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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조직화가 중요한 이유

노광표/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금속노조연구원   |  

고용노동부의 ‘2018년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18년 말 기준 한국의 노조조직률은 11.8%이다. 2004년 10.6%로 감소한 이후 처음으로 11%대로 진입한 것이다. 노조조직률은 전년(10.7%)보다 1.1%p 높아졌고, 조합원 수는 233만 1천 명으로 전년보다 24만 3천 명이 늘었다. 

 

노조 조직 현황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조합원 규모로 민주노총이 처음으로 한국노총을 앞섰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96만 8천 35명(전체 조합원 중 41.5%)으로 한국노총의 93만 2천 991명(40.0%)보다 35,044명 많았다. 조합원 수에서 늘 한국노총이 우위를 점하였는데 이번에 역전되었다. 민주노총 조합원 수가 늘어난 것은 법외노조라는 이유로 그 동안 통계에서 빠졌던 전국공무원노조(조합원 9만명)의 합법화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노동자의 노조 결성 및 가입에 따른 것이다. 둘째, 사업장 규모 간 노조조직률 격차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300명 이상 사업장의 노조조직률은 50.6%인 반면 100~299명 10.8%, 30~99명 2.2%, 30명 미만 0.1% 순이었다.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하면 전체 조합원의 87.5%가 300인 이상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다. 셋째, 부문별로는 공공부문의 노조조직률이 68.4%로 민간부문 9.7%의 7배를 넘었다. 전년에 비해 공공부문 노조조직률은 5.2%p 증가한 반면, 민간부문은 0.7%p 증가하였다.

     

노조 조직 현황을 보면 노동운동의 과제와 나아갈 길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한국의 노조조직률은 낮은 수준이다. 조직률이 높아졌지만 90%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울타리 바깥에 존재한다. 2015년 기준 OECD국가의 평균 노조조직률은 29.1%였다. 한국은 비교 가능한 29개 국가 중 4번째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슬란드(83%), 핀란드(69%), 스웨덴(67%), 덴마크(67%) 등 북유럽 국가들의 노조 가입률은 한국보다 6~7배 높았다. 낮은 조직률은 노동조합의 대표성 위기를 가져오며, 노조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취약하게 만든다. 한국 사회 양극화와 사회 불평등 심화의 근원에는 낮은 노조조직률이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둘째, 노동조합의 주력은 대기업 정규직과 공공부문이다.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노조활동이 활발하고 성과가 높은 대기업 집단에 속한 조합원의 고용조건이 더욱 개선되어, 결과적으로 노조가 없는 100명 미만의 사업체 규모에서 근로하는 노동자들과의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노사관계의 이중구조가 노동시장 내 격차를 확대시킨다. 셋째, 노동조합의 분산성이다. 1999년 보건의료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한 이후, 금융, 금속, 공공 등 많은 부문에서 초기업노조가 설립 운영되고 있어 산별노조 체계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말 현재 초기업노조 소속 조합원 수는 1,349천 명(57.9%)으로 노조 조직형태는 산별노조가 과반을 넘어섰다. 상당 수 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되었지만 산별 노동운동의 활동과 성과는 미미하다. 금융산업을 제외하고 산별중앙교섭은 제한적이고,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에 미치는 산별노조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여전히 기업별노조의 운영과 관행이 지배적이다.

 

물론 노조조직률 하락 및 정체는 세계 노동운동이 겪고 있는 문제이다. 선진 각국의 노조조직률을 1995년과 2016년을 비교하면 일본은 23.8%에서 17.3%로 6.5%p, 호주는 32.7%에서 14.5%로 18.2%p, 영국은 32.4%에서 23.5%로 14.2%p, 미국은 14.9%에서 10.3%로 4.6%p 하락하였다. 노조조직률 하락은 사용자의 반(反)노동조합 전략, 고용형태의 다변화, 서비스부문의 확대, 청년·여성노동자의 노조가입 회피, 노조의 조직화 전략 부재, 친노동정당의 약화 등이 그 이유로 지적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설상가상으로 법·제도에 따른 단결권 제약이 아직 작동 중이다. ‘소방, 교정, 경찰’ 공무원들은 업무의 특성을 이유로 법상 노조가입 대상에서 배제되어 있다. 일반직공무원들도 6급 이하만 노조가입 대상이며, 5급 이상은 단결권이 부정되어 있다. 또한 디지털경제의 확산에 따라 급증하고 있는 ‘위장 자영업’ 노동자들은 노조 가입 대상이 아닌 것으로 치부된다. 우버 기사, 대리운전자, 배달 노동자, 가사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과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에 관한 협약) 등 국제노동기구의 기본협약 비준이 절실한 이유이다.

 

노조 조직화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것은 추락하는 노조조직률 하락의 방지뿐 아니라 노조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민주노총의 조직화 사업에서 촉진되었다. 2014년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의 조직화가 결실을 맺었고 문재인정부하의 변화된 정치적 환경과 결합하면서 조직화의 반등이 가시화되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약 15만 명의 신규 조직화가 이루어지면서 노조 조직화의 꽃을 피우고 있다. 민간부문 서비스 부문의 조직화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파리바게트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노조의 무풍지대였던 IT분야(네이버)의 노조 결성 등이 그것이다. 무노조 경영을 고수했던 POSCO와 삼성의 노조 결성도 새로운 모습이다. 노동이 작업장에서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는 출발점은 일하는 개인이 아닌 ‘집단적 주체’로 조직되어 인정받는 것이다, 집단적 주체의 결과물은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으로 외화 된다. 자본주의사회 노동자의 대항권 확보를 위해서도 노조 조직화는 한 걸음 더 전진해야 한다. 금속노조가 그 주력 부대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