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홈 산업과 노동의 변화
숫자로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전송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디지털 기술은 초연결화, 초자동화, 초지능화, 초융합화 등을 통해 21세기 사회, 경제, 산업 전반에 걸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전화기가 ‘손 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똑똑한 폰)으로 진화하였고, 자동화된 지능형 생산공장인 스마트팩토리, 집·사무실·도시를 네트워크로 연결시켜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능형 자동차인 스마트카 등이 출현하였다. 이어서 스마트홈과 스마트시티가 공상에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스마트홈이란 가전제품을 비롯하여 에너지 소비장치, 보안기기 등 집안의 기기를 통신망으로 연결해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 스피커가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집안의 모든 사물인터넷 기기를 연결하고 사용자의 특성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거나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다.
스마트홈을 구성하는 스마트기기는 이미 다양하게 상용화되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다. 자동화된 스마트홈은 점점 사람들 간의 접촉을 줄이고 스마트기기 활용을 늘리며 생활가전, 통신망관리, 보안 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홈은 산업간 경계를 넘어서는 융복합적 산업으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나라는 미국, 유럽, 중국, 일본, 한국 등인데 국가별로 특징이 있다.
독일은 스마트홈 도입 목적이 삶의 질 개선과 에너지 효율화에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탈탄소 정책의 일환으로 에너지·자원 절약 시스템 적용시 보조금을 지급하며, 고령친화적 스마트홈 주택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스마트홈에서 보안 및 스마트 가전 분야의 매출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다른 나라에 비해 에너지 효율화는 미흡한 상황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가전과 홈 엔터테인먼트 부분의 비중이 높았으나 고령화가 심화되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건강과 에너지관리 부문이 늘고 있다. 특히 공감로봇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고령자 생활지원 시스템이 발전되었다. 문제는 대기업의 독점적 표준으로 호환성이 부족해 사용자의 불편이 크다.
중국은 스마트홈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데, 스마트 가전 시장 비중이 크다. 최근 특징은 스마트시티의 발전과 더불어 감시 애플리케이션 분야가 발전하고 있는데, 안면 인식과 동영상의 지능형 분석에서 경쟁력이 높다.
기술과 산업 변화에서, 독일 베르디 노조는 회사의 경영전략 개선을 요구한다. 비용 절감의 관점에서 벗어나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하이로드 전략으로 회사도 살고, 노동자도 사는 상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베르데에 의하면,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 좋은 노동조건이 필요하다. 높은 노동강도와 시간에 쫒기는 작업환경에서는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관리의 재량권’(충분한 시간 보장), ‘작업설계 과정에서 노동자의 참여’, ‘직무능력 개발’(고육시간 보장, 합리적 보상체계) 등이 필요하다.
세계적 추세와 달리, 한국의 스마트홈 산업은 건설업체와 통신업체 주도로 수익성 극대화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공익적 관점 없이 성장정책 위주로 접근하여 대기업에 사회 인프라와 규제완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 한국 스마트홈 산업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첫째, 한국 스마트홈은 주로 중장년층 이상 부자들을 겨냥하여 과소비를 조장하며 최고급 시설의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준공한다. 여기에 빌트인으로 가전제품과 헬스케어 장비, 보안시설, 환기, 냉난방, 통신시설 등 첨단시스템을 도입하여 모든 것을 연결하고 원격으로 제어한다. 이러한 브랜드 아파트들은 분양가 상승으로 대도시의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 사회적 재원은 투기적 수요에 집중되어 생산적인 투자가 감소하고 서민들의 주거비용을 증가한다. 고급 아파트를 소유한 자산계급은 부를 독점하여 양극화가 심화되고 부동산 거품의 팽창은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둘째, 한국 스마트홈 정책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절약 관점이 거의 없다. 신축 건물은 태양광 패널 부착을 의무화하고 아파트단지별로 에너지자립을 권장하는 정책이 부재하다.
