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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와 저성장을 불러오는 ‘민간중심 역동경제’

김성혁 /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원장
금속노조연구원   |  

 

1.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민간중심 역동경제’로 정부의 규제나 개입을 최소화하고 기업과 시장의 자율성을 극대화하여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허가·환경보호·노동기준(최저임금·노동시간)·금융대출·산업안전 등에서 규제를 제거하고, 법인세·상속세 등 세금을 인하하며, 기업의 기술혁신과 산업재편을 지원한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 공정거래법 등의 형벌규정은 기업의 경영과 투자를 위축시키므로 과태료 등으로 완화하고, 노동조합 활동도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는 것으로 보아 타임오프, 회계공시, 국고 보조금 삭감, 노조법 2·3조에 거부권 행사 등으로 반노동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만능 친기업 정책이 경제성장을 가져오지는 못한다. 수출 대기업을 아무리 지원해도 성장의 결과가 총수 일가에게 집중되어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재벌 독점과 불공정거래로 중소상공인이 지속해서 몰락하며, 억압적인 노동정책으로 노동조합 교섭력이 약화되어 임금이 감소하고 고용불안이 지속된다. 결국 노동자·서민의 소비감소로 내수경제가 침체한다.

 

2. 2/4분기 경제성장률 –0.2% 기록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대비 1.3%로 예상보다 높이 나타나자, 정부는 수출 증가를 중심으로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며 ‘민간중심 역동경제’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언론도 ‘올해 7,000억 불 수출 기대’, ‘하반기 수출 순풍에 돛’, ‘세계 5위 수출국 기대’ 등을 선전하고 있다.

올 상반기 수출은 ‘미국과 중국 경제의 회복’, ‘반도체 업황 회복과 친환경 차 수요 증가’, ‘강달러 현상’ 등으로 전년대비 9.1%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반기 수출 증가율은, 작년 저조한 수출(–7.7%)에 대한 기저효과가 있으므로 과대평가는 금물이다. 또한 상반기 수출 증가와 달리 수입은 6.5% 감소하였으므로 상반기 무역수지는 수출과 수입이 동반성장하는 정상적인 흑자가 아닌, 불황형 흑자이다.

올 1/4분기 성장은 총선용 재정 조기 집행의 효과가 있을 수 있는데, 실제 2/4분기 경제성장률은 –0.2%로 하락하여 장밋빛 전망이 퇴색하고 있다.

한국경제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은 것은, 먼저 수출에서 반도체·자동차 등 특정 품목과 미국·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미국의 압박에 따라 대중국 수출의 지속적인 둔화 가능성이 크며, 미국 등 해외 현지생산이 확대되어 국내 생산과 수출이 향후 감소할 예정이며, 보호무역이 강화되는 탈세계화 현상과 트럼프 집권시 무역제재 가능성 등 리스크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가계부채(2024년 상반기 1,896조원으로 역대최고)와 고금리 등으로 내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KDI(8월 전망치)에 따르면 2024년은 고금리 장기화로 민간소비가 1.5%(작년 1.8%), 설비투자는 0.4%(작년 1.1%)로 둔화하며, 건설투자는 –0.4%(작년 1.5%)로 역성장이 예상된다. 내수 부진에 따라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0만명(작년 33만명)으로 추정된다.

IMF(7월)는 2024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3.2%, 한국경제 성장률은 2.5%로 전망하였다. KDI 경제전망을 보면, 윤석열 정부에서 한국경제 성장률(2022년 2.6%, 23년 1.4%, 24년 2.5%, 25년 2.1% 전망)은 코로나(2020년) 이전 3%대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3. 알맹이 없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역동경제 로드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회의에서,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상회했으며 수출이 9개월 연속 플러스로 회복세를 이끌고 있고 물가도 안정세를 공고히 했다고 평가하고, 경제회복의 온기를 민생현장에 전달하고 민생의 구조적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발언했다.

최상목 기재부 장관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으로 ①소상공인 지원, ②물가안정, ③건설투자 등 내수보강, ④부동산 PF 등 잠재리스크 관리 등 4가지 단기 대책을 제시하고, 역동경제 로드맵으로 ①혁신생태계 강화, ②공정한 기회 보장, ③사회이동성 개선 등 3대 과제를 바탕으로 서민·중산층 시대 구현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발표하였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단기 대응으로 취약 부문에 대출 등을 집중하여 민생안정을 도모한다는 것인데, 재량적인 재정지출보다 대부분 한시적 상환유예, 대출, 이자감면 등으로 근본대책이 부재하며, 재정지원은 규모가 불충분한 경우가 많고 재원 마련 방법이 불확실하여 내실 있는 집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예를 들면 소상공인 지원은 상환기간 연장을 포함한 금융지원 14조원, 새출발기금 확대 10조원, 폐업지원이나 전기료감면 등 재정지원 1조원으로 총 25조원인데, 대부분 한시적 금융지원으로 직접 재정지원은 최소화하였다. 상환연장, 대환대출(이자 부담 경감) 등의 조치는 당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 대책은 되지 못한다. 새출발기금은 소상공인 부실 차주를 대상으로 원금 감면, 금리 및 상환기간 조정 등 채무구조조정을 지원한다. 그러나 재원조달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자영업자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코로나 방역 집합금지조치 등으로 자영업자 채무가 증가하였으므로 손실 금액에 대한 국가 지원(국채 발행)이 필요하나 이런 방안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

