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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세상을 바꾸는 노동조합운동을!

공계진/시화노동정책연구소
금속노조연구원   |  

9월13일 민주노총-진보정당 대표자 연석회의 합의문이 발표되고, 9월 14일 민주노총 대대에서 2024년 총선방침안이 통과되었다. 총선방침안의 경우 진보연합정당건설이라는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진보정당(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과 신뢰와 합의로 연합정당 건설에서부터 정책연대, 후보단일화, 공동선거운동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총선공동대응을 적극 추진한다’라는 합의를 이끌어내었다. 비록 높은 수준의 합의를 기대했던 노동자들의 경우 실망했을 수 있지만 진보정당 분열이후 민주노총이 개입하며 진보의 단결을 위한 기초를 닦았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있는 합의라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이 진보의 미래를 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총선방침은 2024년 총선을 겨냥한 것이지만 총선에서의 공동대응이 성과적으로 추진될 경우 총선 이후 진보진영의 ‘더 발전된 진로’를 함께 모색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했는지는 모르지만, 총선방침안 5번 항에는 ‘민주노총은 총선평가에 기초하여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정치방침(안) 이행을 위해 진보정치세력과 공동논의 기구를 구성한다. 공동논의기구는 신뢰와 합의로 운영하며 2026년 지방선거까지 연합정당 건설을 목표로 한다’라는 것이 들어가 있다.

 

필자는 민주노총이 정치방침안 및 총선방침안 합의를 계기로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했던 노동자정치세력화 사업에 박차를 가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에 머무는 노동조합이 아닌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하는 노동조합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이는 민주노총 건설 목표이기도 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노선 재정립이 필수적이다.

 

노선정립에서 기본은 <민주노총이 진보정당과 함께 하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건설 이후 민주노총의 대진보정당 사업을 복기하면, 민주노총은 ‘정치세력화사업 아웃소싱’ 단계를 거쳐 ‘진보정당과 거리두기’를 하는 등 진보정당과 함께 하는 길에서 이탈해 있었다. 그 결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진 대신 낮아졌고, ‘노동해방(세상을 바꾼다)’라는 창립 정신은 희미해졌다. 이것은 진보정당이 민주노동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통합진보당-정의당/진보당 등으로 분열될 때 민주노총이 이를 막을 힘을 갖지 못하는 상태로 연결되어 결국 진보정당의 분열을 방치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민주노총은 ‘다시 진보정당과 함께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다시금 ‘세상을 바꾼다’ 창립정신을 굳건히 세우고, 경제주의/조합주의적 노동운동이 아닌 세상을 바꾸는 노동운동을 해야 하고, 둘째, 이런 기조하에 노동자정치세력화 사업을 진보정당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독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여기서 노동자정치세력화 핵심사업은 노동자들의 계급의식, 즉 정치의식을 높여내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세상을 바꾼다는 큰 틀의 전략하에 진보정당과 함께하는 대신에 정파적 관점에서 총선, 지방선거에만 대응하고, 진보정당들을 단결시키는 역할보다는 분열된 진보정당들에 의해 끌려다니기만 한다면 민주노총의 미래, 진보정당의 미래는 없다.

 

진보정당과 함께 하는 노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꾼다는 노선은 민주노총이 직면해 있는 내부 문제를 극복하는데에도 도움이 된다.

 

민주노총 내부를 보면 실리주의-조합주의-경제주의가 만연해 있다. 노동조합이 임금 및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에만 매몰될 경우 민주노총은 이익단체로 전락하며 몰락하게 된다. 왜 그런가 하면, 이익단체의 성격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다는 것인데, 민주노총내에 수많은 단위노조 또는 산별노조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이전투구할 경우 민주노총은 자기 존립근거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민주노총을 만드는 이유를 제공했던 한국노총이 된다는 의미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경제주의/조합주의 세력이 민주노총의 상당 부분을 점하고 있다는 이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고 진보정당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길을 시급히 선택, 몰락의 길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나친 염려’라고 필자를 나무라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필자는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부터 노조가 이런 경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목도하였다. 필자의 무능으로 이런 경향을 막아내지 못해 결국 필자가 노동연구원장 시절에 목도했던 경향은 더욱 심화되었고,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라서 안타깝다.

 

이런 잘못된 경향을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은 <민주노총이 진보정당과 함께 하는 길>을 선택하고, <조합원들의 계급의식-정치의식을 고양시키며 세상을 바꾸는 행보를 하는 것이다, 즉 다시 세상을 바꾸는 노동조합운동을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글을 마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