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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제2조・3조 개정(노란봉투법)에 관한 소론

박용철/한국노동사회연구소
금속노조연구원   |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기업 노동조합의 파업 사건 등을 계기로 원청기업의 사용자성과 파업, 그것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관련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소위 노란봉투법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사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문제가 되어 온 우리 노동현실의 고질적인 문제다. 특히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노동3권 모두와 관련된 아주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 글은 노조법 제2조 및 3조 개정과 관련된 내용의 실상과 대안을 흐름대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노란봉투법에서 모두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현재의 사용자 개념(사용자 범위)을 현실에 맞게 확대해야 한다. 현행 노동법은 하청・용역업체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원청・사용 사업주에 대하여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하청・용역노동자들이 원청・사용 사업주에 대하여 교섭을 요구할 수도 없고,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이게 되면, 그것은 당연히 불법파업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파업기간 동안 발생한 원청의 손해를 배상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 노동법은 근로계약을 맺은 직접 당사자만을 실질적인 사용자와 근로자 지위로 인정하고, 두 당사자 간에만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이 가능하다는 법리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의 현실은 오래전부터 파견노동과 도급용역, 사내하청 등이 보편화 되어 있고, 여기에 최근에는 특수고용, 플랫폼노동, 프리랜서 등 다양한 고용형태 역시 일상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

이들의 노동현실을 보면, 근로관계나 노사관계 측면에서 실질적인 사용자 역할을 하고 있는 원청 사업주는 노동법상 사용자가 아닌 관계로 모든 노동법상의 책임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산업안전, 산업재해, 단체교섭, 단체행동 등의 당사자도 아니고 대상자도 아닌 것이다. 하청기업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생사여탈권까지 소유하고 있는 원청 사업주에게 노동권과 관련해서 무엇 하나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적인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사용자 지위에 있는 원청・용역사업주 등의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고, 이것이 곧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실질적인 사용자성 인정을 통해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이 문제는 사용자 개념의 확대가 이루어질 경우 아주 수월하게 실현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사용자 개념의 확대에 따라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더라도 현행 노조법에서는 복수노조의 경우 교섭대표자 지위에 있는 경우에만 교섭당사자 지위를 부여하기 때문에 이 문제까지 해결이 되어야 온전한 의미의 단체교섭 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 단체행동(쟁의행위)의 범위를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교섭범위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현행 노조법상 적법한 쟁의행위는 교섭대상에 관한 당사자간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경우에만 한정하고 있다. 교섭대상(범위)을 임금과 근로시간, 복지 등 근로조건(처우)의 유지・개선과 관련된 내용으로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고, 따라서 교섭대상을 벗어난 쟁의행위는 모두 불법이 되는 것이다.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인력구조조정이나, 기업 인수・합병, 사업분할 등의 경우에도 노동조합은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이 없는 것이다. 단체교섭의 대상을 근로조건과 함께 고용안정, 인력구조조정, 사업구조재편, 각종 인사정책 등 노동자의 근로조건・고용유지와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안으로 확대해야만 실질적인 쟁의행위의 범위 확대가 가능하고, 노동자의 처우개선과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 쟁의행위에 대한 면책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현행법상 비현실적인 근로자・사용자 정의, 다양한 고용형태에 대한 노동자성 불인정, 지나치게 협소한 단체교섭 범위 등으로 합법적인 쟁의행위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방적이고 편협한 법적용으로 인해 불법 쟁의행위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원인에 대한 해결은 도피하면서 결과만을 가지고 불법행위라는 멍에를 씌우고, 거기에 막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법적으로나 공정성과 형평성을 현저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법조계에서도 꾸준하게 지적되어 온 것이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불분명한 특수고용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할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의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노동조합이 단독으로 쟁의행위를 할 경우, 하청업체 노동조합이 원청 사업주를 상대로 쟁의행위를 할 경우, 정리해고에 대항해 쟁의행위를 할 경우 등에 대하여 현재까지의 법원 판례는 ‘불법쟁의행위’로 판단하고, 이들은 또다시 수십억, 수백억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손해배상책임을 과도하게 부과하는 방식으로 침해해서는 안 될 것이며, 위에서 제기한 근로자・사용자 개념 확대, 교섭범위 확대, 쟁의행위 확대 등을 통해 면책범위를 확대해야 하며, 설령 불법쟁의행위로 판정되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을 최소화해서 노동3권의 보장 취지를 살려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제시한 내용은 서로 연쇄적인 연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어느 하나만을 부분적으로 다뤄서는 온전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상식적으로 원청기업 사업주의 사용자성 인정은 당연한 것이며, 그렇게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정부가 비준하고, 현재 발효 중에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87호(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와 98호(단체교섭에 관한 협약)를 보면, ILO에서는 ‘하청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가진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파업까지 가능하다’고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그동안 여러 차례 원청기업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2010년 우리 대법원 역시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영향력·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원청기업은 하청노동자에게 부당노동행위를 해서는 안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19년 “노동조합법 사용자 규정을 개정하여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노동조건 및 노동조합 활동에 대하여 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까지 포함하도록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였고, 나아가 “해당 노동관계에 대해 실질적 영향력 내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가 단체교섭 상대에서 제외된다면, 단체교섭의 원래 목적인 노동조건 개선 및 노동자 이익 보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부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였다.

 

아울러, 노조법상 손해배상청구제한 규정의 개정 역사를 살펴보면, 1953년 제정된 노동쟁의조정법 제12조(손해배상청구에 대한 제한)에 따르면, “쟁의행위에 의하여 손해를 받았을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는 문언으로 제정되었으나,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1963년 노동쟁의조정법 전부개정을 통해 쟁의행위 면책규정(제8조)을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받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변경한 것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노사간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지만, 현행 노조법 규정과 같이 쟁의행위가 “이 법에 의한” 것임을 요구하는 규정은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을 제한하기 위한 의도로 도입된 것으로써 이 규정은 헌법상 노동3권 보장의 취지를 살려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노란봉투법 관련 이슈는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힘없는 하청・용역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무시하고, 방치해온 우리 노동현장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이자 부끄러운 민낯이다. 그동안 불법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면서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했던 불합리한 현실은 하루빨리 청산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수 십 년 동안 다수의 하청・용역업체 노동자들은 불합리한 상황에서 고통 받고 있으며, 아울러 노동자임에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불이익과 고통, 그리고 희생만으로도 충분히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우리 노동현장의 가장 중요한 현안을 소극적인 자세로 회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 정부에서 가장 강조하는 공정과 상식이 인정받는 지극히 당연한 세상을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나가야 할 것이다.


각주1) 

노란봉투법으로 알려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와 제3조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2.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중략) 5. “노동쟁의”라 함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이하 “勞動關係 當事者”라 한다)간에 임금ㆍ근로시간ㆍ복지ㆍ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주장의 불일치라 함은 당사자간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더 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후략)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