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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권력 불감증에 걸린 노동자들

공계진/사단법인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금속노조연구원   |  

참혹한 패배


2.37, 0.11, 0.02...이 숫자들은 역술인이 읊어준 점괘가 아닙니다. 803,358, 37,366, 9,176... 이 숫자들은 앞의 2.37 등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들입니다. 앞의 숫자를 다합하면 2.5고 뒤의 숫자를 다합하면 849,900입니다. 필자가 칼럼의 초반에 숫자놀음을 한 것은 소위 진보정당들의 20대 대선 결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함입니다.


민주노총 지지후보들 3인의 득표율은 2.5%, 총득표수는 849,900표입니다. 이 결과는 역대 대선 중 최악이고(초기 권영길 제외), 그래서 참혹합니다.


노동자권력 불감증 역시 최대치


849,900표. 여기에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의 표가 어느 정도 들어가있을지 추정해봅니다. 50%? 저는 아니라고 감히 주장합니다. 저 85만표 중에 들어가 있는 민주노총 표는 50%보다 한참 밑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85만표의 94.5%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받은 표인데, 평소 민주노총의 성향을 볼 때 민주노총에서 80만표의 50%인 40만표를 정의당 심상정후보에게 던졌을 리 만무하고 또 정의당의 그간 활동을 감안할 때 민주노총보다는 다른 곳의 표를 더 갖고 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85만표중 민주노총 표가 그리 많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며 본 칼럼을 씁니다. 


이는 민주노총 표의 상당부분이 이재명후보 등 보수후보에게 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말 꽤나 하는 진보진영 또는 노동진영의 인사들의 대부분은 ‘정의당, 진보당이 문제야’,‘진보정당 분열이 문제야’,‘진보정당들의 노동중심성 없는게 문제야’하면서 이 참혹한 현실의 잘못을 진보정당들에게 돌립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여기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금속노조의 조합원(현재는 안산시흥일반분회 소속)이자 민주노총 100만조합원의 1인인 필자는 위 대부분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주장합니다.


“노동자 여러분, 금속동지들, 그리고 민주노총 동지들, 이제 남 탓하는거 지겹지 않으십니까? 이제 원인을 나에게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민주노동당 창당 후 노동조합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어느 정도 노력했습니까? 민주노총의 목표 중에 노동자정치세력화(이는 곧 노동자권력의 쟁취)가 있는데, 이것을 민주노동당에 아웃소싱하지 않았습니까? 조합원들이 정치적으로 무장되어 있지 않다보니 민주노동당의 분당, 이후 통합진보당의 분당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지 못했던 거 아닙니까? 아니 막을 힘이 없었던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 분열을 이유로 진보정당에 대해 냉소적 모습을 보이며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더 후퇴시키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그 핑계로 노동조합의 역할을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에 국한시키며 노동조합의 실리화와 경제주의를 방조하지는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제는 진보정당을 함께 키워 노동자권력을 쟁취한다는 것을 까마득히 잊고, 문재인, 이재명 등에 기대를 걸고 거기에 투표한 것 아닙니까? 심한 노동자권력 불감증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닙니까? 그래서 토탈 2.5% 아닙니까?”


필자의 이런 주장에 많은 활동가 및 조합원들이 비난의 화살을 퍼부을 것 같습니다만, 제 주장이 전혀 사실 무근이 아님을 이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필자는 이미 오래전에 ‘당과 민주노총 관계’라는 글에서 이런 논조로 민주노총의 노동자정치세력화를 비판했었습니다. 거기서 필자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아웃소싱, 외주화’란 표현을 썼었습니다. 나쁜 표현이지요.


이제 불감증을 치료하고, 노동자정치세력화를 다시 추진할 때


다 아시다시피 진보정당들에 탓을 돌리고 좋게 표현하여 진보정당들에 실망하고 대안을 보수정당들에서 찾아보았지만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뒤통수 맞는 거였습니다. 보수정당 중 그래도 낫다고 판단되는 민주당에 기대하며,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기 위해 많은 노동자들이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신 노무현을 찍었지만, 그래서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지만 노무현은 이전 정권보다 노동자들을 더 많이 구속시켰습니다. 그리고 귀족노조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민주노총을 국민들과 분리시키려했습니다. 촛불 후 정의당 심상정보다는 민주당 문재인에게 표를 몰아주어 문재인을 당선시켰지만, 임기 중 최저임금 인상은 평균 7.2%로 박근혜때의 7.4%보다 낮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누더기화시키며 50인 미만 노동자들을 안전에서 배제시켰으며, 중요하게는 박근혜도 안했던 민주노총 사무실 침탈을 문재인정부에서 보란 듯이 했습니다. 이런 두 번의 배신은 우연이 아니고 보수당이 갖는 한계의 발현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20대 대통령선거에서도 똑같은 일을 목도해야 했습니다. 후보되기 전 이재명이 갖는 개혁성은 후보가 되는 순간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이것은 후보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보수정당의 태생적 한계) 노동자들은 또다시 뭔가에 홀린 듯 진보 후보보다는 보수 후보에 표를 던졌습니다. 


그래서 앞의 숫자에서 봤듯이 노동자들이 함께해야 하고, 노동자들이 노동자권력을 세울 때 사용할 귀중한 진보정당은 참혹한 결과를 받아안았습니다. 


우리는 박근혜에게 유체이탈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바 있습니다. 자기 문제인데, 다른 사람의 문제인양 뻔~스럽게 얘기하는 박근혜를 비꼬기 위해 붙인 별명이지요. 


필자는 노동자들, 금속노조, 민주노총이 유체이탈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동자권력 쟁취라는 노동자들의 큰 목표를 놓고 볼 때 진보정당의 문제는 곧 자신들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남의 문제인양 대하고 있습니다. 진보정당이 당하는 참혹함은 곧 노동자들이 당하는 참혹함이고, 노동자권력을 만드는데 조성되는 장애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처럼 모른척 합니다. 우리는 봄부터 시작되는 임투에만 신경쓰면되는 양 살아갑니다. 


극우보수정권인 국힘은 말할 것도 없고, 극우는 아니지만 보수인 민주당류의 정당과 정권은 문재인에서 보았듯이 더 이상 노동자들의 친구가 아닙니다. 


이제 우리를 되돌아 보아야 합니다. 


이제 정의당 등 진보정당을 탓하고, 진보정당의 분열을 원망하며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 즉 노동자권력(노동자정권) 수립을 위한 사업을 방기해서는 안됩니다. 그 반대로 집권플랜을 세우고, 역으로 노동자정치세력화의 과정에  다시 돌입해야 합니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노동자 세상은,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한다고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제외되지 않는 세상은, 죽음의 외주화가 일어나지 않는 세상은 노동자정권에서나 가능하다고. 그래서 그것을 목표로 노동자정치세력화 사업을 힘있게 추진하고, 진보정당을 굳건히 세우며, 그들과 함께 노동자권력(노동자정권) 쟁취를 위한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