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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은 친기업 성장 정책

김성혁 /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
금속노조연구원   |  

1. 한국판 뉴딜정책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해 오던 혁신성장 정책이 코로나시기에 한국판 뉴딜 정책으로 전환되었다.

기획재정부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4월 29일 제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디지털 경제와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고, 포스트 코로나 경기회복과 연결되는 일자리창출 IT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정책을 기획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기재부는 2019년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전환적 뉴딜’에 기초하여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휴먼 뉴딜’의 틀을 재구성하였다.

이는 7월 14일 대통령의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으로 대전환’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으로 발표되었다.

한국판 뉴딜정책은 기존 정책들을 모방하여 3개월 만에 졸속으로 편집한 것이며 노동, 환경, 농민, 의료계, 학계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수렴 없이 정부 4개 부처 주도로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관련 산업과 국비 지원 규모 등을 볼 때 한국판 뉴딜은 문재인정부 남은 임기 동안 국가 최대 전략사업으로 볼 수 있다. 이 사업에 올인 하면 나머지 사업들은 뒷전으로 밀리게 되므로 소득주도성장, 사회안전망,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등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슬그머니 사라질 것이다.

 

New Deal이란 원래 미국에서 후버 대통령이 대공황을 극복하지 못하자, 루즈벨트가 소외된 계층을 위한 ‘새로운 처방’(뉴딜)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한국판 뉴딜에는 사회적 협약으로의 딜(처방, 분배)이 없다.

 

2.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다.

 

한국판 뉴딜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여 기존 디지털 경제에 비대면 산업을 추가하여 만들어졌다.

그러나 코로나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하반기에 더욱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불안정노동자 등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정책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한국은 수출감소와 전통산업의 구조재편으로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경제의 기둥인 수출은 2017년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2019년은 미중무역전쟁으로 충격을 받았고 올해는 다시 코로나 충격으로 인해 2분기 –20.3% 증가율을 기록하였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에서 조선산업, 두산그룹, 자동차부품 등에서, 서비스산업에서 호텔, 항공, 유통, 방문서비스 등에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며 대부분의 전통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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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을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의 노동시간 감소를 주40시간 일자리로 환산하여 계산하면, 코로나 충격으로 인해 3월 176만 개, 4월 350만 개, 5월 155만 개, 6월 111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20 7월).

정부는 3/4분기부터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하지만, 주요 국가들이 거리두기를 확대하고 있어 한국의 수출은 여전히 부진할 것으로 보이며, 재난지원금도 바닥이 나서 내수 성장도 별로 기대하기 어렵다.

 

3. 창조경제와 녹색성장의 혼합

 

한국판 뉴딜 정책은 철저한 친기업 성장정책이다.

“디지털 뉴딜”은 이제까지 강조해 왔던 인공지능, 빅데이트에 기반 ICT산업기조의 연장이다. 이는 공급주의 기술편향 정책으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이어 문재인 정부 초기 혁신경제와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규제완화로 기술과 사업모델을 혁신한다는 것이다.

 

“그린 뉴딜”은 ‘도시, 공간, 생활 인프라의 녹색전환’,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을 제시하는데 이는 기존 사업의 연장이며,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녹색성장과 거의 차별성이 없다.

한국판 뉴딜은 ‘추격형 경제 → 선도형 경제’, ‘탄소의존 경제 → 저탄소 경제’, ‘불평등 사회 → 포용사회’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각각의 사업에서 총 19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나 구체적인 내용이 부재하다. 어떤 일자리가 어디서 만들어질 것인지 해당 부처도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근로 등 노인 일자리, 인공지능 지도학습을 보조하는 불안정한 플랫폼노동, 단기 일자리 등이 많고, 질 좋은 일자리는 별로 없을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에 추가한 “휴먼 뉴딜”은 전국민고용보험 로드맵을 제시하였다. 주요 내용은 고용보험법을 개정하여 2025년까지 현재 2700만이 넘는 취업자 중 2100만명까지 고용보험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민 고용보험이 5년이나 늦게 실시되는 것은 코로나 시기 취약계층 지원을 절박하게 다루지 않는 것이다. 또 특고의 경우 14개 직종에 한정되어 시행되며 플랫폼노동이나 자영업자의 경우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더구나 이들은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적용대상이 될 수 있는 차별이 존재한다. 나아가 코로나 시대 복지에서 필수적인 공공의료 확대와 일하면 쉴 수 있는 상병수당 제공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 공공서비스 확대 등은 다루지 않고 있다.

  

4. 루즈벨트 뉴딜정책과 문재인 뉴딜정책 비교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은 대공황시기, 시장에 모든 걸 맡기는 자유방임주의를 거부하고 국가가 직접 개입하여 실직자, 소득감소자 등을 보호하고 고용, 복지, 산업을 정상화시킨 것이다. 정부가 사회보장법(실업보험, 노령연금, 최저임금제, 주40시간 노동제)을 제정하고, 그 재원을 위해 부자증세(상속세, 증여세 인상, 소득 누진세 강화, 사내유보금 과세)를 실시하였다. 또 산업화시기 공장 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을 인정하여 노조 가입률이 1935년 6.7%에서 10년 후 21.9%까지 상승하였고, 교섭과 파업을 통해 임금이 인상되고, 소비가 창출되어 경제회복의 기틀을 만들었다. 이에 보수세력이 반발하여 뉴딜을 반기업·사회주의법이라고 공격했고 대법원은 10개 법에 위헌을 선고하였다. 루즈벨트는 이런 반대를 극복하며 산업화시기 노동기본권과 사회복지를 제도화하여 20세기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였다.

 

반면 문재인의 뉴딜정책은 디지털화와 코로나 위기에서 시작되었으나, 규제완화와 자금지원으로 IT 민간대기업을 밀어주는 성장정책에 불과하다. 디지털시기 플랫폼노동, 특수고용종사자 등 새로 출현하고 있는 불안정노동자에 대해 노동기본권을 제공하지 않고, 부분적인 고용보험 단계적 확대 이외에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도 부재하며 재원마련을 위한 부자증세도 없다. 이런 정책은 자본이 쌍수를 들고 찬성할 것이므로 보수세력의 반발도 없을 것이다.

 

다가올 코로나 공황에서 한국판 뉴딜 정책은 구호만 요란한 행정에 그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을 어기고 대기업과 부자 우선 정책으로 노동자와 서민들을 계속 외면한다면, 머지않아 고용과 소득감소로 밀려나는 노동자와 취약 계층들의 거대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