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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동력을 일으키기 위해 교육운동의 불을 지펴야 한다

금속노조연구원   |  

운동의 동력을 일으키기 위해, 교육운동의 불을 지펴야 할 때다.


 


한국노동운동연구소 부소장 정일부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노동운동이 위기라 말하고 있다. 언제는 위기가 아니었냐고 말하던 사람도, 1월1일 새벽에 복수노조‧전임자임금 문제가 법처리된 이후에는 노동조합운동이 위기 상황이라는 데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이번에 처리된 복수노조‧전임자임금 문제나 용산‧쌍용차‧미디어법 처리와 철도‧공무원‧전교조 징계 등 일관되게 추진된 이명박 정부의 탄압 때문만은 아니다. 위기의 원인은 외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내부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주체동력의 무기력이나 변질이 주요 원인이라는 진단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안에서부터 무너져 가는 노동운동을 다시 일으키는 일이 정말로 쉽지 않다는 판단들이다. 몇몇 개혁 조치로는 안 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이 뿌리깊고 종합적이기 때문에 노동운동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는 일이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기도 만만치 않다는 의견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20여 년, 노동운동의 젊은 청춘들은 무엇을 잘못했던 것일까? 87년부터 지금까지 조직해 왔는데도 노동운동이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는 지금,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지금과 같은 질곡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사회에 노동과 자본의 적대모순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비민주․폭압적인 친자본 정권의 지배가 계속되는 한 노동자의 저항의 동력은 없어지지 않고 역사와 현실정치의 저변에 살아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 개별적이고 비의식적인 동력을 어떻게 조직할 것이냐는 데 있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래의 노동운동이 대기업‧정규직의 임단투를 중심으로 한 노동조합운동이었다면, 이제 노동자 전체를 묶어 세움으로써 다른 계급계층과의 연대를 강화해나가는 노동운동이어야 한다.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 노동력의 재생산 과정을 보호하고 노동조합운동의 계급적 조직화를 이루어야 하며, 나아가 노동자계급 외의 계급계층과 연대를 강화해나가야 한다.


그것은 소진되고 있는 87년 노동운동의 동력을 딛고 일어서 노동운동의 정신을 되살려내는 일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노동자들이 자본의 이데올로기와 소비 문화에서 벗어나서 노동자의 의식과 생활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해나가야 한다. 또한 이미 노동자들의 다수가 되어 있는 비정규․여성․이주 노동자들, 이들이 노동운동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진이 필요한 때다.


결국, 기존의 간부‧활동가들이 다시 시작하는 마음과 자세로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특히 실천하는 노동자를 새롭게 발굴하고 양성하는 일들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노동운동의 정립을 위하여, 대대적인 교육운동을 시작할 때다.


기본적으로 노동조합부터 교육운동을 중심사업으로 다시 배치해야 한다. 의견그룹 역시 이러한 교육운동에 어느 때보다 힘을 실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노동운동의 토대를 만들기 위한 교육운동은, 노동조합과 의견그룹 조직을 넘어 독립적 기관을 지향해나갈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은 그 성격상, 항상 수많은 현안을 바로바로 다루어야 하는 조직이고 따라서 긴 안목에서 교육을 준비하고 차근차근 그 실행을 해가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금의 의견그룹들은 아직은 선거조직의 모습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노동운동의 통합력을 높여야 하는 지금 의견그룹별로 나뉘어 교육운동이 전개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노동운동이 처해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20여 년을 발전시켜온 노동운동, 그럼에도 그 동력이 사그라지고 있는 지금, 새로운 노동운동의 동력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전국 각지에서 교육운동의 불을 지펴야 한다. 노동조합에 있든 의견그룹에 있든, 자신의 능력이 조직을 잘 하든 선전을 잘 하든, 새로운 교육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모두가 함께 자신을 던지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노동운동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동력의 확대‧재생산, 그 토대를 만들기 위한 교육기지의 건설은 지금 무엇보다 힘을 실어야 할 중장기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