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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냉전 경제블록과 한국경제

김성혁/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원장
금속노조연구원   |  

1.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 

 

중국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최근 20년간 8.4%를 기록하여 미국(2.0%)의 4배에 이른다. 급속한 성장으로 2013년부터 세계 1위 무역국이 되었고, 중국의 GDP는 2022년 미국 GDP의 80% 수준으로 상승하였다. 

반면 미국은 세계 최대 부채국으로 국가부채가 31조 달러를 넘어섰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금융 세계화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은 위기 때마다 통화 발행을 남발하여 14년 만에 달러 발행액이 10배로 증가(2022년 말 9조 달러)하였다. 하지만 기축통화 달러는 ‘무역결제’, ‘외환보유’, ‘가치척도’ 등에 사용되므로 각국들은 미국에 수출하여 얻은 달러로 다시 미국 국채를 구입한다. 이자가 붙고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미국 국채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국 국채가 세계적으로 융통되면 미국은 재정적자가 아무리 커도 부채경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무역 규모, 기술력, 자본 등에서 미국을 추월하게 되면, 위안화 등이 국제통화로 사용되어 달러의 기축통화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 달러의 지위가 하락하면 다른 나라들이 미국 국채를 보유할 필요성도 줄어든다. 실제 세계 외환보유고 중 미국 국채의 비중은 20년 전에는 73%였는데 지난해에는 58%로 축소되었다.

국가부채는 천문학적으로 늘어가고, 중국의 추격은 거세어지는 가운데 기축통화의 지위가 흔들리면 미국의 경제패권도 쇠퇴하게 된다.


이에 미국은 작년 10월 백악관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보고서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대중국 전략을 강조하였다.

보고서에서는 먼저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능력을 가진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는 중국이라고 명시하였다. 러시아도 미국의 위협이지만 중국보다는 하위 국가로 분류하였다. 

다음으로 탈냉전 시대는 끝났고 강대국 간 전략적 경쟁의 신냉전이 도래했다고 분석하고, 향후 10년은 지정학적 경쟁자(중국)를 제압할 결정적 시기라고 규정하였다. 

끝으로 권위주의 국가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첫째 미국 내 투자하고(핵심기술은 미국 내에 있어야 하고 전략적 경쟁자의 사용을 차단해야 함), 둘째 동맹국 및 우방과 연대하고, 셋째 전략적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강한 군대를 유지(현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한편 중국은 작년 10월 20차 당대회에서, 당 창건(1921년) 100년 목표인 의식주 문제를 해결했으므로, 이어 건국(1949년) 100년 목표인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위해 제조와 품질뿐만 아니라 우주·교통·인터넷·디지털·농업·무역 등에서 강국이 되어야 하며, 경제제재를 극복하고 핵심기술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동부유’, ‘군 현대화’, ‘일국양제와 조국통일’을 핵심과제로 지적하였다.

   

이와 같이 중국의 추격을 저지하고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세계의 중심으로 복귀해서 중국몽을 실현하려는 중국은, 상반된 목표를 가지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하다. 


2.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세계화의 쇠퇴

 

소련 몰락 이후, 미국 중심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구축되었다.  WTO(세계 자유무역 추진기구)에 가입한 중국은 값싼 상품을 전 세계에 공급하고, 미국은 이를 구입하여 소비를 즐길 수 있었다. 중국은 수출이 늘어 달러를 벌 수 있었고, 미국은 중국에 국채를 팔아 부채경제를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화로 인해 2000~2010년 사이 제조업에서 570만 명이 감소하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중하층 백인들이 타격을 입었다. 이에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 건 트럼프가 당선되어, 중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이주 노동자들을 추방하였다. 나아가 WTO(자유무역 추진)에서 임기 만료된 상소위원들의 재선출을 반대하여 상소중재재판소가 셧다운되고 무역분쟁 조정 기능이 무력화되었다. 자유무역(글로벌 공급망)을 거부하고 보호무역(무역전쟁)을 전면화한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을 경제블록으로 강화하고 아예 제도화시켰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로 동맹국 간 가치동맹을 구축하였고, 인플레이션감축법으로 미국에 투자하게 하고 중국을 봉쇄하고 있다. ‘미국 투자시 보조금 지급’, ‘중국 투자 및 핵심기술 이전 금지’, ‘중국·러시아산 부품·원자재 사용 금지’ 등으로 경제블록을 강화한 것이다. 실제 미국은 유럽에서 러시아의 가스 공급을 금지시켜, 작년 하반기 미국의 가스 공급이 러시아의 공급을 추월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액화천연가스는 러시아 천연가스보다 가격이 5배나 비싸다. 


