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임원 선거의 마인드 전환을 권하며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으로 재직할 때 몇 권의 보고서를 냈었다. 그 중에는 2011년 9월에 발행한 ‘금속노조 위기진단과 대안모색’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이 보고서는 총론, 금속노조의 재구성, 대공장운동의 재구성, 지역지부운동의 재구성, 별첨자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보고서의 학문적 깊이가 높다고 말할 수 없으나 보고서 내에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등 완성3사 주요간부들의 인터뷰 내용과 완성3사 조합원 설문조사결과를 담고 있기 때문에 금속노조와 금속노조의 주요축인 대공장지부를 진단하는데 필요한 객관적 자료를 충분히 갖고 있는 보고서라고는 말할 수 있다.
그 보고서의 연구책임자였던 필자는 금속노조의 재구성 부분에서 금속노조 임원선출의 재구성에 대해 언급했었다. 그 주장의 핵심 부분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조합주의, 경제주의 늪에 빠진 금속노조를 다시금 변혁성을 갖는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그런 방향으로 금속노조를 이끌 임원진 선출이 필요하다. 즉, 위-수-사의 경우 이를 위한 정세판단력, 정책적 판단력, 통합력 등을 고루 갖춘 자들이 선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속노조의 선거제도에 일정한 변화를 주어야 한다. 변화에서 중요한 것은 준비된 자가 조합원의 검증을 받아 선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금속노조의 경우 언론 노출이 많은 곳이 아니기 때문에 언론을 통해 후보자들을 드러내놓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 후보자들이 자신을 드러내놓을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을 대폭 열어주어야 한다. 이것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예비후보 등록과 예비후보의 활동 보장이다. 준비된 자의 선출을 위해 최소 6개월 전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예비후보자들이 공식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적어도 ‘금속노조를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출마자들이 충분한 역량을 갖춰야 하고, 그것을 조합원들로부터 검증받아야 한다는 것, 조합원들의 충분한 검증과 인정을 받을 때 강력한 통합력을 발휘하며 금속노조를 변혁성을 가진 조직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 필자 주장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발행된 지 6년이 지났지만 금속노조 임원선거 방식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공장을 포함한 전국단위 현장조직 출신이 아니면 출마자체가 어렵고, 조합원들의 검증보다는 현장조직의 추천과 힘겨루기에 의해 당선된다. 그리고 당선된 위원장의 정세판단력, 정책적 판단력, 통합력은 여전히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당선인의 주요 활동이 금속노조를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의 선봉부대로 이끄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금속노조의 주구성원들인 지부, 지회 등의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에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선거시에는 현장조직 간의 차이를 ‘무진장’ 강조하지만 당선 후 하는 행위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 조합원들 입장에서 보면 그놈이 그놈일 뿐이고, 2년마다 위원장이 바뀌지만 금속노조는 바뀌지 않는다.
2017년 9월, 예년과 다름이 없는 방식으로 금속노조 임원선거가 치러진다. 선거가 임박해지자 현장조직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변방에 사는 필자의 귀에도 들려온다. 즉, 대공장의 활동가들이 부지런이 당선가능한 현장조직을 찾아 움직이며, 과거 자신의 소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자들과 손을 잡았다, 금속노조 회의실, 대전 등지에서 소위 현장조직 활동가들의 토론이 진행되었다는 등등의 소문을 듣는다. 이런 저런 소문은 현장조직들 간의 소위 짝짓기, 훌륭한 후보 발굴보다는 당선 가능한 위수사 조합 맞추기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결국 짝짓기에 성공한 몇몇 그룹들이 후보를 낼 것이고, 금속노조의 선거는 그들만의 리그로 흥행없이 진행될 것이며, 조합원들은 후보의 면면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투표를 할 것이고, 1차에서 50%를 넘기는 후보가 없어서 결선투표를 한 후 임원진을 구성할 것이며, 금속노조는 새로운 임원들에 의해 전혀 새롭지 않은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다. 안보아도 비디오인 금속노조 2017년 임원 선거와 선거 후의 모습이다.
거대한 촛불혁명으로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우리가 진보로 인정하지 않는 민주당 등 보수 정치권도 셀프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왜냐하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변화를 추구하는 소위 국민대중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고, 그럴 경우 그들은 도태당하기 때문이다. 소위 보수정치권도 이러하건만 진짜 진보를 추구한다는 금속노조가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으려 하지 않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다. 금속노조 조합원들도 일주체인 국민대중들은 새로운 세상건설을 위해 새로운 방법으로 나아갈 것을 갈구하고 있건만 금속노조는 예전의 방식으로 임원을 뽑고, 이전의 내용과 방식으로 금속노조를 운영하려고 한다. 그 결과 새로운 인물을 선출하지만 그들은 전혀 새롭지 않은 내용과 방식으로 금속노조를 이끌 것이며, 금속노조는 새로움의 선구자가 아니라 새로움의 방해자로서 기능하게 되고, 자신들의 선언과 강령에 포함되어 있는 노동해방을 향해 나아가는 조직이 아니라 그저 임금인상만을 향해 나아가는 조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심하게 표현하면 국민들의 지지를 잃은 보수정당처럼 도태의 길을 걸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정말 간절하다. 그럴려면 금속노조는 무엇을 해야할까?
임원선거를 몇 개월 앞둔 지금, 금속노조를 다시 진단해보고,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선거에서의 마인드 전환을 권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