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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위반은 경제 범죄다

이명규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금속노조연구원   |  

 

 

노동법 위반은 흔히 노사분쟁이나 행정 위반으로 다뤄진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성격이 다르다. 임금 체불, 최저임금 위반,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사회보험 회피, 위장도급, 불법파견, 가짜 프리랜서 계약은 모두 비용을 줄여 이익을 남기려는 행위다. 법을 지키는 기업보다 법을 어기는 기업이 더 싸게 생산하고 더 빨리 납품할 수 있다면 그 시장은 이미 왜곡돼 있다. 그래서 노동법 위반은 단순한 규정 위반이 아니라 공정경쟁을 무너뜨리는 '경제 범죄'로 봐야 한다. 핵심은 도덕이 아니라 유인이다. 위반으로 얻는 이익보다 적발과 제재의 비용이 더 커야 법이 작동한다.


한국도 뒤늦게 이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기 시작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고용노동부가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종합소득 자료와 고용보험 자료 등 관련 정보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항은 이른바 '가짜 3.3' 문제를 겨냥한 제도적 토대다. 실제로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하지만, 서류상으로만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처럼 처리하면, 사용자는 4대 보험, 퇴직금, 연장수당, 해고 제한 같은 책임을 줄일 수 있다. 노동 행정이 처음으로 세무·보험 자료를 활용해 노동법 회피를 구조적으로 추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변화는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한국의 노동 감독은 신고 의존적이고 사후적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은 출발점일 뿐이다.


왜 더 나아가야 하는가. 숫자가 말해 준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임금체불액은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 2조 448억 원을 기록했고, 2025년에는 2조 678억 원으로 더 늘었다. 피해 노동자는 2025년에 26만 2,304명이었다. 그런데 2025년 임금 체불 사건의 사법처리율, 곧 검찰 송치 비율은 22.6%에 그쳤다. 정부가 대신 지급한 대지급금의 회수율도 26% 수준이었다(경향신문, 2026.2.20). 체불 규모는 2조 원대인데, 10건 중 8건 가까이는 형사절차로 가지 않고, 국가가 대신 지급한 돈의 4분의 3도 사용자에게서 회수하지 못하는 셈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걸려도 버틸 만하다"는 계산이 가능해진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임금체불은 줄지 않는다.


쿠팡에서 잇따라 드러난 과로사 논란도 같은 문제를 보여 준다. 2025년 11월 고용노동부 장관은 쿠팡 물류센터를 불시 점검하며 반복되는 심야 노동이 뇌심혈관계질환 등 노동자 건강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이 사안의 핵심은 개별 사고가 아니다. 초단기 배송, 상시 야간노동, 강한 속도 압박, 다층적 외주와 위탁 구조가 결합하면 기업은 더 빠른 배송과 더 낮은 비용을 얻고, 노동자는 건강과 생명의 위험을 떠안는다. 과로와 건강권 침해까지도 결국 비용 절감 전략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이 역시 노동법 위반을 경제 범죄로 봐야 하는 이유다.


해외는 이 문제를 훨씬 더 엄중하게 다룬다. 영국은 최저임금 위반 감독을 노동부가 아니라 영국 국세청(HMRC)이 맡는다. 2023~2024 회계연도에 HMRC는 4,600건의 사건을 종결했고, 5만 2,000명 넘는 노동자에 대해 체불임금 760만 파운드(129억 2,000만 원)를 적발했다. 같은 기간 723건의 벌과금을 부과했고 총액은 520만 파운드(88억 4,000만 원)였다. 10개 사용자는 형사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National Minimum Wage Enforcement and Compliance Report 2023-24). 영국의 요점은 분명하다. 최저임금 위반을 사후 권고가 아니라 금전 제재와 공개 제재가 결합된 국가 집행 사안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독일은 더 강하다. 관세청의 세무·노동법단속과(Finanzkontrolle Schwarzarbeit, 이하 FKS)는 세관 조직 안에서 불법 고용, 사회보험 미납, 최저임금 위반, 불법파견, 불법 노동을 함께 다룬다. 독일 연방의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FKS가 부과한 과태료·추징·몰수액은 9,610만 유로(1,441억 5,000만 원), 형사재판에서 확정된 벌금은 3,050만 유로(457억 5,000만 원)였다. 합치면 연간 약 1억 2,660만 유로(1,899억 원)다. 독일 재무부의 2024년 실적 자료를 보면 FKS는 2024년에 사용자 점검 2만 5,274건, 형사절차 9만 6,813건, 행정질서 위반 절차 4만 9,686건을 기록했다. 독일은 노동법 위반을 임금 문제에 가두지 않는다. 조세, 사회보험, 공정경쟁을 함께 훼손하는 행위이자 독일 복지국가 이념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세관·재정 권한을 동원해 대응한다. 노동법 위반을 경제 범죄로 다루는 가장 전형적인 사례다.


