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과 한국 철강산업의 위기
1. 철강·알루미늄과 파생제품에 50% 고율관세 부과
한국 철강산업이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심각한 침체를 보이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구 감소’, ‘건설업 등 경기침체’,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럽과 미국의 고율관세’ 등으로 철강산업이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과 파생제품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에 혜택을 주었던 철강 무관세 쿼터제를 폐지하였다. 미국 상무부는 6월 파생제품에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동고, 조리용 스토브, 오븐, 레인지, 음식물 쓰레기처리기 등 9개 가전제품을 포함시켰다. 미국 기업들은 보일러, 에어컨, 산업용 로봇, 농기구, 선박, 가구, 아령 등 철강이 사용된 제품과 알루미늄 케이블, 열 교환기, 태양광, 변압기, 배터리 부품, 자동차부품, 전선 케이블, 금속가공제품, 원자로까지 수백 가지 파생제품의 추가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산업계의 민원에 따라 관세 범위가 엿가락처럼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관세 인상 등으로 한국의 철강 전체 수출은 지난 5월 전년에 비해 –12.4%인데, 대미 수출은 –20.6%를 기록하였다. 2024년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44억 달러이고, 가전제품 대미 수출은 80억 달러이다. 관세 충격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 현지 철강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예상하면 한국 철강업체의 대미 수출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한국이 특히 타격이 큰 이유는, 먼저 미국이 해외 제조업의 투자를 끌어들이고 석유 생산을 늘리면서, 자동차·가전제품·강관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늘어나 한국이 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관세 50% 부과로 접근이 어려워졌다. 한국 철강은 미국 수입액의 13%를 차지하여 5% 이하인 일본, 중국 등에 비해 미국 시장 의존도가 커서 충격도 크다. 다음으로 고율관세로 미국 수출이 차단된 EU, 중국, 일본 등의 철강재가 국제시장에 범람하여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므로, 동남아 등 한국의 수출시장이 잠식될 것이다. 또한 한국이 혜택을 받던 263만 톤 무관세 쿼터가 폐지되어, 이전에 면세 혜택이 없었던 역내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한국 업체들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다.
2. 50% 관세 부과로 미국 철강업체 경쟁력 강화
트럼프는 5월 30일 US스틸 공장을 방문하여 50% 관세부과를 자랑스럽게 발표하였다. US스틸은 2025년 1분 매출 –10.4%, 순손실 1억 16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설비 노후화, 투자 정체, 수익성 저하로 이전부터 매각을 추진했는데 국가안보를 우려하여 바이든이 거부하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관세를 인상하면 미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미국내 철강업체에 투자하는 기업에 도움이 된다며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하였다. 미국 정부가 황금주(주주총회 적대적 인수합병 등에 거부권 가능)를 보유하여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지 않으며, 일본제철이 약 20조 원을 투자하고 관련 산업에 10만 명을 고용하며, 인수시 일회성 보너스 700만 원을 지급한다. 특히 관세를 인상하여 미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일 철강연합을 형성한다.
현대차 그룹은 관세인상을 피하여 8조 5천억 원을 투자해, 미국에 270만 톤 전기로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고 포스코도 공동투자로 참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현지 철강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과는 반대로, 국내 철강사들은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대미 수출 감소에 대비해 조업을 축소하거나 공장폐쇄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3. 한국 철강산업 위기
올해 1분기 현대제철은 영업손실 190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했고, 포스코홀딩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3.4%, -1.7%이며, 동국제강도 영업이익이 –91.9%를 기록했다.
현대제철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여 인천공장 4월 셧다운, 포항 2공장 6월부터 무기한 휴업, 포항 1공장 중기사업부 매각, 자회사 현대IFC 매각(동국제강) 등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작년부터 저수익 사업 55개, 비핵심자산 71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데 2026년까지 2조 1천억 원의 현금 창출을 계획하고 있다. 작년 11월 포항 1선재공장을 폐쇄했고 철근 단가 유지를 위해 감산을 진행하고 있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은 철근 수요 감소로 재고가 증가하여 전기료 등 고정비 부담으로 7월 한 달 전면 셧다운에 들어간다.
고율관세와 미국 현지생산 확대로 한국에서의 철강 생산과 수출은 크게 감소할 것이다. 자동차 강판과 강관 등의 수출 감소, 가전제품 관련 칼러 및 도금강판 수출 감소로 국내 생산이 감소하고 철강 대기업의 충격은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나아가 산업공동화, 세수 감소, 지역경제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부당한 관세 부과에 대한 대책 마련, 철강산업에 대한 국가지원, 노동자 고용 보호 등이 필요하다. 지난 조선업 구조조정 시기와 코로나 시기 14개 업종에 대한 지원 등 지역과 업종에 대한 특별지원 방안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한미FTA로 합의한 철강 쿼터제 유지와 50% 관세 인하를 요구할 필요가 있고, 국내외 반대가 많고 트럼프 정책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미국의 일정에 쫒겨 조급하게 협상할 필요는 없다.
4. 트럼프 관세정책의 문제점
미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두 가지 공공재, 안보 우산과 준비자산(달러와 미국 국채)을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세계가 미국의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 즉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다른 나라들이 상당한 양보를 하고, 미국의 관세 부과를 보복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트럼프는 미란 보고서의 논리에 근거해서, 한미간 무역수지 불균형이 비관세 장벽과 불공정한 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재산을 도둑질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 1인당 국민소득은 2025년 약 9천 달러로 세계 7위이다. 국민생활 수준은 높은 편이며 내부 빈부격차가 중요한 문제이다. 미국 노동자와 농민들이 50년 동안 무역자유화로 인해 착취를 받았다는 것은 엉터리 논리이며, 오히려 미국은 달러 체제로 무이자로 외국 상품을 사용하는 효과로 혜택을 누리고 있다. 미국 경제가 침체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지대추구 금융경제로 전환하고 제조업은 싼 가격에 해외에서 조달하는 국제분업체제로 재편하여 실물경제가 약화되었기 때문이며, 제국주의 전쟁과 해외 군사기지 운영에 과도한 지출로 재정적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 침체를 모두 외국의 탓으로 돌리고, 관세를 지렛대로 ‘미국산 에너지와 농산물 수입 확대’, ‘미국 빅테크 기업 규제완화’, ‘미국 투자 확대’ 등을 요구하며 우방까지 수탈하면서 다른 나라 희생을 요구하고 있으나, 국내외 반대로 트럼프 관세정책은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미국 내에서도 대법원이 관세부과는 의회 의결이 필요한데 대통령 재량을 과도하게 적용해서 불법이라고 판정하여 항소 중이며, 물가 인상을 우려하는 소비자들, 원자재 구입이 어려워진 기업들, 주가와 채권 폭락으로 피해를 입은 금융계 등에서 트럼프 관세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는 국가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상호관세, 품목별 관세 등을 부과하여, 과거 미국의 주도로 만든 다자간 합의와 최혜국 대우 등 국제무역질서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미FTA에 따라서 한국과 미국은 서로 관세가 제로인데,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국가간 신뢰를 파괴하는 것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면, 당연히 다른 나라도 미국에 관세를 부과해야 하고, 세계경제는 침체될 것이다.
미국의 일방주의는 결국 세계적으로 미국의 고립을 자초하고 다극화된 세계로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