이었다.

오래 전부터 노동운동의 위기, 무늬만산별을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조직의 상태가 절망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조직 저변에는 금속노동자들, 보통사람들의 상식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금속의 간부·조합원들이 노동조합 교육에 대해서는 어떻게들 생각할까?

따가운 지적들이 쏟아졌다. 교육이 형식적으로만 배치되고 그 예산과 환경 등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안 만들어준다, 교육이 다른 사업에 밀리고 교육 내용이 맨날 반복되고 주입식이다, 지회는 참여식으로 바꿨는데 노조에서는 여전히 옛날 방식대로 답습하고 있다, 등등...

주문도 이어졌다. 노조간부를 육성하려면 일회성을 넘어 정규과정으로 꾸준히 해야 한다, 교육만 잡아놓고 참여할 동기유발이나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마련해주지 않는다, 조합원이든 간부든 모르는 게 많기 때문에 쉽게 배울 수 있는 교육을 해줬으면 좋겠다...

 

연수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 금속노조 연수원을 지어서 23일이나 34일 정도의 교육을 한다면 가고 싶은지, 혹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물었다.

우선 걱정들이 앞섰다. 현장에 인원이 정해져 있는데 교육시간 할애가 과연 얼마나 될 거냐는 것. 대공장 소속이거나 소수 열성간부의 경우에는 시간할애에 아랑곳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금속노조 간부·조합원들은 피해갈 수 없는 문제라고 이야기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수원에 대한 동지들의 기대는 한결같았다. 당연히 가고 싶다, 월차를 써서라도 가겠다, 일주일이라도 참석하겠다... 연수원에 대한 동지들의 기대는, 지금까지의 교육에 실망하고 있는 것을 넘어 좀 더 절실한 듯이 보였다. 제발 꼭 좀 연수원을 만들어서 모르는 게 많은 우리 조합원과 간부들을 성장시켜줬으면 좋겠다, 연수원에서 다른 지부·지회들과 만나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다함께 배우고 그러면 좋겠다, 시민들도 갈 수 있도록 만들어놓으면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어 참여하는 데 부담이 덜어지겠다, 등등...

 

이미 오래전부터 누적되어온 노동운동 위기와 금속노조의 무기력함. 짧은 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보이는 현재 상황을 뚫고, 새 도약을 준비해갈 수 있는 유력한 방도인 금속연수원 설립.

연수원을 짓기 위해서는 부지와 건물은 물론이고 커리큘럼들도 구비해야 하고 그 과정에 조직 내 의견들을 모으고 체계화하는 일들이 필요할 텐데,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제대로 교육받고 싶어하는 현장 조합원·간부들의 기대와 염원이 아닐까? 조합원들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그것을 한시라도 앞당기기 위해 무엇을 얼마나 실행하고 있는지, 우리 모두 관심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