비교하면 한국의 약점은 뚜렷하다. 독일과 영국은 해마다 실제로 큰 금액의 제재를 부과한다. 독일은 연간 1억 유로가 넘는 금전 제재를 집행하고, 영국은 최저임금 위반만으로도 수백 건의 벌과금, 수백 개 사업주 명단 공표, 수만 명 노동자에 대한 환급을 계속 집행한다. 반면 한국은 피해 규모는 거대한데도, 벌금·추징·회수·공표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이뤄지는지 보여 주는 통계가 없다. 체불액은 공개되지만 얼마나 많은 사업주가 실질 손실을 입었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기업은 법조문보다 실제 비용을 본다. 비용이 낮으면 위반은 계속된다.


이 점에서 최근 시행된 노조법 개정도 중요하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넓히고 원하청 공동교섭의 길을 열었다. 이것은 단지 교섭권 확대가 아니다. 원청이 단가, 납기, 인력, 공정, 작업 속도, 안전 기준을 사실상 결정하면서도 책임은 하청에 떠넘기면, 하청은 법을 지킬 여력을 잃고 시장에서는 저가 경쟁과 위험의 외주화가 굳어진다. 사용자 정의 확대와 공동교섭은 진짜 결정권자를 책임의 장으로 끌어내는 장치다. 그래서 이것은 노동권 보장인 동시에 공정한 시장 경쟁의 기초다. 책임을 외주화한 기업이 더 싸게 납품하는 시장은 공정하지 않다.


이제 필요한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가짜 3.3'에 한정된 자료 연계를 임금 체불, 최저임금 위반, 사회보험 회피, 위장도급, 불법파견, 장시간 야간노동과 건강권 침해까지 넓혀야 한다. 둘째, 노동부와 국세청의 협업을 정보 조회 수준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위반 사업장에 대해서는 세무 검증, 보험료 추징, 정부 지원 제한, 공공조달 불이익, 명단 공표가 체계적으로 연동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처벌 통계를 통합 공개해야 한다. 피해액만이 아니라 벌금, 추징, 송치, 회수율, 명단 공표까지 함께 보여줘야 정책도 바뀌고 사회적 감시도 가능해진다. 넷째, 반의사불벌 구조와 낮은 실효 처벌 문제도 손봐야 한다. 임금을 일부 지급하거나 늦게 합의하면 처벌을 빠져나가는 구조가 남아 있으면 노동법 위반은 계속 비용 계산의 대상이 된다.


노동법 위반은 경제 범죄다. 노동자의 권리를 깎고, 사회보험 재정을 훼손하고, 법을 지키는 기업을 불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제 '가짜 3.3' 단속, 쿠팡 사례로 드러난 장시간 야간노동과 건강권 침해, 원하청 공동교섭과 사용자 정의 확대를 하나의 방향으로 묶어야 한다. 법 위반이 이익이 아니라 손실이 되게 만드는 방향이다. 그래야 노동권이 보호되고 과로와 위험이 비용 절감 수단이 되지 않으며 시장도 공정해진다. 법의 실효성은 조문의 강도가 아니라 위반의 가격에 달려 있다. 노동법 위반을 경제 범죄로 다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