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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분배가 성장을 보장한다

김성혁/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
금속노조연구원   |  

1. 자본주의 성장과 분배의 균형

 

1만 년의 인류 역사(신석기)를 보면 성장이 대부분 정체되어, 한해 0.1%도 성장하지 못했다. 현재와 같이 빠른 성장은 산업혁명 이후부터인데 이는 자본주의의 거대한 생산력 증가로 가능했다.

 

 <세계인구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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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백만(좌측)                   1인당GDP (우측)       

 자료 : mss research 산업혁명의 결과

 

초기 자본주의는 생산력이 높아졌지만, 아동과 부녀자들까지 12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고, 학대와 노동재해로 노동자들의 처지는 끔찍한 수준이었다.

이를 본 마르크스는 자본가들의 노동 착취가, 수요부족과 대공황을 초래해 자본주의는 멸망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2차 대전이후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소련)과 중화인민공화국 등의 출현으로 세계 영토의 절반이 사회주의로 바뀌면서 마르크스의 예측은 실현될 것 같았다. 대공황과 1차·2차 세계대전으로 자유시장이론에 기초한 자본주의는 한계에 직면하였고, 수많은 지식인들과 노동자들은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동경하였다.

결국 시장만능 방임주의에 국가가 개입하여 노동기본권과 사회복지를 보장하는 수정자본주의가 도입되어, 자본주의는 위기를 넘기고 전후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의 황금기는 노동조합, 교섭, 단체행동으로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이 보장되면서 가능한 것이었고, 이는 보편적 제도로 파급되었다. 불평등으로 무너질 뻔했던 자본주의가 공정한 분배를 도입하면서 다시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 신자유주의로 불평등과 대립 심화

 

전후 세계제국의 권력을 상실한 영국은 금융자유화를 통하여 부활을 꾀했으며, 독일과 일본 경제의 성장으로 주도권이 약화된 미국은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국제질서 재편을 시도하였다. 이들은 경제적 자유방임주의 원리를 부활시키는 경제사상을 대안으로 내걸고 '자유 시장', '규제 완화', '재산권 보호', '노동조합 억압' 등을 추진하였다. 신자유주의 세력은 90년대 소련의 몰락으로 자본의 세계적 독주가 가능해지면서, 과거 체제 유지를 위한 노동과의 타협을 파기하고 자본의 일방적 이윤을 노골적으로 추구하였다.

결국 질 좋은 일자리가 축소되고 하청, 용역, 파견, 계약직, 특수고용 등 불안정한 일자리가 일반화되었고 노동조합 조직률은 크게 하락하였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양극화와 금융자본의 독주는, 1930년 세계대공황 수준의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초래하였다. 주요 국가들은 천문학적 재정정책을 펼치며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현재의 위기를 미래로 연기시켰다. 세계적으로 대침체 국면이 지속되면서 '금융자본 통제', '긴축재정 확대', '금리인상' 등 자본주의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였다.  

 

금융위기에 대한 반성으로, UN과 ILO 등에서 '포용 성장', '소득주도성장'이 대안 정책으로 제시되었고 다수 국가들이 이를 정책에 도입하였다.

반면 극우정당들은 '재정악화 우려로 복지 축소', '난민 금지와 민족주의', '기후변화 관련 에너지세 인상 반대', '화석연료차 생산중단 반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보호무역 강화’, ‘이민자 추방’ 등으로 위기를 타국에 전가시키고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플랫폼 경제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섰다.

결국 포용성장으로 공정한 분배를 이루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이윤주도성장으로 '규제완화', '비정규직과 플랫폼노동 확대', '노조활동 억압' 등의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서 국가들은 갈림길에 서 있다.

 

3. 한국경제 분배정책 후퇴, 혁신성장으로 우클릭

 

집권 이후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주 52시간 도입' 등으로 노동존중과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던 문재인 정부는, 기득권 세력의 반격에 눈치를 보고, 경제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투자로 성장을 추진하는 낡은 정책으로 회귀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침체는 재벌 위주 수출주도성장, 이윤주도성장의 후과이다.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세계 대침체 국면에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재벌들은 시장을 해외에 의존하므로 자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키려는 유인보다는, 외국자본의 요구를 우선하게 된다. 실제 대기업일수록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여 1만명 이상 기업들은 평균 40%의 비정규직(외주, 하청, 임시직 등)을 쓰고 있고, 노동배제 경영이 일반화되어 있다.

 

다음으로 한국의 재벌은 수직계열화로 중소기업을 수탈하므로, 중소기업은 혁신의 기회와 유인이 약화되고 경쟁력이 낮아져서 중소기업 노동자들도 빈곤화 된다. 또한 거대한 설비투자를 기반으로 한 대기업의 대량생산 체제는, 디지털 경제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제고 하지 못하고 있다. 신기술과 신공정은 완전 무인화를 지향하면서 무노조 비정규직 위주의 자회사로 이동하고, 정규직이 많은 법인은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비정규직 공장들이 대표적 사례이다. 결국 재벌 체제에서 노동시장 격차는 분배를 왜곡시켜 소비감소, 내수침체가 구조화된다.

 

4. 재벌개혁과 공정한 분배

 

IMF는 소득 상위 20%의 소득 1%가 늘어나면 경제성장률이 0.08%가 줄었는데, 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1% 늘어나면 5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0.38% 올라갔다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의 소득이 줄어들면, 성장은 전체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공정한 분배는 자본주의가 성장하기 위한 기틀이다.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구조에서 신뢰가 사라지며 혁신도 불가능하다.

2018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소득 5분위 배율'은 2017년 6.98에서 2018년 7.00%로 증가하였다. 하층의 소득은 정체하고 있는데, 상층의 소득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개혁에서 '공정한 분배'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기업의 투자로 일자리를 창출하여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계획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한 분배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1,800만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집권 초기 문재인 정부는 개혁정책으로 지자체 선거에서 정당득표율 51.4%로 압승하였으나, 친 재벌 정책으로 우클릭한 이후 올해 보궐선거에서는 5개 선거구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다.

 

현재 한국은 공장시설, 간접자본이 없는 것이 아니다. 부족한 것은 민간소비이므로 인적자본에 대한 공정한 분배가 필요하다. 세계경제 침체로 수출이 줄어든 만큼, 내수를 활성화시켜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

정부는 공정한 분배가 안정적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자본주의의 역사를 다시 숙고하고, 탄력근로제 확대와 노동조합 활동을 제약하는 개악 안을 철회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