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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에서 바라보는 금속산별노조

금속노조연구원   |  

북유럽에서 바라보는 금속 산별노조


 


                                                                김태현(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들어가는 말


아시아와 유럽의 노총 연구소간 포럼인 아시아 유럽 노동포럼이 오슬로에서 열린 김에 노르웨이 노총과 연구소를 방문해서 노르웨이의 산별노조와 노동운동을 배우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25%를 사회복지에 쏟는 나라,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이 완전히 보장되는 나라가 노르웨이이다. 척박한 북쪽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붙어있는 이 나라는 우리가 서구에 개항할 1870년대에 산업화가 처음으로 시작되고 벽돌건물도 외국인 기술자가 전수하여 처음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섬유중심의 공장들이 150년 전 오슬로 강가에 세워졌고 12시간 장시간 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개되었는데, 지금은 모두 문을 닫고 직업학교, 아파트 등으로 재개발되어 있다.


스웨덴처럼 유명한 대기업 가문은 거의 없고 중소기업이 중심이 된 이 나라, 그러나 지금은 고복지에도 불구하고 1인당 GDP는 약 55,000달러, 실업률은 약3%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유럽에서도 높은 경제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산별노조


노르웨이의 낮은 임금격차와 고복지의 중심에는 노르웨이 노총과 산별노조가 있다. 강한 산별노조는 시장임금의 격차를 대폭 축소시켜놓았고, 100년 넘게 이어온 노르웨이 노총과 노동당의 연대관계는 보편주의적 복지국가 건설로 이어졌다. 복지뿐만 아니라 북유럽의 노조는 강한 노조와 연대주의 임금정책으로 유명하다. 노르웨이의 노조 조직률은 55% 수준으로 북유럽에서는 가장 낮은 편인데, 최상위 10%와 최하위 10%의 임금격차는 2배 조금 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 천국이라는 미국보다 높은 5.25배이다). 임금교섭은 2년에 1회, 수출산업 부분이 먼저 교섭을 하여 인상률을 결정하면 그에 맞추어서 다른 산별 부분이 교섭하는 일종의 패턴 교섭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노르웨이 노총(LO)는 산별 교섭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면서 법정 최저임금이나 단체협약의 효력 확장제도도 도입을 아직까지는 반대하고 있다. 산별협약을 통해서 노동자간 격차의 축소와 높은 임금수준을 이루어내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에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나는 건설이나 청소 노동자 등에서 산별 협약의 최저임금 효력을 확장하는 부분적 개선을 하였다. 얼마전에 처음으로 청소 노동자 협약 최저임금이 확장되었는데 약 300만원이다.


금속산별노조에 꿈꾼다 


금속산별노조가 출범한지 10년이 지났고, 대공장이 참가한 통합 산별이 이루어진지도 4년째로 접어들었는데 쌍용자동차, 발레오만도, 유성기업 등 투쟁에서 패배하고 금속노조 탈퇴 사업장이 점점 늘어나는 등 점점 종이호랑이가 되어가고 있다. 한편으로 기존의 성과를 방어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증가한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를 대변하지 못하는 노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지부 재편문제도 흐지브지 되었고 산별교섭도 대기업에는 미치지 못하는데다 산별다운 의제를 설정하지 못하는 등 향후의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제 산별에 대한 새로운 방향 제시와 돌파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것은 우리가 처음 산별노조를 만들었을 때 꿈꾸었던 - 전체 산별 노동자를 대변하고 산별을 아우르는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자 전체를 보호하는 -것에 충실한 방향 전환이다. 산별협약의 형식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산별 노동자의 보호에 필요한 의제에 집중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과감한 사업과 활동의 혁신이 필요하다. 산별 최저임금, 노동시간 상한선 설정, 비정규직 제한 등이 산별교섭의 핵심의제이다. 장기적으로 산별 협약에 집중하기 위해 산별협약이 있는 해에는 기업별 교섭은 하지 않는다. 산별 기준선이 설정된 그 선을 뛰어넘는 수준의 기업별 교섭이 그 다음 해에 수행된다. 산별 협약도 전체를 한꺼번에 이루려 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부분부터 먼저 협약을 합의하여 점차 확대해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그래서 한편으로 이런 꿈도 꾸어본다.


이제 장시간 노동의 노예는 그만하겠다고 주간 연속2교대제를 합의해서, 늘어나는 일자리를 청년 실업자나 비정규직에게 돌리겠다고 하는 꿈! (노르웨이의 협약 노동시간은 주37.5시간 정도)


비정규직과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을 위하여 원하청 불공정거래를 제대로 산별교섭의 의제로 삼아보는 꿈!


그런 것이 어렵다면 소박하게 이런 꿈은 어떤가? 산별 협약에서 100만원을 최저임금으로 설정하고, 그 해 모든 산별 조합원들은 일제히 중소사업장이 밀집된 공단지대에 선전활동을 통해 산별 노조에 가입하면 이 임금을 올리게 만들어주겠다고 선전하고, 조직하는 꿈! 그 활동을 통해 금속 조합원이 30만으로 확대되는 꿈!


울산이나 창원 등 금속노조가 밀집한 지역에서 협약 적용 조합원이 50%가 넘었다고 현재 법적으로 있는 지역협약 효력확장을 결정하고 이것이 대대적으로 조직화를 이루게 하는 꿈!


조세 부담을 늘리고 노동자정치세력화에 성공하여 GDP의 25%를 사회복지로 돌리고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삷이 보장되는 꿈!


대공장 활동가나 조합원이 활동의 20% 만이라도 지역의 미조직 조직화 사업이나, 이주노동자 사업, 더 나아가서는 지역의 공동체를 위해 활동하는 꿈!


나가는 말



북유럽을 보면, 이것이 어려운 꿈은 아니다. 다만,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업방식과 활동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매우 어렵고 장기간에 걸친 실천과 사업, 설득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몇 개월 지나면 금속노조의 선거가 시작된다고 하고, 벌써 이런 저런 사람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사람 중심의, 권력 중심의 정파 구도가 아닌 제대로 된 정책과 노선 중심의 선거가 필요하다. 소위 의견그룹이나 정파부터 금속 지도부 선거에 금속노조에 대한 중장기 전망을 제시하고, 이에 기초하여 연대, 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권력을 중심으로, 사람을 중심으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 가치를 중심으로 연대하고 대안을 제출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기존의 금속 산별 운동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향후의 방향 제시를 기초로 한 것이어야 한다. 선거때가 되면, 다 맞지만 어느 것도 알맹이 없는 “산별다운 투쟁, 과감한 조직화” 등등의 식상한 구호 말고 말이다.


또 자신의 노선을 금속산별에게 적용할 뿐만 아니라 자기 조직의 지역, 기업단위 활동가 수준에서도 이를 실행하고 향후 평가하고 평가받는 것도 필요하다. 비정규·미조직 조직화, 지역사회 개입전략, 사회연대 등등 다 좋다. 다만, 내가 집행부가 아니라서 못했다, 니가 집권해서 다 망쳐놓았다 하고 남 흡집내기 평가하지 말고, 현장조직 차원에서도 이를 실행하고 평가하는 작풍. 남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실천했고 이를 평가한 바탕위에서 상대를 평가하는 작풍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탕이 된다면, 단기간의 선거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 방향과 노선에 기초한 산별노조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않을까, 또 정파간의 무분별한 권력지향적 경쟁이 아닌, 전체 노동자를 위한 사업에 기초한 연대와 경쟁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