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철수, 어떻게 대응 할 것인가
설 연휴를 코앞에 둔 2월 13일 제너럴모터스(GM)는 군산공장 폐쇄를 정부에 통보하고, 언론에 공표하였다. 한국 내 4개 공장 중 군산공장을 5월 말까지 폐쇄하고, 나머지 3개 공장 운영 계획도 정부, 노조와 협상한 뒤 최종 방침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한국정부의 지원과 노조의 양보가 없다면 다른 공장 폐쇄와 함께 한국 철수를 공식화한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생소하지만 GM의 공장 철수 논란은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매년 반복되었던 소문의 현실화일 뿐이다. 보수언론들은 GM의 철수 원인을 ‘낮은 생산성과 고임금’으로 단순화한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누적 적자가 3조원에 이르지만,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3년 7300만원이었던 것이 ’16년 8700만원으로 19% 올랐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GM의 경영 실패와 이를 감시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을 점잖게 꾸짖는다. 다국적기업의 횡포와 무책임성에는 비판의 칼날이 무뎌진다. 회사 측의 보도 자료를 신문기사로 그대로 전달한다. 노동조합과 정부가 양보하지 않으면 30만 한국GM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실직한다고 협박한다. 시기도 절묘하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를 압박하는 최상의 카드다. 미국의 통상전략과 트럼프대통령의 지원사격도 이어진다.
GM의 철수 압박은 다국적기업의 전형적인 레짐쇼핑(regime shopping)이다. 세계화의 날개를 단 다국적기업들은 생산거점을 생산비용이 적게 드는 국가로 이동시키는 레짐쇼핑을 통해 각국의 노동관련 보호규제의 완화와 저임금을 관철해 나간다. 다국적기업 GM의 공장철수 압박과 이익 챙기기는 유명하다. 2008년에는 GM이 인수·운영하고 있던 스웨덴 사브 자동차공장에 대해 재무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스웨덴 정부한테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스웨덴 정부가 거부하자 보란 듯이 철수하였다. GM은 2014년 호주 정부의 지원이 중단되자 GM홀덴 공장을 폐쇄하고 철수한 바 있다. 2016년에는 캐나다 오샤와(Oshawa)공장을 폐쇄하면서 정부와 지자체에 지원금을 요구하였다.
GM의 군산공장 폐쇄와 철수 압박은 말 그대로 꽃놀이패다. 2002년 대우차 인수이후 지난 15년 동안 GM은 온갖 명목으로 본사로 돈을 뜯어가 한국GM을 껍데기공장으로 만들었다. 한국GM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GM 본사는 한국GM에 막대한 R&D 비용을 부과하였다. 한국GM은 작년 614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글로벌 GM에 납부했다. 2014년 이후 2016년까지 GM에 지급한 연구개발비는 총 1조8580억 원이다. 해당 3년간 누적 손실(1조9718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GM은 2013년 유럽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할 때도 한국GM이 브랜드 철수 비용 2916억원을 내게 했고, 매년 글로벌 구매·물류·회계 시스템을 제공하는 대가로 수백억원을 걷어갔다. 2012~2016년 한국GM에서 본사로 지급한 업무지원비는 1300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GM본사는 스스로 만든 경영 적자의 해결 방안 제시는 고사하고 모든 책임을 한국 GM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한국정부가 지원해 주면 100만대 생산규모를 50만대로 줄이면서 서서히 한국공장의 물량을 중국으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비용 압박을 통해 한국GM을 고사시키고 한국 정부의 돈으로 철수 비용을 처리하겠다는 도둑놈 심보이다.
다국적기업의 횡포에 맞서 자동차산업을 지키고 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과 대응이 요구된다. 첫째, GM의 꽃놀이패에 맞서기 위해서는 벼랑 끝 전술이 요구된다. 최악의 경우 GM의 완전 철수를 대비한 자동차공장 살리기(매각 및 국유화)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한다. 최악의 대비가 있어야 타협안이 도출될 수 있다. 정부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 크다. 정부가 나서 한국GM의 경영 실사와 경영투명성 확보, 향후 구체적이고 책임성 있는 투자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것이 담보되지 않는 현금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둘째, 노동조합의 대응 전략이다. 노동조합의 핵심 요구는 총 고용보장이다. 노동자의 고용을 담보할 수 있는 현실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장시간노동이 이루어지고, 다른 쪽에서는 희망퇴직이 시행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보장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정부의 재정지원을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동의를 노조가 주도해야 한다.
세계화가 가져온 무한경쟁은 ‘바닥으로의 질주(The Race to the bottom)’가 될 위험성이 크다. 다국적기업은 언제든 스스로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목숨을 흥정의 대상으로 시장에 던져 놓는다. 노동조합이 시장만능주의와 무한경쟁의 낡은 고리를 끊어 버려야 한다. 그 힘은 노동자들의 연대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