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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5년 노사관계의 열쇠말

금속노조연구원   |  

2015년 노사관계의 열쇠말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새해가 되었지만 희망의 울림은 크지 않다. 장기 불황과 고용불안의 어두운 그림자는 확산되고, 변화의 돌파구는 잘 보이지 않는다. 노동자의 빈곤한 살림살이뿐 아니라 산별노조의 전망도 노동정치의 앞날도 녹녹치 않은 상황의 반영일 것이다. 그람시가 잘 지적하였듯이 위기는 바로 오래된 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새로운 것은 아직 탄생하지 못한 시기이다.” 노동운동과 노사관계에서 만들어야 할 새로움은 무엇일까? 노동조합운동은 이 물음에 답해야 하고, 다시 출발해야 한다.

 

2015년 노사관계 전망은 어떠한가? 노동의 약화 속에서 노사관계의 판과 의제를 형성하는 것은 정부와 자본이다. 2015년 노사관계의 열쇠말은 노동시장 구조 개편, 공무원연금 개혁, 비정규직 문제, 노동운동 혁신등 네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노동시장 구조 개편이다. 정부는 20141229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을 제시하였다. 정부 방침은 올해 3월말까지 노사정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의 개편 방안은 노사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절충된 시한폭탄과 같다. 정부가 비정규직 대책을 내 놓으면서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을 함께 발표한 이유는 비정규직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성 타파가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정규직 확산이 정규직 과보호에 따른 결과로 정규직의 임금 및 고용 양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잊을만하면 반복하는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있으니까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그러니까 기업들이 겁이 나서 정규직을 못 뽑는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정규직·대기업·유노조 사업장에 속한 7.4%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확산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대책은 비정규직 양산의 진짜 주범인 재벌대기업이 아닌 과보호(?)된 정규직에게 향하는데, 그 대책은 저성과자 해고제도 도입, 직무·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 도입,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재량근로·탄력근로 확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등이다. 노동시장 유연화의 망령이 다시 일터와 노동자의 삶에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2014년 한해 내내 공공기관 정상화조치를 통해 공공기관노동조합들을 매도했던 정부는 이번에는 공격의 칼날을 공무원연금에 정조준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국민연금에 비해 과도한 연금혜택이라는 정부 주장에 박수를 보내다가, 본인의 공적연금을 되돌아보고 있다. 정부의 군사작전식 연금개혁 추진 전략은 공무원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가져왔고, 일단 국회에 사회적대화기구인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를 구성하여 올 4월말까지 논의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공무원연금 논의의 결말을 예단하기 쉽지 않지만 현재 수준보다 부담금은 높이고, 연금급여율을 낮추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싸움의 관건은 공무원과 민간부문이 공무원연금 문제를 공적연금 정상화 투쟁으로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공무원노조 스스로의 연금 개혁 방안-예컨대, 공무원연금의 소득 상한선 축소, 하위직의 생활임금 및 노후생활 보장-을 제시하는 한편 국민의 삶과 사회보장을 강화하는 국민연금을 정상화하는 싸움을 전개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민간부문 노동자들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한 싸움에 나서야 한다. 국민연금은 19981월과 20077월 두 차례에 걸쳐 국민연금법이 개정되며 소득대체율(재직 때 얻는 소득 대비 퇴직 뒤 받는 연금의 비율)70%에서 60%, 다시 40%까지 낮아졌다. 공공과 민간부문의 연대 성사 여부가 상반기 노사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셋째, 비정규직 문제이다. 지난 23년간 비정규직, 간접고용노동자의 노조건설 및 투쟁으로 노사관계의 중심축은 비정규직으로 이동하였다. 하지만 통신서비스와 케이블서비스산업에서 조직된 희망연대노조의 모범 사례에도 불구하고 아직 비정규직,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은 지난한 상황이다. 비정규직의 해소를 위해서는 상시지속적 일자리의 정규직화 원칙, 간접고용을 통해 사용자의 책임을 회피하는 사용자에 대한 공동 사용자책임의 부과 등 법제도적 개선과 함께 원하청 노사관계의 연대를 촉진하는 모범사례를 산별노조에서 창출해야 한다. 최근 금속노조에서 불거진 현대차 정규직지부와 비정규직 지부간의 갈등은 시급히 해소되어야한다. 노동자가 맞서야 할 대상은 자본이지 노동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