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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혁명은 경제권력 교체!

김성혁/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준)
금속노조연구원   |  

 

 촛불혁명으로 정치권력이 바뀌었다.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도 파란색이 되어 박근혜 수구세력들이 물러가고 민주당이 권력을 접수하였다. 이러한 추세면 2년 후 국회 권력도 파란색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치권력이 바뀌었어도 노동자들의 삶은 변화가 없다. 적폐청산으로 정치민주화는 일정하게 진행되었으나, 경제민주화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언론과 산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통계수치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국책연구기관과 경제부총리가 이에 합세하여 속도조절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 성장론의 설계자인 홍장표 경제수석이 교체된 것도, 성장과 일자리 위주로 혁신성장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정책들이 계속 후퇴하고 누더기가 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교통비, 식대까지 산입되면서 인상 효과가 유명무실해졌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공공부문에서도 전환대상이 절반에 불과하며 자회사 전환, 표준임금제 등으로 차별이 지속되고 있으며 민간부문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도입’도 5인 미만 사업장과 육상운송 등 5개 업종이 제외되고 주말 특근수당이 삭감되더니 급기야는 6개월 계도기간으로 처벌마저 유예하였다.

 정부가 단속을 해도 빠져나가는 꼼수들이 벌써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이마저 유예하고, 예외조항을 추가하고, 산입범위를 확대하면 소득주도성장은 앙꼬 없는 찐빵이 될 것이다.

 

 사실 지난 5월 취업자 수 증가가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다. 보수언론이 자영업자 감소를 제기하지만, 한국의 자영업자는 70%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이므로 최저임금과 관련이 없다. 또한 최저임금과 관련이 있는 자영업자는 정부 정책으로 지원할 수 있다. 고용변화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없이 근시안적 접근은 국민경제에 해가 될 수 있다. 실제 취업자가 가장 크게 감소한 업종은 교육서비스인데 이는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 수가 줄었기 때문이며, 다음으로 큰 감소는 제조업인데 이는 고용 규모가 가장 큰 자동차산업의 침체 등 산업구조재편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숙박음식업과 도·소매업의 감소폭이 큰데 이는 이미 1년 전부터 추세적인 감소를 보이고 있다. 도·소매는 자동차 판매부진 등 제조업과 연관된 부분도 많다. 물론 여기에는 최저임금 요인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근원적인 어려움이 ‘상가 임대료’, ‘카드 수수료’, ‘프랜차이즈 가맹비’,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원청의 갑질’ 등 구조에서 비롯되므로, 이를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통해 해결해 주고, 세제혜택 등 지원책을 마련해 주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인 인건비는 경기회복을 위해서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민주화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근시안적으로 최저임금 인상만을 차단하려 하는 것은, 기득권 세력과 싸울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한데, 한 나라의 재원은 한정되어 있다. 한국의 GDP(1,500조원)는 임금(노동소득), 이윤(자본소득), 조세, 임대료(지대소득) 등으로 분배된다. 여기서 소득주도 성장으로 임금을 올리자면, 나머지 어딘가를 줄여야 한다. 조세는 재정을 위해 필요하므로, 결국 이윤이나 임대료를 줄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한국사회에서는 883조의 사내유보금 등 가장 큰 부를 독점하고 있는 재벌들이 가져가는 몫을 줄여야 한다. 이것이 경제민주화이며 그 실행방안은 ‘세금감면’, ‘정부R&D 지원’, ‘고환율 정책’, ‘산업전기료 인하’, ‘공공조달’ 등 재벌에게 가는 정부의 각종 혜택을 중단·축소하고, 재벌들이 그동안 편법과 탈법으로 중소상공인, 노동자, 소비자들을 착취해 온 ‘불공정거래’,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 ‘내부거래’ 등을 근절시켜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지불능력을 높이는 경제민주화보다는, 기술혁신으로 창업과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혁신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자리 사업을 맡은 관료들은 임기 내 성과를 내야 하므로 청년 창업 등 스타트업에 4년간 28조원을 지원한다. 청년 창업기업 1개가 생기면 5~6명을 고용하므로 단기적인 일자리는 늘어난다. 그러나 수직계열화된 산업생태계에서 대부분의 신생기업은 2~3년을 넘기지 못하므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또한 기존 기업들은 실제 기술혁신보다는, 디지털기술을 기존 사업에 접목시켜 무인화로 인건비를 줄이고 있으며, 신생 기업들은 규제를 회피하여 수익을 올리는 것을 새로운 혁신으로 치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버 택시, 배달의 민족, 쿠팡 등이 인터넷 중개(플랫폼노동)로 기존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전환시켜 초과근로 수당, 휴가, 퇴직금 등 근기법을 회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민주화에 소극적인 것은, 하나는 산업부, 미래부, 기재부, 금융위 등의 관료들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기를 살려야 한다는 친기업적 사고에 빠져 있고, 다른 하나는 공정거래위, 노동부, 복지부, 청와대 등이 거대한 힘을 가진 재벌을 개혁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김상조식 셀프개혁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재정배분, 금융지원, 산업정책 등이 소득주도 성장보다는 혁신성장 위주로 추진되므로 규제완화, 창업, 기술혁신 등에 우선적인 재원이 지원되고 노동과 복지정책은 부차적인 사업으로 밀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구세력들은 정치권력은 빼앗겼지만, 여전히 재벌과 함께 경제권력을 움켜쥐고 있다. 따라서 촛불혁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 교체를 넘어서, 부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재벌체제, 즉 경제권력을 재편해야 한다.

 한국의 재벌은 수십 년 간 부정과 편법으로 경제력을 집중하고 수구세력의 자금줄 역할을 하면서 노동을 억압해 온 장본인이다. 재벌은 전경련, 어버이연합 같은 우익집단을 키우고, 자금을 제공하여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노동자와 중소기업을 착취하고, 친기업 신자유주의 정책을 확산시켜온 적폐집단이다. 이들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소득주도 성장도 노동존중사회도 실현될 수 없다.

 이제 노동운동은 임단협과 현안투쟁을 재벌개혁 즉 경제민주화와 연결시켜, 경제권력을 바꾸는 제2의 촛불혁명에 나서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