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 늪에 빠진 한국,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부채의 늪에 빠진 한국,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경제 최대의 뇌관, 가계부채
이상동 (새사연 연구팀장)
최근 도래한 금융위기는 이른바 ‘약탈적’ 가계대출로부터 시작되었다. 낮은 노동소득 때문에 가계는 구매력이 극도로 떨어진 상태이나 금융기관들은 대출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대출을 늘리기 위해 무자격자에 대한 서류위조 까지도 횡행했다.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이자상환에 허덕여도 금융기관들은 개의치 않았다. 첫째로 높은 대출금리가 주는 수익이 있었고 둘째로 대출채권을 유동화시켜 2차 수익을 얻을 수 있었으며 셋째로 부동산 시장의 공급 쪽에 서 있는 건설회사들에게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하는 효과도 창출하였다. 가계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한다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높은 부동산 가격 때문에 담보물을 차압하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740조 원에 달하는 한국 가계부채는 이와 같이 부동산 거품을 배경으로 금융기관-건설기업-가계 사이의 먹이사슬이 만들어 놓은 결과이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소득 수준과 비교할 때 여실히 드러난다. 가처분소득 대비 개인금융부채는 2009년 말 현재, 152.7%로써 역사상 최고 수치를 경신하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가 터지기 직전, 미국의 최고치 132%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베일을 벗는 공기업 부채
한편 가계에 이어 정부 부채도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LH공사의 부채가 그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LH공사는 공기업으로써 그 부채가 공식적인 정부 부채로 잡히지는 않으나, 어차피 채무조정에 나서게 되면 정부의 부담으로 오게 되어 있다. LH공사의 부채는 118조로써 지난 6개월 동안 무려 10조가 증가했다. 2009년 10월 이명박 정부 들어 첫 공기업 통합으로 탄생한 LH공사는 통합으로 효율성이 높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빚만 잔뜩 늘리고 있는 셈이다.
LH공사 부채의 구조적인 원인은 공공성을 포기하고 수익성만을 쫓아 온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현재 LH 공사는 토지와 주택이라는 공공재를 공급함에 있어 부동산 경기라는 단기적인 이익 회수에만 기댐으로써 금융부채를 계속해서 키워 왔다. 부채의 상당부분이 세종시, 보금자리주택, 신도시 개발 등 국책사업에 관련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익적 차원에서 공공 재원을 활용하여 장기적으로 해결하려 한 것이 아니라 택지 분양이라는 시장 메커니즘에 의존해 단기적으로 해결해 왔던 것이다. 약 75조에 이르는 금융성 부채 때문에 매일 100억 원에 가까운 이자를 물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LH공사 이외에도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등의 공기업도 20조 원 이상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데, 모두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재화를 공급하고 있으며 예외없이 최근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움직임과 관련되어 있다.
부채의 비용을 누가 댈 것인가?
가계와 정부가 지고 있는 막대한 부채는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 지금까지 자본주의가 그래 왔던 것처럼 끝없이 지불결제를 유예시킴으로써 파국을 지연시킬 것인가? 물론 전혀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기타니 고진이라는 학자가 지적한 것처럼 애초에 신용이라는 것이 발명된 이후로 계속해서 자본주의가 반복했던 일이기도 하다. 부채가 완벽히 청산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 말이다.
다음으로 시장권력을 이용해 이익률을 올림으로써 부채를 줄이는 방법이 있겠다. 시장권력을 이용한다는 것은 실로 다양한 방법이 있을 터인데, 예컨대 요금 인상, 일방적인 지불 불능 선언, 담보물 회수 등을 시장권력의 약자들에게 행사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부채를 인수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서 주로 사용했던 방법인데, 현재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정부의 재정이 부족한 탓이다.
이상의 방법 모두 노동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부채의 늪에 빠진 한국 자본주의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데, 우리는 준비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