셋째, 초연결시대 플랫폼업체들이 독자적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가운데 스마트기기들이 호환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비용이 증가하며 결국 사회적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성 강화를 위한 스마트홈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스마트홈은 이윤추구보다 고령화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는 아파트단지별 에너지자립과 고령자 친화적인 주택이 될 수 있는 설계를 권장, 의무화하고 보조금을 지급한다.
둘째, 전 국민이 스마트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재벌 기업들의 스마트기기 배치보다는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연결·호환할 수 있도록 프로토콜 표준화를 실현해야 한다. 또한 스마트홈에서 재벌 독과점과 불공정거래를 막고 중소기업들의 공급품목을 보장하여 중소중견기업들의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
셋째,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과소비를 조장하는 초호화판 스마트홈 추진을 제한하고 공공주택 스마트홈을 확대해야 한다.
넷째, 정부는 스마트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이버 범죄를 예방하여 사생활 보호와 해킹 방지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월패드 망이 해킹되어 여러 세대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스마트홈 해킹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책임소재, 관련법 등이 정비되어야 한다.
다섯째, 정부는 공공성 차원에서 스마트홈에서 건강과 휴식, 문화생활들을 할 수 있도록 저렴하고 건전한 엔터테인먼트, 영상, 헬스케어, 교육 프로그램 등의 개발과 보급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 등 신생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산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여섯째, 스마트홈에서 일하는 다양한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해야 한다. 스마트홈 노동자들은 적정한 노동강도에서 주 40시간 일하고 생활임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고객에서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상담과 고객지원 시간이 필요하다. 공짜노동과 시간에 쫒기는 노동강도, 빈번한 안전사고 등이 발생하는 환경에서는 책임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고객의 일방적인 취소로 약속시간이 펑크 나고, 설치·AS 과정에서 매뉴얼에 없는 추가 작업(작업공간 확보, 주변 청소, 수도 연결시 장애물 등)이 발생하며, 불편한 자세로 일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한 신제품 출시 등 변화된 기술 등에 대해 직무교육을 강화해야 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가전제품, 통신기기, 보안기기(CCTV등) 제공에서, 그동안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방문설치, 방문판매, 주기적 점검과 AS 등 노동집약적으로 방문서비스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기술 변화, 노동조합 확대, 직고용 요구 등이 나타나자, 스마트홈 산업에서 자동화, 표준화 그리고 인력축소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스마트홈 관련 노동조합의 과제는 아래와 같다.
첫째, 신기술 도입, 표준화, 자동화 등으로 방문서비스 일감이 축소될 수 있다. 온라인과 자기관리제품을 확대하여 오프라인 판매와 사람이 직접하던 점검과 AS 업무가 줄어들고 있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회사 노동절약형 경영을 추구하는 것에 대응하여 노동자들에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
둘째, 특수고용 신분으로 있는 상시근무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회사의 작업복을 입고, 회사의 부품을 쓰며, 회사 제품을 설치·AS·판매 또는 방문점검하는 노동자들은 크게 보아 위장 자영업자로 볼 수 있으므로,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셋째, 경쟁을 부추기는 수당체계, 과도한 영업목표 설정 및 실적에 따른 성과급체계 등을 개선해서 기본급을 높이는 월급제로 전환하고, 업무상 비용을 회사가 지급해야 한다.
넷째, 공짜노동과 감정노동을 조장하는 고객평가시스템을 개선하고, 고객매뉴얼을 만들어 방문서비스 노동자의 역할과 고객의 역할(작업공간 확보, 불필요한 물건 치우기, 애완동물 관리 등)을 구분하여야 한다.
다섯째, 회사는 기술변화에 따른 노동강도 증가(처리할 업무의 증가), 중량물 취급, 일감 감소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신제품 등에 대한 직무교육(온라인 및 집체교육)을 정례화하여 고객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
여섯째, 통신망 관리 및 보안 노동자들의 심야노동을 줄이고 건강권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방문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온라인 및 오프라인 의사소통 공간을 제공하고 고충상담을 일상화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