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주노총 총파업, 금속노조는?
민주노총 총파업, 금속노조는?
정일부(한국노동운동연구소 부소장)
민주노총의 4월 총파업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가 많다.
4월에 민주노총이 실제로 총파업에 들어가는 건지, 다른 산별노조나 연맹도 파업에 들어가는 건지, 완성차가 4월 파업에 들어갈 수 있는지, 4월 총파업에 합법 쟁의권이 없다면 6월 임단투 때 총파업을 하는 게 어떤지, 금속노조 전체적으로 총파업 실현방안이 있는지 등이다.
또 총파업기금 1만원의 용도가 무엇인지, 금속 내에서 1만원을 어떻게 모아낼 수 있는지, 비정규직 5천원의 근거가 뭔지 등도 이야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2015년 법정최저임금과 금속산업 최저임금 요구안을 1만원으로 하는 근거가 뭔지, 그럴 경우 대략 6-7천원 안팎으로 형성되어 있는 금속사업장의 초임도 1만원으로 올리자는 건지 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렇게 민주노총 총파업을 앞두고 우려와 논란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직선제로 들어선 집행부의 최고 공약이며, 4월 파업의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란이 뜨거운 것처럼, 지금의 객관적인 상황은 큰 싸움을 피해갈 수 없는 게 명확하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공공·교육·금융의 4대 부문에서 임기 내에 개혁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라 이름 붙이고 노동시장 구조개선이라 표현하면서 정규직 고용을 불안하게 만들고 임금을 삭감하려 하며, 또한 임금피크제와 성과 중심 임금체계 등으로 노사관계를 자본 중심으로 확립하겠다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로 이어져온 신자유주의의 정책과 제도를 완성하겠다는 의지이고, 이는 잽·원투스트레이트·훅으로 공격하다가 이제 마지막 어퍼컷을 날리겠다는 것이다.
우리 쪽의 모습도 큰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반증을 여러 차원에서 보여주고 있다. 신자유주의 이래 천막·굴뚝·전광판으로 투쟁의 전진기지가 이어지고 있고, 양대노총 제조부문이 모두 모여 제조공투본을 구성하기로 한 것도 주요한 변화이다. 또한 직선제 선거에서 파업을 강조한 집행부가 선출된 것 역시 단적인 예이다.
다만, 거기까지다. 이대로는 싫다고 하면서도, 투쟁에 나서겠다고 몸을 만들고 벼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조직노동자는 산전수전 겪어 노회했고, 미조직 노동자는 조직되어 있지 않다.
또 총파업에서 공무원노조와 전교조가 자기 문제로 선도적 투쟁을 하더라도 총파업의 관건은 금속노조가 얼마나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금속노조의 모습이 녹록치 않은 것은, 조직 안팎이 다 아는 사실이다. 4만 금속이 조직의 체계와 운영, 교섭·투쟁들에서 산별노조로서 하나의 기준점으로 역할을 했던 반면, 15만 금속노조가 된 이후에는 양적으로 커진 것 말고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의 주요 동력이던 지역지부 조직력도 대부분 힘을 쓰지 못하고 있으며, 중앙집중력은 커녕 원심력이 더욱 커져 있고 산별에 대한 회의감마저 점차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주객관적인 상황에서 금속노조가 할 것은 무엇인가? 상대를 보면 큰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정세이고 싸움의 여부가 주체 상태에 달려 있는데, 여기서 금속노조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민주노총 총파업에 최대한 복무하되 투쟁을 조직하는 목표를 ‘산별노조 복원’이라는 조직의 발전과제에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즉, 코앞에 있는 파업성사 자체에 머무를 게 아니라 그 후를 보면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정세를 거시적으로 볼 때, 올해 2015년은 물론이고 2016년·2017년 등 일련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응하여 노동자·민중의 크고 작은 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투쟁주체들의 조직화가 취약해서 방어투쟁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 노동의 피나는 조직화와 정부·자본의 자충수로 파업이 어느 정도 성사되더라도 이후를 이끌어나갈 세력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도 무시 못 할 조건이다. 진보정당들이 지리멸렬한 상태이고, 무엇보다 노동조합들이 무늬만 산별인 채 기업단위로 찢어져 있기 때문이다. 조직된 세력이 없는데 투쟁이 한번 잘 됐다고 이어질 리 없지 않은가, 그 다음에는 어떻게...? 갑자기 민중연대가 들불처럼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대중의 역동성도 준비된 조직이 있을 때 지속가능하지 않은가?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조직하는 과정에 집중할 목표는 ‘조직발전의 기운’을 살려내는 데 둘 필요가 있다. 조직에 대한 원심력과 회의감이 확산되는 지금 상태를 넘어서는 데 초점을 맞추고, 그 기준을 “산별노조 복원이냐, 기업관행의 온존이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관건은 역시, 지역지부의 강화에 있을 것이다.
또한 총파업을 조직하는 과정에 투쟁의 초점은 신자유주의의 핵심인 재벌 타격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대다수 국민이 이미 알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단순 대응하는 것을 넘어서, 노동-자본 간의 전선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하게는 산별을 실질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대자본에 대한 공격에 집중한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재벌에 대한 집중투쟁은, 노동조합에도 들어와 있는 자본의 원하청 수직계열화 논리·정서와 싸우는 과정으로, 기업별 관행들과 싸우고 산별정신을 세워내는 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렇게 파업투쟁을 조직하면서 재벌에 타격을 맞추고 그를 통해 산별노조 기운을 살리는 데 목표를 둔다면, 총파업이 기대만큼 되지 못해도 최소한, 조직발전 면에서는 남는 장사가 되지 않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