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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도시의 유령, 플랫폼노동

김성혁/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준) 원장
금속노조연구원   |  

1. 플랫폼의 개념과 경제성


플랫폼은 기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에서 유래되었는데, 점차 차체 골격 같은 “공통의 틀”로 사용되었고, 인터넷 등장 후에는 “매개(중개)”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플랫폼을 경영 측면에서 보면 소비자, 생산자, 공급자가 모이는 마당이라 할 수 있다. 우버(택시), 에어비앤비(숙박), 네이버(검색), 11번가(쇼핑) 같은 플랫폼은 스마트폰을 통해 사이버공간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플랫폼기업은 상품을 소유할 필요 없이 중개만 하면 되므로 자산보유나 고용에 대한 부담이 없다. 공급자와 소비자들도 온라인 접속만으로 거래가 가능하므로 거래비용이 감소된다. 기업이 플랫폼을 한번 장악하면 사용자가 많을수록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더구나 디지털 서비스는 초기 기술개발에 비용이 소요되지만, 개발 후에는 파일 복제나 아이디 접속만으로 이용이 가능하므로 사용자가 늘어도 추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이와 같이 플랫폼은 접근성, 편리성, 저렴한 가격, 네트워크 효과 등의 장점이 있어, 플랫폼 기업들이 오프라인 기업들을 추월해 디지털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시가총액 10위 기업 중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등 7개가 플랫폼기업이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현대자동차를 추월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을 누군가 선점하면 후발주자는 여간해서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 이러한 승자독식 경제에서 플랫폼기업들은 독과점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불안정노동의 확대, 사용자로서의 책임회피, 조세회피(온라인거래) 등의 부정적인 측면도 많다.


2. 플랫폼노동의 출현


노동을 잘게 쪼개어 모듈단위로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은,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하여 중개되는 노동, 즉 사이버공간에서 노동을 사고파는 플랫폼노동을 출현시켰다.


이는 긱 경제, 주문형 경제라고도 부르는데, 기술적으로 스마트폰, IoT, 애플리케이션, 무선통신, 빅데이터 등이 사용되며, 인공지능과 클라우드까지 제공되고 있다.


고용정보원에서는 플랫폼노동의 정의를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①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를 통하여 구한,


② 단속적(1회성, 비상시적, 비정기적) 일거리로 1건 당 일정한 보수를 받으며,


③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일하면서 근로소득을 획득하는 근로형태


매킨지 보고서의 플랫폼노동의 규모를 보면, 프랑스는 노동인구의 30%, 미국 26%, 독일 25%, 스웨덴 28%, 스페인 31%이고 한국은 연구자에 따라 9~30%로 추정한다.


한국은 O2O서비스에서 많은 플랫폼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다. 음식배달, 퀵서비스, 홈서비스, 대리운전, 택시호출(카카오 앱) 등이 대표적이다. 우버 택시는 불허되었지만 ‘카카오 카풀’, ‘쏘카’, ‘딜카’, ‘타타’ 등 새로운 사업모델도 계속 개발되고 있다.

 

한국에서 플랫폼노동이 확산되는 분야를 보면, 첫째 특수고용종사자들이 플랫폼노동으로 전환하고 있다.

둘째 컴퓨터 수리업체 또는 대행업체들인데, 이들은 수리기사와 고객을 연결시켜주는 중개역할을 하고 있다. 기사는 고용관계가 아니라 자영업자로 컴퓨터 수리업체와 계약관계로 일한다. 사무실로 출근할 필요가 없고, 콜에 따라 건당 수수료를 받으면서 방문 서비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현재의 도급, 파견, 호출노동, 계약직, 일용직 등의 업무가 플랫폼 대행업체를 통해 처리할 수 있다. 일감을 찾는 노동자와 실제 사업주 사이에서 매칭 대행 역할이 플랫폼이므로, 인력파견업체가 온라인으로 작업하면 바로 플랫폼노동이 될 수 있다. 넷째 제조업도 예외는 아니다. 쿠팡 등은 인터넷 구인(이메일로 근로계약서 보냄)으로 알바생들을 모아 포장 작업을 하므로, 광의의 플랫폼노동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수의 제조 회사 반장들이 카톡방을 운영하면서 급히 필요한 주말 근무에 알바생들을 조달하는 것도 호출형 플랫폼노동으로 볼 수 있다.

다섯째 클라우드 워크라고 하는 시나리오·게임 작가, 디자인 등 컴퓨터 작업이 있다.


