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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현 정부의 해법

박용철/한국노동사회연구소
금속노조연구원   |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하다는 사실은 생각과 지향이 다를지라도 모든 사람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가 되었다. 문제는 요즘 들어 이중구조의 원인과 그 해법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더 실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이중노동시장(二重勞動市場, dual labor market)이란 상대적으로 안정된 고용상태와 높은 임금, 양호한 노동조건 등을 보장받는 1차 노동시장과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가진 2차 노동시장으로 양분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말하는 것으로서 분절노동시장(分節勞動市場, segmented labor market)과 유사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중노동시장을 논의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내부노동시장과 외부노동시장인데, 내부노동시장(內部勞動市場, internal labor market)이란, 기업은 보통 여러 가지 기준에 따라 노동자의 배치, 훈련, 승진 등을 통해 노동력을 편성하고 임금을 관리하는데, 이처럼 기업내의 기준이나 관리가 노동시장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을 말하며, 내부노동시장은 1차 노동시장적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외부노동시장(外部勞動市場, external labor market)은 임금, 직위체계 따위가 기업 외부에서의 노동력 거래와 그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 또는, 그런 공간을 말하며, 외부노동시장은 2차 노동시장적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정규직을 중심으로 하는 1차 노동시장(내부노동시장)과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하는 2차 노동시장으로 양분되어 있는 이중노동시장의 특성이 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바로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의 노동조건 차이가 극심하다는 것이고, 실제로 국내외 여러 지표를 통해 검증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된 원인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관련 분야 학자들은 주로 고용형태, 학력, 성별, 기업규모, 노동단절성 등 여러 요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들 지표 모두 전근대적인 우리노동시장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비슷한 일을 하는 노동자라도 그가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고졸인지 대졸인지, 남성인지 여성인지, 대기업 소속인지 중소기업 소속인지에 따라 임금 등 노동조건이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들 요인이 서로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여기에 고질적인 재벌구조와 원하청구조, 나아가 내부노동시장으로 인한 기업별 교섭구조 등이 구조적인 요인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그렇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 단순하게 보면, 이중구조의 여러 원인들을 축소 또는 해소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막막한 것은 윤석열 정부는 이중구조의 원인을 아주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사람들로 인해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우려해 온 것처럼 윤석열 정부는 이중노동시장의 원인을 노동조합으로 보고 있고, 그 해법 역시 지극히 편향되어 있는 노동시간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정도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소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은 것이다. 이전 보수정부에 비해서도 더욱 그런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을 노동조합으로 보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최근 이례적으로 상승하긴 했지만 14% 수준이고, 그 분포를 보더라도 대기업, 공공기관, 전문직종 중심이다. 통상적으로 노동조합의 임금효과(소위 임금프리미엄)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근본적 원인을 노동조합으로 보는 것은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처럼 노동탄압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일부 노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고, 개별적인 사안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다.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떠벌리고 있는 회계문제도 이미 그 어느 기업보다도 투명하고 엄격하게 처리하고 있으며, 일부 정부보조금 역시 정부의 회계처리시스템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계속 제기하고 있는 노동시간 유연화는 이중구조 해소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그동안 사용자들이 제기해 왔던 문제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노동자의 과로와 산업안전, 임금저하로 인한 생계문제를 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인데, 그것에 대한 해법은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현 정부가 이중구조 해소방안으로 강력하게 제시하고 있는 임금체계 개편 문제는 이중구조 해소와 약간의 연관은 있지만, 원하청구조 개선, 단체교섭구조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과 병행했을 때 실현가능한 것인데, 너무나 지엽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으며, 그것도 직무급체계를 내세우면서 성과급체계를 도입하려는 의도는 너무나 구시대적인 것을 아무 비판 없이 강행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찾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제기하는 것으로는 첫째, 불합리한 원하청 관계의 개선을 들 수 있다. 전속거래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적절한 이윤 보장 회피, 연구개발 어려움 등으로 중소기업은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둘째, 교섭구조의 개편이다. 우리나라의 지배적인 기업별 교섭구조를 초기업교섭구조로 전환하는 노력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최소한 보장하고, 노사 대등한 구조와 산별연대임금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직무급은 이러한 구도하에서 필요한 임금체계로써 개별 공공기관만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직무급체계는 직무급 본래의 취지와도 충돌하는 것이다.

셋째,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은 정규직화를 통한 내부화 전략도 있지만, 내부화가 어려울 경우, 처우와 복지수준을 개선하는 방향도 있으므로 두 가지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 노동정책을 무엇보다 우려하는 이유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원인분석을 제대로 못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다. 원인 파악이 정확해야 우리의 이중구조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이나 기대는 어려워 보인다. 노동조합은 현실의 인과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공유할 수 있는 작업에 보다 노력을 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