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동향] 2015년 1월 금속산업 동향
2015-1 금속산업동향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1. 2015년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
2014년 세계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장기 저성장 추세를 이어갔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덜 나빴으나, ‘유로존, 유로화의 덫’에 빠져 있는 유럽 경제는 침체를 이어갔고, 일본은 소비세 인상의 역풍을 맞아 공식적 경기침체를 겪었다. 중국은 조화성장 정책을 지속하며 성장률 둔화를 용인했으며, 공산품과 원자재 수출로 먹고 사는 개도국들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2015년에도 이같은 저성장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 경제는 주요하게 미국의 금리 인상, 그리고 저유가라는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① 미 금리인상 -> 전세계적 긴축효과
2015년 세계 경제의 최대 이슈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2008년 말부터 제로금리와 더불어 3차에 걸쳐 총 4.5조 달러가 넘는 돈을 찍어서 살포했던 미국은 작년 10월 양적완화를 종료한 뒤,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올해 6월경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세계에 미국보다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으며,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반대로 금리를 내리거나 동결할 수 있는 국가 역시 거의 없다. 결국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다른 나라들도 자국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금리를 올려야 하며, 그에 따른 전세계적 긴축 효과가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게 될지, 여전히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의 이자율 상승이 민간 소비와 금융 건전성에 어떤 영향을 줄 지가 올해 세계 경제의 핵심 주목 지점이다. 미국은 물론 최대한 느린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려 할 것이나, 이것이 전세계적으로 가할 후폭풍이 결코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후폭풍이 다른 나라들에게 금융시장의 완전한 개방이 낳는 부작용을 얼마나 각인시킬지, 이러한 시스템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흐름을 얼마나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② 저유가 영향 주목돼
미국의 금리인상 다음으로 중요한 변수는 ‘국제 유가’다. 전세계적 경기침체로 소폭 하락하던 국제유가는 하반기부터 시작된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공격적 저유가 정책으로 급락, 현재 40불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사우디의 저유가 공세가 ‘셰일오일 죽이기’를 위한 것임을 고려하고,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이 배럴 당 40~60불대임을 감안한다면,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국제유가는 2015년 낮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저유가는 재정에서 원유 의존도가 매우 높은 산유국들에게는 어려움을 주겠지만, 큰 틀에서는 세계 경제의 소비여력을 확충하고, 저성장으로 고통받는 세계 경제에 다소나마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전망된다. 2~3개월간 진행된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경쟁력이 강한 미국, 일본, 중국, 한국 등은 제조원가 하락과 유류비 감소에 따른 소비 증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유가 하락에 따른 반사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의 사우디발 ‘치킨 게임’이 종료되면 유가는 다시 상승, 저유가 상황이 가져 온 세계 경제의 봄은 짧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2. 주요국 경제 전망
① 미국
2014년 미국 경제는 ‘나홀로 회복세’라 평가될만큼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2013년 경기 회복세의 주 요인이었던 주택경기 회복세가 상반기까지 지속됐고, 주택경기 회복세가 주춤해진 하반기부터는 유가 급락에 따른 소비여력 확대 효과가 나타나면서 경기 회복을 견인했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의 경우 미국 경제는 2013년, 2014년과 마찬가지로 양호한 회복 흐름을 보이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예정대로 올해 6월경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주택경기 회복세가 꺾이고 있고, 유가 급락이 일시적일 뿐 아니라 호재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올해 이후 전망은 그리 밝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2년간의 주택경기 회복세는 그간 압류 등으로 가격이 크게 하락한 주택들을 사모펀드와 기관투자가들이 사들여 임대를 놓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며, 여기에 일반 미국인들의 주택 구매가 더해져 주택 가격이 지속 상승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유가 급락은 소비여력 확대를 낳지만, 최근 미국의 경기회복세의 핵심 요인 중 하나인 ‘셰일가스 개발’을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미국 경제는 상반기 양호한 회복 흐름을 보이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흐름이 둔화되는 양상을 띄게 될 가능성이 높다.
② 유럽
유럽 경제는 2014년에도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국처럼 ‘셰일가스 개발’ 같은 호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책에서도 긴축 정책이 지속됐으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에 따른 서방의 제재도 악영향을 미쳤다.
유럽 각국이 제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유럽연합의 구심력은 급격히 약화되고 있으며, 유럽 통합을 강화해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체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양적완화, 통화증발로 상황을 메우고 있는 게 유럽 경제의 현실이다.
무엇보다 유럽 위기를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인 ‘유로화’ 문제 역시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유로존을 유지하면서 경제력 격차가 다른 나라들이 공동의 통화(유로화)를 사용해 발생하는 통화가치 고평가-저평가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통화 저평가 국가들(독일 등)이 고평가 국가(그리스 등)들을 지원하는 것 뿐인데, 이것이 민족국가의 벽에 막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유로존은 남유럽 국가들의 유로존 탈퇴를 시발로 해체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긴축 반대와 유로존과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급진좌파연합이 집권하였고, 곳곳에서 극우세력이 약진하고, 이민 규제와 유로존 지원 제한을 요구하는 경향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 최근 부채탕감과 긴축중단을 공약하며 집권한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과 EU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올 한 해, 어쩌면 유로존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는 이 문제에 모두의 눈이 쏠려 있다.