또한 물가안정에 있어서도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 재정적자를 원가주의 시각에서 공공요금 인상으로 해소하고 있는데,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해 재정 책임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 기조로 공공성 확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역동경제 로드맵은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내용을 반복하거나 아직 추상적인 선언 수준에 머물러 있어,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구체적인 감세 정책 정도이다.

주목되는 정책은 기업가치를 높이고 시민의 자산형성 기회를 주자는 밸류업 세제 지원인데, 상속세(최대주주 할증 20% 폐지, 기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법인세(주주 환원 증가액의 5%를 법인세 세액 공제), 금융투자소득세(폐지), 배당소득세(금융소득 2천만원 이하 14%에서 9%로 인하, 2천만원 초과는 45%에서 25%로 인하) 등의 감면이다.

자산계급의 재산 대물림을 보장하는 등 자산소득에 대한 조세감면은 양극화를 확대하는 것이다.

 

4. 한국경제 발전과 민생경제 회복 방안

 

한국경제 발전과 민생회복을 위해서는 아래와 같이 노동자 서민 중심 경제와 공공성 확대가 필요한데 정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양극화와 저성장을 불러오는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편향 정책’, ‘노동기본권 거부’, ‘민주주의와 사회공공성 후퇴’ 등에 맞서, 민주노총과 전농 등 사회단체들은 윤석열 정부 퇴진 민중총궐기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첫째 노동자 서민의 고용과 임금을 안정화하여 내수경제를 살려야 한다. 한국경제 내수침체는 노동자 서민의 소비위축에서 기인하는데, 실질임금과 실질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먼저 2023년 자영업자 폐업 신고자는 금융위기 때보다 많은 98만 6,487명(국세청)으로 100만에 육박한다. 다음으로 물가상승과 고금리 등으로 실질임금은 2022년부터 3년째 감소했고 실질소득은 2024년 1/4분기 현재 7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또한 1/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원으로 전년대비 1.4% 증가했다. 소득 중 사업소득과 이전소득은 증가했으나 근로소득은 329만원으로 명목으로도 전년대비 1.1% 감소하였다. 또한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2024년 2/4분기 –2.9%인데 2022년 2분기(-0.2%)부터 9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어 내수 붕괴를 보여준다.

둘째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여 일하는 사람들의 교섭력을 높이고, 원하청 불공정거래를 민주화하여 중소납품업체의 몫을 늘려야 한다. 임금·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여 노동자가 사용주와 대등하게 교섭하고 투쟁하여 권리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윤 정부는 말로는 노동 약자를 대변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건설·화물 등의 단체교섭과 안전운임제 합의를 무효화하여 교섭력을 약화시켰고,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있는 권리인 노조법 개정에는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한편 중소하청기업 노동자들의 몫을 늘리기 위해서는 재벌 체제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대기업의 단가인하, 기술탈취, 내부거래 등을 규제하여 중소납품업체의 몫을 늘려야 있다.

셋째 부자 증세로 복지재원을 늘려 공적영역에 대한 무상화를 확대해야 한다. 민간경제가 위축되면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로 세수가 줄어든 가운데 건전 재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재원을 경기부양용 부동산 정책(특례보금자리론 40조원 정책자금등)과 자산계급 지원(금융업자, 건설업체 정책자금)에 집중하여 불로소득이 늘고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등 복지지출은 줄었다.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교육, 의료, 돌봄, 주거, 교통 등 공적영역에서 무상화 확대로 공공성을 보장하고 서민생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그러나 윤 정부는 공공영역 시장화를 확대하고 복지지출은 축소하는 가운데 국회에서 의결한 전국민 25만원 지원금에도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넷째 미국 중심 경제블록에서 벗어나 중립적인 외교통상으로 중국·러시아 등과 교역을 늘리고, 과도한 해외투자를 지양하여 국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갈등 등 보호무역 전쟁’, ‘우크라이나·중동 등의 군사충돌’, ‘일본 금리인상으로 앤-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 복잡한 국제질서에서 한국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중립적인 외교통상과 핵심산업 자국 생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 지원법 등으로 한국 핵심산업의 과도한 미국 투자로 국내 투자가 감소되고, 중국 투자 제한 등 불리한 조건을 일방적으로 강요당해 통상주권이 훼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