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조합이 되길 기원하며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65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3.1%에 이르고 있는데 2030년에는 24.3%, 2040년에는 32.3%로 증가될 전망이다. 노인인구 증가와 비례하여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퇴직도 증가하고 있다. 금속노조의 정확한 통계를 확인할 길이 없어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의 10년 내 퇴직예정노동자 자료를 입수해 보았더니 기아자동차가 5,701명, 현대자동차가 15,732명이다. 기아자동차의 퇴직자는 점차 증가하여 10년뒤에 퇴직하는 51세 나이에 이르면 한해에 1,391명이 퇴직하고, 현대자동차 역시 점차 증가하여 10년 뒤인 64년생의 경우 한해에 2,393명이 퇴직한다. 10년내에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퇴직비율 약 34%를 금속노조에 단순 적용하면 15만명 중 약 50,000여명이 퇴직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마도 이보다 적을 수도 있는 등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으나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상당수가 10년 내에 퇴직하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퇴직자들은 급증하나 이에 대한 노사정의 대책수립은 전무한 상태이다. 자본의 퇴직자들에 대한 대책은 없다. 그들은 준고령노동자들에게 퇴직준비를 시키기는커녕 임금피크제실시 등으로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며 조기퇴직시키는데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국가의 퇴직자들에 대한 대책 역시 전무한 실정이다. 즉, 박근혜 정부는 퇴직자들에 대한 대책을 국가적으로 수립하기 보다는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 비정규직화에 몰두하고 있다.
금속노조를 포함한 노동조합도 자본과 국가에 비해 결코 낫다고 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존 노동조합은 현직에 있는 60세 이하 노동자들의 문제에 국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노동자가 나이를 이유로 해고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어떤 대책을 강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노동조합은 퇴직자들을 위한 조합차원의 대책을 수립하기 보다는 퇴직후 조합원들이 다른 일자리를 마련하여 잘살면 좋지만 못살아도 자신들의 영역 밖이라는 사고방식에 젖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사회현실을 살펴보면 퇴직후 노동자들은 자식결혼비용, 병원비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나 그것을 해결할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즉, 퇴직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고, 터무니없는 복지 수준으로 인해 그들은 개별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어보지만 결국은 생애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그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대단한 고통이기 때문에 퇴직노동자들 중 많은 분들이 연명보다는 자살을 택하고 있는 선배노동자들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선배노동자들(노인들)의 자살률은 부끄럽게도 OECD 1위이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금속노조의 퇴직조합원들에 대한 대책수립이 시급하다는 것을 얘기하고자 한다. 아시다시피 베이비부머세대들인 퇴직노동자 및 퇴직예정노동자들은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주역들이다. 즉, 이들 노동자들은 87년 투쟁을 감행하여 이 땅에 민주노조의 기초를 다지고, 오늘의 민주노총을 태동시킨 주역들이다. 따라서 자본이 지배하는 국가와 사회가 이들 노동자들을 내팽개쳐도 우리는 노동자의 의리로 퇴직자들을 품에 안고, 그들과 함께 민주노조의 발전 및 사회의 민주화, 노동해방을 위해 전진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우리의 동지인 퇴직자 및 퇴직예정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데 노동조합이 국가 및 사회와 공범이 되는 경우는 결코 발생해서는 안될 일이다.
우리가 서유럽 노조들을 그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겠으나 퇴직노동자들에 대한 서구노조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그런 이유로 독일 금속노조(IG Metal)의 퇴직노동자들에 대한 정책을 조금 소개하고자 한다. IGM은 취업전-취업시기 뿐만 아니라 퇴직시기에도 노동조합으로서 기능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노조활동의 목적은 노동자의 노동 및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는 것이고, 이는 노동자 생활의 모든 시기에 걸쳐 유효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노동자의 취업전 단계(제1국면) 및 취업단계(제2국면)와 마찬가지로 퇴직(시니어) 단계(제3국면)에서도 노조의 이해대변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이런 관점하에 IGM는 퇴직자에 대해 ‘현재의 노동자들은 현 퇴직자들의 과거 어려운 정치적 투쟁에서 승리한 유산의 덕을 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금속노조는 현 퇴직자들의 경험을 포기할 수도 없고, 또 포기해서도 안되며, 그들이 각 현장단위에서 공동작업에 참여하는 것을 여전히 환영해야 한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IGM은 △ 증가하고 있는 실업자 문제와 그 이해관계를 정치권의 현안문제로 이슈화하고 △ 퇴직자의 새로운 삶을 위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 모든 취업이나 삶의 국면에서 퇴직자들이 직접 자신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도록 안내한다라는 3개의 사업방향을 정리하고 있다.
앞의 사례의 핵심은 외국 노동조합은 퇴직시기에도 노동조합으로서 기능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한국의 노동조합은 취업단계에서만 노동조합으로서 기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퇴직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보호하려는 노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 부끄러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의 노동조합도 IGM처럼 퇴직노동자들에 대해 올바른 입장을 정리하고 그들을 위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금속노조에게 △ 현재의 작업장 민주화/사회민주화는 현 퇴직자들의 투쟁승리의 결과물임을 분명히 하고 △ 노동조합의 임무는 작업장 민주화 뿐만 아니라 사회민주화 나아가 노동이 주인되는 세상 건설이기 때문에 퇴직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 퇴직자들이 생활임금에도 못미치는 낮은 임금, 저질의 일자리에서 인간이하의 삶을 살아가지 않도록 노동조합이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그리고 중앙교섭에 퇴직준비를 위한 조항을 넣고 이를 단협으로 확보할 것을 부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