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영세공장 밀집공단에 눈길을!
얼마전 시흥시 한 공무원이 사무실을 찾아와서 ‘청년노동자들이 시화공단을 찾게 하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마도 그 공무원은 청년노동자들이 시화공단을 찾지 않는 것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싶었으나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시화공단에는 1만여개의 사업체가 있기 때문에 1기업에서 1명의 청년노동자들을 채용한다면 1만여개의 청년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1만여개에 이르는 사업체들의 규모가 매우 영세하여 채용공고를 내기 어렵고, 설령 채용공고를 낸다고 해도 임금 등 근로조건이 열악하여 청년노동자들을 유인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시화공단에는 단 한명의 노동자도 고용하기 힘들어 고용 노동자가 0명인 업체가 수두룩하고, 주당 평균 52시간 일하지만 임금은 월평균 236만원에 불과(시화노동정책연구소, 2016년하반기)하며, 환경, 교통 등의 조건이 열악하여 꿈을 갖고 사는 청년노동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그다보니 시화공단에는 청년노동자들보다는 중년 이상 노동자들이 많고, 정규직노동자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으며, 이제 이 비정규직마저 외국인노동자들로 대체되고 있다.
이런 열악한 조건의 시화공단에 청년들을 취업시키려고 하니 담당 공무원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청년들이 찾는 공단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 자체를 미래비전을 갖는 곳으로 바꿔야 하고, 그것을 토대로 현재의 장시간 노동 저임금 구조에 변화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1980년대에 설계되어 현재의 산업구조를 따라잡지 못하는 시화공단을 대상으로 구조고도화를 추진해야 하고, 공단재생사업을 추진하여 환경과 교통체계 등을 개편해야 하며, 단기적으로 시의 예산으로 청년고용시 인센티브 제공이라던가, 일자리 매칭 사업 등을 추진해야 하는데,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이런 어려운 사정이 담당 공무원의 발길을 시화노동정책연구소로 돌리게 만든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시화노동정책연구소가 시화공단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도 하여 담당 공무원보다는 조금 진전된 안을 말해줄 수는 있으나 속시원한 답을 주기에는 이곳 역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시화노동정책연구소는 예산, 인력 등의 한계로 시화공단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조사연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의 친정집이라고 할 수 있는 금속노조에 눈길을 돌려본다. 이제 금속노조가 시화공단과 같은 영세사업장 밀집지역에 눈길(관심이나 주의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돌리고 이곳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산업구조 개편 등에 대한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근거로 시화공단에 개입해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간 금속노조가 공단에 대해 무관심했었던 것은 아니다.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위한 노력을 했었고, 노동연구원은 반월시화공단을 포함한 4개 구조고도화 시범단지에 대한 조사연구, 전기전자업종 조직화방안에 대한 조사연구 등을 통해 공단에 대한 기본적 자료를 축적해 놓았다. 그러나 조직화 사업은 단절적이거나 충분히 전략적이지 못해 성과를 내지 못했고, 노동연구원의 연구는 1회에 그치거나 연구 성과가 후속사업으로 연결되지 않아 공단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친정집에 이런 제안을 감히 드린다. 이제 대공장에 가있던 눈길을, 노조조차 꾸릴 수 없는 중소영세사업장, 특히 그들이 밀집해 있는 시화공단 같은 곳으로 돌릴 것을. 그래서 대공장 노동자의 임금인상에 가있던 눈길을, 노사협의회조차 꾸릴 수 없어서 임금인상회의조차 할 수 없는 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 돌릴 것을. 이미 노조를 만들어 금속노조에 가입한 규모있는 노조에 돌렸던 눈길을, 너무 작아 ‘노조 만들 권리’조차 누릴 수 없는 작은 공장 노동자들에게 돌릴 것을.
이런 눈길 전환을 통해 금속노조가 영세사업장 밀집지역인 시화공단에 대한 중장기적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고, 임원의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가능한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여 시화공단을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충분히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공단, 청년노동자들이 찾는 공단으로 만들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면 공무원과 시화노동정책연구소의 고민도 해결되지 않을까?<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