미국은 기존 비용절감 중심으로 형성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여, 자국 중심으로 핵심기술과 생산설비를 배치하고 있다. 즉 경제블록 내에서 반도체, 전기차, 전기배터리, 의약품 등 첨단제품을 생산하고 중국, 러시아 등 미국과 대립하는 국가에는 첨단제품 공급을 차단하여 기술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미국과 서방 주도의 경제블록에 대응하여 브릭스 등 개도국 경제블록이 형성되고 있다. 최근 BRICs(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공)에 이란, 아르헨티나, 이집트, 인도네시아, 튀르키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가입 의사를 밝혔고, 작년 베이징 브릭스 정상회담에는 알제리, 카자흐스탄, 세네갈,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피지, 말레시이아, 태국 등 13개국이 옵저버로 참가하였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무역에서 위안화 및 루블 결제를 실시하고, 개도국 경제블록은 달러 결제시스템을 대체하여 CIPS(위안화 결제시스템) 사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의 시진핑은 작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여 아랍 17개국이 참가한 제1차 중국·아랍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자주독립과 공동의 이익을 위한 운명공동체를 구축하기로 합의하였다.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에너지·정보통신·인프라·식량 등 34개 협약(65조원 투자)을 체결했고, 이어 12개국(튀니지, 이라크, 모리타니, 지부티, 카타르, 모로코, 소말리아, 바레인, 오만, 예멘, 레바논, 알제리 등)과도 양자협약을 체결하였다. 아랍국가들은 리야드 선언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독립 반대’ 등 중국 입장을 지지하였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수출액의 25%를 중국에 판매하고 있는데 위안화 결제를 검토하고 있다. 


3. 세계경제 침체와 한국경제 전망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으로 세계경제가 침체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은 전염병과 전쟁 그리고 경제블록과 경제제재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다.

대외의존성이 큰 한국은 세계경제 침체로 인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작년에는 14년 만에 무역적자(472억 달러)가 발생했고, 올해도 1월 20일까지 통계에서 102억 달러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대중국 수출감소이며 업종별로는 반도체 수출하락 때문이다. 한국의 무역적자는 세계경제 침체 때문만이 아니라 미국 중심 경제블록에 가담하여 중국과 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한 결과이기도 하다.

가격이 싼 러시아의 가스와 원유 대신 비싼 미국 LNG 등을 사용하여 원자재 수입 가격이 폭등했고, ‘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 칩4 동맹’ 등에 따라 반도체, 전기차 등의 생산공장을 미국에 확장하고 중국 수출은 줄여야 하므로 무역적자가 늘어나게 된다. 이는 2023년 이후 보다 본격화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에 놓고 복합위기를 수출로 돌파한다’는 전략하에, 수출 대기업 지원을 위해 감세와 규제완화, 노동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립외교’, ‘핵심산업의 국내생산’, ‘재정확대로 민생지원’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 

먼저 중립적인 외교통상 정책이 필요하다. 현대경제연구원(현안과 과제 22-07)에 의하면 대중국 수출통제 제재가 전 산업에 가해지면, 한국은 GDP 6% 수준의 부가가치가 감소된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그리고 에너지 및 자원 부국인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앞장서는 것은 무역적자를 재촉하는 길이다.

둘째, 핵심산업의 국내생산을 유지해야 한다. 과도한 해외투자는 성장잠재력과 고용창출력을 약화시킨다. 국내설비가 해외로 이전하면 고용, 세수, 연관산업, 지역경제 등에서 총생산이 감소된다. 현대경제연구원(경제주평 2023년 942호)에 따르면 국내설비투자 대비 해외직접투자 비중이 2000년 7.6%에 불과했는데 2021년 46.3%, 2022년(1~3분기 누적) 54.7%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해외설비투자에서는 중국 투자가 정체되고 미국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셋째, 세계경제 침체로 한동안 수출감소는 불가피하므로 내수진작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실시하고 친기업 정책보다는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소득과 고용을 제고해야 한다. 또 재난시기에 버금가는 취약계층 지원과 고용지원금 확대가 필요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