3. 플랫폼노동의 문제점과 대안


인건비와 복지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기업의 관심이, 플랫폼노동의 동인으로 작용한다. 플랫폼기업들은 업무 위임자와 플랫폼노동자 사이의 중개자로서 기능하면서 오직 인프라만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고용주가 플랫폼의 모습을 띄고 있는 경우, 직접적으로 대면해 업무지시나 평가,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재의 노동법으로 고용관계를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


사용자들은 과거 오프라인에서는 ‘직접 지시’로 노동자를 통제했지만, 플랫폼에서는 ‘고객리뷰’, ‘온라인 평가’ 등에 기반하여 수수료와 재계약(플랫폼 퇴출)을 결정한다. 이에 플랫폼 노동자들은 스스로 사용자의 요구에 맞게 움직인다. 결국 ‘평판시스템’은 대리운전, 호출노동에서 “미소 짓는 서비스”를 강제하는 징계 메카니즘으로 작동한다.


플랫폼노동의 실태를 보면, 배달대행업체들은 배달 기사들과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는다. 이로써 음식점 사장들은 배달원을 고용했을 때 생기는 4대 보험, 퇴직금, 산재 처리 등 일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결국 위험은 외주화 되고, 노동자로써 어떤 권리도 부여받지 못하는 플랫폼노동자들이 유령처럼 도시를 떠돌고 있다. 이들에 대한 행정·법률적 정의도 되어있지 않고, 숫자 통계도 없고, 관련 법도 어떠한 보호장치도 없다. 폭염, 한파, 폭우, 미세먼지 등의 조건에서도 플랫폼노동자들은 빈약한 장비를 착용하고 새벽까지 일을 한다. 최저시급도 안 되는 수수료에 가족을 부양하려면 장시간 노동은 필수적이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15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야간 취객을 상대하므로 폭언·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한 해 대리기사들의 86%가 폭언·폭행을 경험하였다. 기사들은 장시간 야간노동으로 불면증, 시력저하, 위장장애에 시달리며, 손님 차까지 이동하거나 일 끝나고 정류장까지 걷는(택시비 절약) 등 하루 10km 이상 이동으로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 월 평균 총수입은 186만원인데, 콜비 15~20%, 앱 사용료, 보험료, 통신료 등을 제하면 순수입은 152만원에 불과하다.


퀵서비스 기사는 17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월 평균 총수입은 212만원이나 콜 수수료, 기름값, 프로그램 사용료, 보험료, 통신비 등을 지출하고 나면 순수입은 155만원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 의하면 퀵서비스 기사들은 93%가 고용보험 미가입 상태이며 86%가 산재보험 미가입 상태이다.


플랫폼기업은 공급자(노동자)와 수요자(업체)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데, 중개 대가로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한편으로 가맹 업체들에게 높은 중개 수수료와 광고료 등을 요구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에게 역시 고율의 중개 수수료를 물리며 각종 패널티를 통하여 지배권을 행사한다. 독과점 시장에서 다른 선택이 없으므로, 가맹 업체들은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노동자들은 최저시급 수준의 처우를 받고 있다.


플랫폼노동 대응방안은, 먼저 독과점 규제와 불공정거래 단속을 위한 표준계약서, 표준요금 등 산업대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중개업체가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수수료와 패널티 부과 등을 못하도록 제한하고 장시간 노동, 산재 관련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플랫폼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공장 노동자를 모델로 만들어진 낡은 노동법의 개정이다. 기존 노동법은 법인모델로 사업장을 위주로 사용자성을 판단하였다. 이에 의하면 하청, 계열사, 특수고용, 프랜차이즈 등은 별도 법인이므로 원청의 사용자적 책임이 없다. 그러나 한국노동연구원 박제성 연구위원에 따르면, 계열사 등 복수의 사업으로 네트워크를 조직하여 사업을 경영할 때 이 네트워크를 하나의 사업으로 규정할 수 있다. 본사(하나의 사업)가 다른 사업(자회사, 하청, 특고, 가맹점)을 기획, 관리, 감독하는 등 둘 이상의 사업이 하나의 사업 목적을 위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경제활동의 동질성이 인정될 경우, 하나의 사업을 구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네트워크에 사용자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플랫폼노동자는 플랫폼기업의 지배하에 있다. 늘 호출을 대기하고, 플랫폼이 주는 일감을 받아, 플랫폼의 규정 하에 작업하며, 플랫폼의 평가에 따라 보상을 차등 받는다. 노동조합에서는 실태조사로 플랫폼노동자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조직화와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