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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 암묵지의 데이터화가 가져올 기회와 그늘

김성혁 / 민주노동연구원 원장
금속노조연구원   |  

1. 고용·노동 관련 유럽연합 인공지능법(EU Artificial Intelligence Act)


AI가 고용과 노동 관리에 사용되면 ‘개인정보 보호’, ‘노동권’,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노동자의 생계와 경력 전망’ 등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유럽연합에서는 이를 고위험 AI로 분류하여 사용자(회사)에게 의무 사항을 부과한다.


EU 인공지능법 부속서Ⅲ 제4호에, 작업과정·작업속도·노하우·숙련수준·문제해결방식·커뮤케이션을 수집하여 승진·채용·평가·업무배정·성과감시에 사용하는 시스템은 ‘고위험 AI’로 분류된다. 고위험 AI를 운영하는 사용자(회사)는 사전고지(투명성)·기록보관·인간감독·영향평가의 의무가 있고, 영향받는 자(노동자)는 ‘설명·정보 제공 요구’, ‘이의제기’, ‘인간의 개입 요구’, ‘피해구제 및 권리 보장 요구’ 등의 권리가 있다.


또한 EU 인공지능법 제5조 제1장은 아래와 같이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침해할 위험이 큰 AI는 심각한 인권 위협으로 분류하여 시장 출시와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

△얼굴·지문·행동패턴 등을 기반으로 한 생체인식 분류

△CCTV 영상이나 얼굴 이미지를 무차별 추출하여 안면인식 DB를 생성하는 행위

△직장이나 학교에서 자연인의 감정이나 의도를 추론하기 위해 AI를 사용하는 행위


그러나 EU 인공지능법에 숙련 암묵지 데이터화 관련 규정은 없다. GDPR(개인정보보호 규정)에서는 개인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삭제권·이동권은 인정하지만, 노동과정에서 생성된 암묵지 데이터에 대한 직접적인 권리는 보장하지 않는다. 근로계약을 맺었으니 업무 중 생성된 모든 데이터는 회사 소유라는 논리가 지배적이다.


다만 GDPR(개인정보보호 규정) 제5조는 개인정보 처리의 기본원칙에 따라 숙련 암묵지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데이터로 수집되면 아래와 같은 일반원칙을 엄격히 적용한다.

△투명성 및 공정성 : 노동자의 노하우나 작업속도 등을 수집할 때는 그 목적과 방식을 노동자에게 명확히 알리고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목적 제한 : 수집된 데이터는 애초 정해진 목적(예: 공정 개선) 외에 채용, 평가, 징계 등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용도로 함부로 전용될 수 없다.

△데이터 최소화 : 업무 수행에 필요한 범위 내의 암묵지 데이터만 수집해야 하며, 과도한 수집은 금지된다.


GDPR 제88조는 고용관계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 처리에 대해 구체적인 보호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특별 규칙을 두고 있다. 특히 직장 내 감시 체계를 통해 노동자의 노하우나 행태 데이터를 수집할 때는 ‘인간의 존엄성과 정당한 이익’, 그리고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하고 구체적인 조치’가 수반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실제 ‘근로계약 이행’, ‘업무 관리·조직’, ‘직장내 평등’, ‘산업안전보건’, ‘고용관계 종료’ 등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자 개인정보 처리에 대해, 회원국은 구체적인 규칙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는 회원국의 국내법과 단체협약 등을 통해 숙련 암묵지 데이터화 시 ‘지적재산권 인정’, ‘사용 목적 동의’ 등 세부 사항을 명문화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된다.

 

2. 숙련 암묵지 관련 단체협약과 사회적 합의


독일과 이탈리아 노조들은 GDPR 제88조를 근거로 숙련 노하우 수집 시 반드시 노사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을 단체협약에 삽입하고 있다.

△유럽 제조노조(IndustriAll Europe)는 ‘노동자가 통제하는 디지털화’를 원칙으로 한다. 숙련 암묵지의 데이터화가 노동자의 기술을 빼앗는 행위가 되지 않도록, 수집된 데이터의 활용 목적을 ‘보조’에만 한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독일 금속노조(IG Metall)는 ‘미래를 위한 단체협약’을 통해 AI 도입 시 노동자의 숙련 유지와 재교육 권리를 명문화함. 특히 노동자의 작업 노하우가 AI에 학습될 경우, 그 결과물에 대한 공동 결정권을 주장한다.

