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6기 집행부의 과제
금속노조 6기 집행부의 과제
김승호 정책연구원 자문위원장
금속노조 6기 집행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거두절미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2가지만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통합지도부 구성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보였던 베팅방식을 임기 동안은 조직내에서 가능한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한 장의 카드만 던져놓고 받을지 말지 결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주 훌륭한 협상 방법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두 번 다시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거나 뒤통수를 조심해야 하는 후유증이 걱정되지 않을 때 쓰는 것이 좋다. 금속노조에 존재하는 여러 조직은 결국 정부와 사용자에 대항해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조합원 조직과 동원의 주체들이다. 국회에서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그러면서도 언제든 내 임기동안 쪽수많은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정당과 비교해 노동조합이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정당은 선거에서 이겼다는 것만으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실제 일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여론의 역풍을 맞는 경우는 아주 예외적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다수라는 이유로, 혹은 권력을 잡았다는 이유로 모든 정당성이 당연히 확보되지는 않는다. 정부와 사용자라는 상대방과의 밀고 당기는 교섭/투쟁 과정에서 조직의 역량을 충분히 결집시킬 수 있는가가 중요한 정당성 확보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즉 향후 금속노조는 집행부만의 노력보다는 각 정파조직과 대공장지부 집행부 등 공식 비공식 단위를 아우르는 통합적 결정과 실천을 필요로 한다. 이런 점에서 신임 집행부가 꺼냈던 패는 금속노조가 처한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는데 태생적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아니면 안된다는 주장에 대해 조용히 ‘한번 해봐라’는 침묵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해서 향후 인선과정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파 활동가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통합력 발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2년의 권력이 아니라 20년의 권력을 바라본다면 이보다 좋은 방법이 없을 듯하다.
두 번째는 빨리 걷되 조급하지 말자는 것이다. 지역지부로의 재편? 중앙교섭 성사, 완성차의 중앙교섭 참가? 이 2가지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금속노조의 발목을 잡는 사안이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대의원대회의 결정이 그러한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역량을 거저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노동조합에서 역량도 안되면서 결정이라는 이름으로 뭔가를 강제로 이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결정의 결과가 문제가 아니라 결정의 과정이 문제인데, 이는 금속노조의 운영과정에서 다시 한번 깊이 되짚어 볼 가치가 있다. 소위 4만명 시절의 금속노조에서 ‘한다면 한다’는 기풍은 결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각자의 조건이 주장되고 검토되는 과정의 결과였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금속노조가 처한 현실, 오히려 지난 3년이 잃어버린 시기였다는 평가를 하루라도 빨리 뒤로 하기 위해서는 행보를 빨리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참아야 한다. 향후 2년은 뭔가 새로운 것을 도모하기 보다는 왜곡되고 뒤틀린 것을 새롭게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의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속노조의 현상태는 여러모로 좋지 않다. 현대자동차지부와 회사의 행보, 기아자동차 집행부의 향배, 대우자동차의 사정과 지부의 태도 등과 기업지부에 대한 지역지부의 지나친 기대와 근거없는 실망감, 통합지도부 구성의 실패, 선거 막후에서의 합종연횡에 대한 흉흉한 소문 등은 여러 가지로 금속노조의 통일된 혹은 최소한의 합의에 기초한 결정과 사업집행을 가로막을 것이다. 그간 이러한 모든 사안을 대립적인 것으로만 보았다면 이제 통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서로 상대방에 대해 짐작하고 있는 것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지부 집행부가 중도여서 부담될까? 실리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면 기존의 현대자동차지부 집행부들과 별 차이가 없을 터이다. 마찬가지로 이경훈 집행부도 회사가 적극 지원하지 않는한 일정 범위내에서는 전투태세를 갖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도 있겠다. 여러 가지 조건을 감안해 전략방향을 잃지 않으면서 현실적인 접근방식을 찾는 것이 6기 집행부의 가장 큰 딜레마가 될 것이다. 이러한 딜레마를 금속노조내 나머지 세력들이 공격의 수단으로 활용할지, 아니면 금속노조의 전망을 열어가기 위한 지렛대로 여길지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6기 집행부의 몫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