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새로운 발상이 필요한 때
금속노조연구원 |
2009.06.30 00:00
자동차산업, 새로운 발상이 필요한 때
이종탁(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 정책연구원 자문위원)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동차산업은 만성적 과잉생산과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과잉축적 체제가 위기를 더욱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한 판매감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장치규모를 가동하면서 미래기술 경쟁을 펼쳐야 하는 산업 환경은 기업들의 경쟁을 촉발하는 동시에 수익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행동은 무엇일까?
경제학에서는 일정한 규모를 갖추어야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산업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자동차산업이나 조선산업 등 대규모 설비와 기계장치를 갖추어야 하는 산업을 일컫는다. 당연히 그 속의 기업들도 일정한 규모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논리는 얼핏 설득력을 갖는다. 우리가 보고 알고 있는 자동차기업들은 모두 엄청난 규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는 쌍용자동차의 경우에도 고용 인원이 7천명을 넘길 정도이고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는 고용인원인 5만 명을 훨씬 넘는다. 생산설비는 더 엄청나다. 쌍용자동차만 하더라도 평택에 생산공장, 창원에 엔진공장이 있다. 현대자동차는 울산, 전주, 아산에 생산공장이 있고, 남양에는 연구소가 있으며, 5개 나라에서도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일정 수준의 생산규모가 되어야 자동차 회사는 생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그래서 요즘 같은 상황이 닥치면 열심히 기업 인수에 나서서 생산규모를 키우고 점유율을 높이려는 시도들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중국의 여러 기업들이 그런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자동차 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는 어느 정도 유효한 의미일까?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있어 엄청난 규모의 기계장치와 개발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은 사실이다. 일정한 설비와 투자비가 들어가는만큼 일정량 이상을 판매하지 못하며 설비는 유휴화되고 기업은 엄청난 자금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살아남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 된다.
이런 현실에서 규모를 키우는 일에 집중할 경우 자동차기업은 '거대화'하지 않는 한 살아남을 수 없고, 거대기업도 여차하는 순간 망하고 만다. GM과 크라이슬러는 현실의 표본이다. 이것은 더 이상 규모를 추구하는 방식이 유의미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우리는 시지프스가 아니어야 한다.
현대를 흔히 정보사회, 지식기반사회라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산업구조도 네트워크형으로 바뀔 것이라는 진단들이 쏟아진다. 자동차산업에서도 네트워크 구축은 붐을 이루고 있다. 생산과 조달, 판매, 연구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네트워크 구축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완성차'를 중심으로 해왔던 산업 체제의 재편을 의미한다. 이제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중심이 아니라 부품과 조달을 책임지는 여러 협력업체들과의 협력과 네트워크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이 말은 더 이상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핵심 과제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완성차를 생산하는 업체의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동차산업이 위기라고 한다. 완성차인 쌍용차와 GM대우차가 위기에 빠졌거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상당수의 외국계 부품업체들은 유동성 위기를 호소하고 있으며 2,3차 협력업체들은 하루하루를 넘기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의 규모 키우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1998년에 경험했듯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과잉생산체제로 인해 위기는 또 다시 발생한다. 자본주의의 경기변동과 자동차 산업의 구조변동이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지금, 자동차산업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우리는 네트워크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지금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에서부터 우리는 이런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쌍용차만으로는 결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쌍용차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으로 보이겠지만 네트워크 경제를 모색하는 사람의 눈에 쌍용차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사람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을 제기하며, 생각하는 만큼 해결할 수 있다.
이종탁(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 정책연구원 자문위원)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동차산업은 만성적 과잉생산과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과잉축적 체제가 위기를 더욱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한 판매감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장치규모를 가동하면서 미래기술 경쟁을 펼쳐야 하는 산업 환경은 기업들의 경쟁을 촉발하는 동시에 수익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행동은 무엇일까?
경제학에서는 일정한 규모를 갖추어야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산업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자동차산업이나 조선산업 등 대규모 설비와 기계장치를 갖추어야 하는 산업을 일컫는다. 당연히 그 속의 기업들도 일정한 규모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논리는 얼핏 설득력을 갖는다. 우리가 보고 알고 있는 자동차기업들은 모두 엄청난 규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는 쌍용자동차의 경우에도 고용 인원이 7천명을 넘길 정도이고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는 고용인원인 5만 명을 훨씬 넘는다. 생산설비는 더 엄청나다. 쌍용자동차만 하더라도 평택에 생산공장, 창원에 엔진공장이 있다. 현대자동차는 울산, 전주, 아산에 생산공장이 있고, 남양에는 연구소가 있으며, 5개 나라에서도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일정 수준의 생산규모가 되어야 자동차 회사는 생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그래서 요즘 같은 상황이 닥치면 열심히 기업 인수에 나서서 생산규모를 키우고 점유율을 높이려는 시도들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중국의 여러 기업들이 그런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자동차 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는 어느 정도 유효한 의미일까?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있어 엄청난 규모의 기계장치와 개발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은 사실이다. 일정한 설비와 투자비가 들어가는만큼 일정량 이상을 판매하지 못하며 설비는 유휴화되고 기업은 엄청난 자금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살아남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 된다.
이런 현실에서 규모를 키우는 일에 집중할 경우 자동차기업은 '거대화'하지 않는 한 살아남을 수 없고, 거대기업도 여차하는 순간 망하고 만다. GM과 크라이슬러는 현실의 표본이다. 이것은 더 이상 규모를 추구하는 방식이 유의미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우리는 시지프스가 아니어야 한다.
현대를 흔히 정보사회, 지식기반사회라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산업구조도 네트워크형으로 바뀔 것이라는 진단들이 쏟아진다. 자동차산업에서도 네트워크 구축은 붐을 이루고 있다. 생산과 조달, 판매, 연구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네트워크 구축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완성차'를 중심으로 해왔던 산업 체제의 재편을 의미한다. 이제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중심이 아니라 부품과 조달을 책임지는 여러 협력업체들과의 협력과 네트워크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이 말은 더 이상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핵심 과제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완성차를 생산하는 업체의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동차산업이 위기라고 한다. 완성차인 쌍용차와 GM대우차가 위기에 빠졌거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상당수의 외국계 부품업체들은 유동성 위기를 호소하고 있으며 2,3차 협력업체들은 하루하루를 넘기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의 규모 키우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1998년에 경험했듯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과잉생산체제로 인해 위기는 또 다시 발생한다. 자본주의의 경기변동과 자동차 산업의 구조변동이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지금, 자동차산업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우리는 네트워크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지금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에서부터 우리는 이런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쌍용차만으로는 결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쌍용차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으로 보이겠지만 네트워크 경제를 모색하는 사람의 눈에 쌍용차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사람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을 제기하며, 생각하는 만큼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