△이탈리아 노총(CGIL)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수집되는 노동자의 작업 패턴 데이터를 ‘공동자산’으로 규정하고,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알고리즘 권리장전’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020년 유럽연합 노사정(ETUC)은 아래와 같이 디지털 전환에 관한 자율협정(사회적 합의)을 체결하였다.

△동의 기반한 수집 : 노동자의 행태나 노하우를 수집하는 센서, 모니터링 기술 도입 시 사전에 노동조합과 협의해야 한다.

△설명할 권리: 숙련 데이터가 분석되어 성과 지표로 환산될 때, 노동자는 그 분석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을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

△재교육 보장: 숙련 암묵지가 데이터화 되어 특정 업무가 자동화될 경우, 해당 노동자에게는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유급 교육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유럽의 사례들은 노동자의 암묵지를 단순한 ‘추출 대상’이 아닌, 노동자의 ‘디지털 자산’으로 접근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인간 통제 원칙: “인간이 통제권을 유지한다.” 즉, AI가 숙련공의 노하우를 배워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숙련공이 AI를 도구로 사용하여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술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 숙련 암묵지 수집의 필요성과 문제점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숙련 암묵지 데이터화의 필요성은 아래와 같다.

① 단절 위기에 있는 명장의 숙련 암묵지를 데이터화 하여 기술은 후대에 전수할 수 있다. 제조 명장의 오감(쇳물 관리, 정밀 용접, 표면 가공 등)을 정밀 센서와 AI 분석을 통해 데이터로 변환하여, AI 역량이 취약한 중소기업 등에 보급할 수 있다.

② 숙련공의 암묵지 데이터화는, 신입사원 교육 또는 AI 훈련에 사용할 수 있다. 또 피지컬 AI가 노동자 업무를 지원 및 일부 대체하여 생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③ 숙련 암묵지 데이터화로 인한 이익은 숙련공에게 지급하거나 사회적으로 분배할 수 있으며, 인간은 위험·반복·힘든 노동에서 해방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휴식과 더 고차원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숙련 암묵지 데이터화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아래와 같다.

① 회사는, 숙련 단절 등의 우려가 있어 명장을 대상으로 암묵지를 취합한다고 하나, 이후 전체 숙련공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회사들은 숙련 암묵지 취합 시 법제화·단체협약보다는 계약이나 취업규칙으로 진행 중이다(산업부 입장도 유사).

② 노동자의 평생 노하우인 정밀한 작업 동작과 행동 패턴 데이터가 회사 자산으로 귀속되면, 노동 가치가 약탈당할 수 있다.

③ 숙련공은 암묵지를 데이터화 해서 AI에게 이전하고, 자신은 로봇 고장을 감시하는 보조자로 전락하거나 실직할 수 있다.

④ 회사는 취합된 데이터를 평가와 감시 등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⑤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회사에서 작업자가 사용했던 컴퓨터와 온라인 계정, 각종 센서 등에 있는 인간의 지식, 노동, SNS 기록과 활동 등을 모두 데이터화 하여 복제인간 수준의 피지컬 AI 등을 만들 수 있다(현재 사무직과 지식노동에 적용).

 

4. 숙련 암묵지 관련 노동조합의 대응방안


첫째, ILO(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인공지능 활용)에 따르면, AI 도입으로 업무 할당, 일자리 등에서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해서는 안 되며, 인간의 통제와 개입이 보장되고, 개인 정보 보호와 알고리즘 투명성이 법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대화, 단체협약, 제도개선으로 데이터화 시 고용보장과 인간 주도성을 보장해야 한다.


둘째, 숙련 암묵지 데이터의 주인은 해당 노동자이므로, 노동자의 데이터를 회사가 소유·사용하고 이익을 독점하는 것은 부당하다.

△숙련 암묵지의 데이터화 시에는 지적재산권이 보장되고,

△사용 목적과 용도에서 노동자(또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취합한 데이터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정당하게 분배하고 고용복지기금 등으로 적립할 수 있다.

△이는 AI 기본법 가이드라인, 사회적합의, 단체협약 등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