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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박용철/한국노동사회연구소
금속노조연구원   |  

2023년 한해도 어느새 저물어 가고 있다. 본격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각종 정책이 추진된 2023년도에 과연 노동정책의 성적은 어느 정도인가? 사실 보통은 궁금하기도 한데, 그것 보다는 여러 가지 의문과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개인적으로 노동 관련 이슈 중 중요한 것 몇 가지를 돌이켜 보고, 아쉬운 마음과 함께 경각심을 제기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이슈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2년 연장 추진이다. 물론, 현재 시행중에 있는 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도 상당한 문제가 있고,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체 재해의 70%, 중대재해의 6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미 2년의 유예기간이 경과한 상황에서 이를 또다시 연장하려고 하는 것은 최소한의 산업안전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여러 업종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수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노동기본권 중 산업안전이 가장 미흡하고, 보완이 필요함을 토로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업무상 재해가 감소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것도 끼임이나 추락 등 지극히 기본적인 부분에서 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근본적인 노동자의 안전을 정부에서 나서서 회피하고, 사용자 책임을 면해 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2년 유예가 점점 가시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민과 대안이 절실해 보인다.

 

두 번째 이슈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좌절이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적인 내용은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확대하는 소위 “사용자 개념의 확대”와 단체교섭 범위의 확대(이상 노조법 제2조),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기여도에 따라 부담(동법 제3조)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불법파업 방조법이라는 식의 프레임에 갇혀 결국 국회와 대통령 거부권에 막혀 최종적으로 통과가 좌절되었다. 필자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 확대와 단체교섭 범위 확대(노조법 제2조)에 방점을 두고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노동조건의 실질적 결정권자인 원청사용자에게 교섭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ILO 등 국제기구에서도 보장을 권고하고 있는 당연한 사안이고, 노동조건 유지·개선 외에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고용 관련 사안까지 교섭 범위가 확대된다면, 노동3권 보장 범위가 상당부분 확대될 것이며, 나아가서는 단체행동권의 범위와 민사면책 범위(노조법 제3조) 역시 연쇄적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였고, 노조의 역할도 내심 기대했는데, 끝내 좌절돼 아쉬운 생각이 든다. 중요한 일인 만큼 다시 후일을 도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이슈는 2024년 최저임금 9,860원 결정이다. 9,860원은 2023년 대비 240원(2.5%) 인상된 액수다. 2.5% 인상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고,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액수로는 여전히 1만원에 미달하는 금액이다. 최저임금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다수 노동자들의 생계를 보장하는 최저 한도이며, 저임금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사업장에서 노동자 임금의 기준 역할을 한다. 노동시장 양극화가 여전하고,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했던 저임금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 등 다양한 고용형태 종사자들에게 최소한의 임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는 그 책임을 노동자와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끊임없이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을 꾀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노사공 논의를 통해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고, 보다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결정기준(지표)을 정하고, 심의 ‧ 결정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무엇보다 정부는 최저임금 수준의 상향을 통해 국가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고, 선순환시킬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한 보다 합리적이고 포괄적인 노동계의 역할 역시 필수적이라고 할 것이다.

 

네 번째 이슈는 며칠 전 있었던 대법원 판결 문제인데, 연장근로시간 정산기간을 현재 일 단위에서 주 단위로 산정하여 1주간의 총 연장근로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된다는 내용이다. 고용노동부는 발 빠르게 이 판결을 따르는 행정해석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1일 8시간(근로기준법 제50조), 최장 12시간(동법 제51조)을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판결에서는 쟁점이 되었던 제53조(연장근로의 제한) 규정에 1일 근로시간 한도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주 단위로 적용하면 된다고 해석한 것인데, 이것은 그동안의 관행과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이라는 현실을 무시한 매우 기계적인 해석이고, 사용자에게 치우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계의 적극적인 대응과 입법적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섯 번째 이슈는 주 69시간 노동제 추진 등 노동시간 관련 문제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노동시간 관련 제도 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는데, 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연장근로시간 년 단위 확대 등이 그것이다. 이 제도들은 모두 근로시간이 많아지더라도 그것에 대한 사용자의 금전적 보상을 축소하고, 한편으로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훼손할 수밖에 없는 제도들로서 역시 사용자 편향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저임금 장시간 노동, 산업재해 등에 직면해 있는 우리나라 다수의 노동자들을 위한 대안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에서는 이러한 시도를 끊임없이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까지는 법 개정 사항이라 그 추진이 유보되고 있지만, 향후 어떤 방법으로라도 추진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행령이나 행정지침 변경을 통해서도 그렇다. 노동계는 한시도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상 주요한 다섯 가지 이슈를 제시했지만, 그 밖에도 노조회계 공개, 파견근로자 업종 확대, 파업시 대체인력 투입, 공공부문에서는 경영효율화라는 미명하에 자산매각, 구조조정, 외주화, 직무성과급제 등 이슈가 현재까지 진행중이다. 최근 국회 산자위를 통과한 지역균형투자촉진특별법안에서는 특별구역의 경우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핵심적인 노동관계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위 전방위적으로 매시간 빈틈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2024년에는 총선이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그 결과에 따라 이러한 양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모두들 정신 바짝 차리고, 온몸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