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발 금융위기의 교훈
두바이발 금융위기의 교훈
이상동 정책연구원 자문위원(새사연 연구팀장)
“끝나가는 듯 해 보였던 금융위기가 재발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중동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팜 아일랜드' 등으로 널리 알려진 두바이 국영 개발회사 두바이 월드가 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자 나온 언론 기사의 한 대목이다. 사막의 작은 나라일 뿐인 두바이에서, 그것도 회사 하나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다고 해서 세계 금융이 요동치는 이유는 왜일까? 두바이월드는 두바이 외채의 4분의 3을 갖고 있어 두바이 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고, 더 우려되는 것은 두바이의 몰락이 확실시될 때 외국 자본이 일시에 철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97년 한국과 동아시아의 외환위기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로 우리는 급격한 자본유출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똑똑히 지켜보았다. 그래서 최근 세계 금융규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스티글리츠 콜럼비아대 교수는 차리라 모라토리엄을 선언해 버리는 것이 낫다는 말까지 했다. 그나마 채권자들이 자본을 유출시키지 못하게 함으로써 연쇄적인 자본유출을 막고 채권자들에게 문제해결에 일정하게 동참시키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성장을 위해 외국 금융자본이 들어오기 쉽게 만들어 놓았다면 그 만큼 나가기도 쉬울 수밖에 없다. 밀물처럼 외국자본이 밀려들면서 유구하게 고속성장을 누릴 것처럼 보였던 개방형 국가들에게, 아무런 제동장치 없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외국 금융자본의 탈출은 곧 경제기반의 붕괴를 의미한다. 아이슬란드가 그렇고, 동유럽이 그러하며 두바이 또한 마찬가지다. 애초에 개방과 자유화로 호황을 누렸던 이들 나라들은 글로벌 금융자본주의가 성장기를 누리는 동안에만 한시적으로 생존할 운명이었던 셈이다.
“금융, 부동산, 관광으로 급성장해온 두바이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세 분야 모두 몰락하면서 위기로 치닫고 있다.”(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
어쨌든 두바이의 위기는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가깝게는 올해 초인 2월에 아부다비가 구제금융을 제공했던 때라 할 수 있겠다. 이 때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유럽의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 동유럽을 거쳐 그 다음이 누구냐에 초미의 관심이 몰려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 몫은 두바이였다. 해외 채무 800억 달러 가운데 연내에 도래할 150억 달러 정도도 스스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두바이의 몰락은 이미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던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새만금을 한국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며 치켜세웠던 두바이경제는 바로 여기까지인 셈이다. 두바이는 석유부국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소속되어 있긴 하지만 막상 석유 비중은 3퍼센트 남짓 밖에 되지 않으며 실제로는 건설과 연계된 금융과 부동산, 관광으로 움직여져 왔다. 과도한 자본유입과 토목건설에 의존해 왔던 두바이의 결과를 현 정부가 똑똑히 알 필요가 있다.
그런데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두바이의 위기는 훨씬 그 이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벌써 3,4년 전부터 두바이는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바이 경제 성장의 핵심은 자유화, 개방화에 있었다. 성장의 핵심동력인 자본과 인력을 대부분 외국에서 끌어온 것이다. 한쪽에서는 엄청난 금융자본주의 팽창에 따라 넘쳐나는 자본을 서구 선진국들에게서 끌어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쏟아지는 아시아 시장의 값싼 노동인력(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등)을 대규모로 수입하여 인위적인 대규모 부동산 건설을 추진해온 것이 2000년대의 두바이 경제다.
특히 두바이 인구 약 160만 가운데 80퍼센트가 넘는 120만 이상이 두바이 국적 없이 단지 ‘돈벌이’를 위해 두바이로 몰려들어온 외국인이었다. 애초 두바이 국민은 아이슬란드와 다름없는 30만을 조금 넘는 규모였다. 건설경기가 점차 침체로 접어들자 임금체불이 늘어났고 노동자들의 항의시위가 늘어 왔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 들어 두바이의 인구가 줄어드는 지경에까지 왔다. 체불된 임금마저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USB은행에 따르면 올해에만 인구의 8%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언론들은 금융위기 이전까지 두바이는 “세금이 없고, 외환거래 제한이 없고, 노동쟁의가 없고, 외국기업 소유권에 제한이 없어” 두바이가 발전하고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두바이를 극찬해 왔던 대통령과 함께 해 온 것이다. 이제는 세계 최대의 인공섬, 세계 최고의 빌딩 그리고 최대의 공원시설이 금융과 건설로 사막에 쌓은 신기루로 끝날 위기에 처해 있다.
4대강 사업이 ‘강 살리기’ 사업이며 ‘환경 사업’이라고 강변하는 대통령 앞에 두바이의 교훈 역시 신기루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