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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봉, 투표용지 그리고 혁명

공계진 /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금속노조연구원   |  

빛의 혁명 후 벌써 2년이 지나갑니다. 빛의 혁명을 함께했던 많은 이들이 과거 촛불혁명과 다르지 않은 결과에 실망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노동조합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노동조합은 빛의 혁명의 주역 중의 주역이었습니다. 이제 노동조합은 이 빛의 혁명을 성공한 혁명으로 보는지, 미완의 혁명으로 보는지, 실패한 혁명으로 보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대통령 당선과 더불어민주당의 득세를 성공으로 본다면 성공한 혁명이라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럼, 노동조합은 대통령의 뜻인 중도 보수에 만족하며 조합 활동을 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은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운운하며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을 짓밟으려고 기도했던 것에 이의를 제기하면 안 됩니다. 중대재해를 범한 자를 처벌하지 않아도 눈감아야 합니다. 노란봉투법을 자의적으로 운영하며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침해해도 모른 척해야 합니다. 작은 공장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계속 보장하지 않아도 남의 일로 치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노동조합이 <노동조합 아님>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이 빛의 혁명을 성공한 혁명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맞습니다. 노조가 중심이 되어 응원봉을 들고 투쟁한 그 빛의 혁명은 미완의 혁명, 아니 실패한 혁명입니다. 이제 노동조합은 이 실패의 원인 찾기에 나서야 합니다.

 

실패 원인을 노동조합에서 찾아야 합니다. 즉, 실패는 노동조합이 ‘사회 대개혁’을 목표로 진보정당과 함께 투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광장의 혁명 세력이 ‘사회 대개혁’을 외칠 때 그들과 함께 연대하는 것을 포기하고 광장에서 철수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혁명의 성과를 다 가져가려는 더불어민주당 세력과 싸우기보다는 그들과 협력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단적으로 표현되었던 것이 대통령 선거입니다. 노동조합은 ‘사회대전환연대회의’와 손잡지 않았습니다. 노동조합은 사회 대개혁이 아닌 중도 보수를 지지했습니다. 결국 사회 대개혁을 외친 광장의 혁명 세력은 심각한 패배를 맛보아야 했습니다. 0.98%는 그 상징입니다.

노동조합은 억울함을 호소할 것입니다. 총연맹 일부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협력은 <노조 아님>의 선언이 아니라 외연 확대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금속노조는 우리는 사회대전환연대회의를 지원했다며 필자를 공격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산별노조 일부는 혁명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노동조합을 일반화하는 것은 민주노총이고, 그 민주노총이 한 일은 노동조합이 한 일로 치환됩니다. 인정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은 또 진보정당들에 책임을 전가하고 싶어 합니다. 그들이 분열하고, 노동 중심성을 세우지 못해서 그랬다고 말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노동조합이 남 탓만 하는 것은 비겁한 일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 노동조합은 남 탓하며 혁명의 뒷전에서 어물쩍거리면 안 됩니다. 비록 빛의 혁명 후 잘못된 길을 걷긴 했지만, 이제 노동조합은 혁명의 주역으로 복귀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마침 6.3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6.3 지방선거는 혁명으로의 복귀 기회를 제공합니다. 혁명은 응원봉을 갖고 할 수 있지만 투표용지를 갖고도 가능합니다.

빛의 혁명 실패의 후과는 매우 큽니다. 당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진보정당들이 입은 타격은 그들의 재기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6월 3일 지방선거가 있지만, 이들 진보정당은 후보를 내는 것조차 힘겨워했습니다. 정의당은 서울시와 광주광역시에서만 광역후보를 냈습니다.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후보들도 겨우 몇 군데 냈습니다. 노동당, 녹색당은 더 어렵습니다. 그나마 출마한 후보들은 당의 지원이 미약해 어렵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빛의 혁명 때 응원봉을 들고 경복궁 광장에서 추위와 맞서며 노동조합과 밤을 새운 우군들입니다. 이들 진보정당이 재기하지 못하면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 대개혁’은 요원해집니다. 노동조합의 혁명으로의 복귀는 이들을 돕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은 단순히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만든 조직이 아닙니다. 민주노총 강령에 명시되어 있듯이 노동조합의 최종 목적은 노동해방, 세상 바꾸기입니다. 이를 위해서 투표용지를 들고 다시 올 혁명을 준비해야 합니다.

 

선거 결과의 예측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고, 국민의힘이 연명하는 수준의 의석과 기초 및 광역단체장을 얻게 될 것입니다. 보수 양당의 공생입니다. 빛의 혁명이 있었지만, 바뀐 것은 없는 사회가 지속될 것입니다. 노동조합이 이것을 막아야 합니다.

 

응원봉이 윤석열의 내란을 막았습니다. 선거에서의 응원봉은 투표입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이 투표용지 속 진보정당 후보, 그리고 진보정당에 기표하도록 운동해야 합니다. 악조건에서 선거 투쟁하고 있는 진보정당들에 세액공제를 몰아주어 재정난을 극복하게 해야 합니다. 지사 후보도 없어 정당투표율을 높이기도 어려워하는 진보정당들을 위해 ‘정당투표는 진보정당에게’라는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 120만 명 조합원이 6월 3일 투표장에 나가 진보정당과 진보후보에 투표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이 이런 노력을 한다면 어려워하는 진보정당들은 재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곧 민주노총의 혁명으로의 회귀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