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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최저임금 - 요원해지는 격차 완화

박용철/한국노동사회연구소
금속노조연구원   |  

2024년 최저임금이 논란 끝에 시급 9,860원으로 결정났다. 금년에 비해 240원, 2.5% 인상된 액수다. 노동계 입장에서는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그리고 산입범위 확대 등을 고려할 때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참담한 수준이다. 이에 반해 사용자측은 당초 계획대로 동결은 못 했지만, 나름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이번 최저임금 심의과정은 그동안 최저임금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사안들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더욱 혼란스러웠고 심각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매년 겪고 있는 문제들을 이제라도 숙고하고, 논의하여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먼저, 최저임금 결정기준의 정립이다. 이것은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데, 최저임금법에서는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매년 다른 결정기준을 사용하거나 기준과 관계없이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의 최소한의 기준인 생계비와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을 기준으로 하면서 소득분배율이나 노동생산성 등을 고려하여 결정기준을 정형화해 놓고, 시기별 상황을 일부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최저임금 심의 ‧ 결정방식의 개선이다. 현재 노사공 각 9인의 위원을 위촉해 최저임금을 심의 ‧ 결정하고 있는데, 외형적으로는 민주적으로 보이지만, 통상적으로 노사 간 견해 차이로 인해 대부분 공익위원의 중재안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공익위원은 실질적으로 정부 정책이나 방향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부 의사가 관철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최저임금은 객관적 기준에 의해 결정해야 함에도 이를 협상에 의해 결정하는 방식은 최저임금의 기본 취지에도 부적합하다고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위의 결정기준이 정립되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이는데, 기본적으로 정형화되어 있는 결정기준을 바탕으로 부수적인 항목 정도를 조정하거나 협상 방식의 보완을 통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산입범위 확대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2024년부터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함으로써 전체 사업장이 이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사업장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 이러한 현상은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더 크게 나타나 최저임금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데, 이에 대한 법규정을 원상복구하여 최저임금의 취지를 살릴 필요가 있다.

 

네 번째, 최저임금의 고용효과에 대한 논란의 종식이다. 그동안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실업이 증가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여러 연구결과와 사례를 통해 볼 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실업이 증가한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는 상황이며, 특히 더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의 목적은 고용효과 제고가 아니라 노동자의 임금수준 보장과 생활안정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각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상공인 ‧ 자영업자의 비용부담이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비용상승은 인건비 보다는 임대료,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수료, 원자재값 상승이 주된 부분인데, 이를 가변비용인 인건비만의 문제로 돌리지 말고,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다섯 번째,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이다. 사용자 측은 업종별로 상황이 다르고, 일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어디까지나 최저임금은 모든 업종에 걸쳐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 이상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며, 이미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노임단가들이 존재하므로 이것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업종별 최저임금은 법정 최저임금 이상으로 결정하게 되어 있다.

 

간략하게 최저임금의 문제점을 정리했는데, 우리나라의 모든 정치가와 학자들은 이중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단순히 그럴듯한 수사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안전망이 부족하고, 복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최저임금이 가장 기본제도임을 인식하고, 합리적이고 타당한 최저임금제의 개선을 통해 최저임금제의 취지대로 노동자의 임금보장과 격차 해소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