③ 일본
대대적인 부양책과 엔화 약세를 유도하며 경기 회복을 꾀했던 2014년 일본 경제는 결국 소비세 인상의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하고 작년 2~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이에 따라 소비세 추가인상은 연기됐고, 3.5조엔이라는 추가 부양책이 나왔다.
아베 정권이 추구했던 엔화 약세의 효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원전가동 중단으로 인해 대체연료인 천연가스의 수입가격이 크게 오르며 무역 적자가 지속됐고, 엔화 약세의 효과도 일부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나타났을 뿐 일본경제 전체로 파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소비세 인상의 악영향이 다소 둔화되는 가운데, 저유가 상황이 결합되며 일본 경제는 무역수지, 성장률 면에서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④ 중국 및 개도국
중국 경제는 ‘조화 성장’ 기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그간 누적돼 온 그림자금융, 부동산 경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 등 여러 문제들과 미국의 금리인상이 겹치면서 성장률 둔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타 개도국들의 경우 산유국인 러시아의 경우 현재 금융위기 국면으로 돌입한 상태이며, 원자재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브라질, 호주 등은 경기침체와 원자재가 하락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하게 될 것이다.
3. 한국 경제
① 적신호 켜진 수출, 삼성전자도 구조조정 시작
세계 경제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수출은 ▲전세계적 재정부양책, ▲정부의 고환율 정책, ▲한국과 수출경쟁 관계에 놓여있는 일본의 엔고 현상과 동일본 대지진, 원전사고 등의 재해, ▲역샌드위치 효과 등으로 호조를 보여왔으나, 2012년 이후 그 효과가 소멸되면서 점차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전년 대비로 2010년 28.3%, 2011년 19.0% 증가했던 수출은 2012년 1.3% 감소했고, 2013년에 2.1%, 2014년 2.4%로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세계 경기침체로 해운, 조선, 건설, 철강 업종이 이미 위기 국면으로 돌입해 있는 가운데, 그간 호조를 보였던 전자, 자동차 분야에서조차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간급 재벌 수준까지 올라왔던 위기는 이제 10대그룹 위로 올라왔다. 국내 조선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은 해외건설 분야에서의 손실로 2~3분기 총 3조원 수준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충격을 줬고, 현대자동차 역시 엔저에 따른 일본 자동차업계의 대반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실적도 악화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으로 분기당 10조원에 육박하던 영업이익이 3분기 4조원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고, 이전의 실적으로 돌아가는 게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그나마 한국 경제의 지표들을 지탱해왔던 수출과 10대 재벌조차 위기 상황으로 돌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② 내수 침체 지속, 가계부채 위험 커져
미국이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부채를 축소하고 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했던 지난 6년 반의 시간은 다른 나라들에게도 부채를 축소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는 이 기간에 거품을 조정하는 대신 오히려 부채를 늘려 거품을 떠받치는 정책을 지속해 왔다. 그 결과 부동산 거품은 제대로 빼지도 못한 채 가계부채만 급증했고, 이에 따른 소비 위축과 내수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③ 대중에게 고통을 전가하려는 박근혜 정부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고환율, 각종 묻지마 FTA들, 쌀개방 등을 강행하며 수출 재벌들만을 위한 정책을 지속하고, 재건축규제 완화 등 각종 부동산 규제완화, “빚내서 집사라”는 전세난 대책 등 집값 하락 방어, 거품 붕괴 떠받치기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정권 시기의 100조원 부자감세의 환원을 거부하고, 담배값,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 등 가렴주구형 서민증세를 지속하며 서민의 등골을 빼먹고 있으며, 수출 재벌들이 흔들리자 이제는 규제완화를 통한 공공부문 사유화, 비정규직 사용기한 연장과 정리해고 요건 완화, 50대 이상 파견직 전면 확대 등 전면적인 노동 유연화까지 추진하며 경제위기의 고통을 민중에게 전가하려 시도하고 있다.
시사점
1. 2015년 세계 경제는 장기 정체를 계속하는 가운데, 저유가 상황이 다소 소비여력을 개선시키는 흐름이 나타나는 가운데, 6월 경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전세계적 경제위축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2. 한국 경제는 비록 저유가의 수혜를 입겠으나, 수출 둔화와 재벌 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부동산 거품 조정 지연에 따른 소비 위축, 이에 따른 내수 위축으로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국내 금리의 인상을 낳을 경우 부동산 거품 붕괴와 가계부채 부실화로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3. 자동차 산업의 경우 엔저 상황에 따른 일본 자동차사들의 공세로 어려움이 예상되나, 유가 하락에 따른 자동차 이용 및 수요 증가, 1,100원 부근의 고환율 상황 등이 지속되며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4. 조선 산업의 경우 이미 유가 하락에 따른 해양플랜트 수주급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문제는 업계의 특성 상 2~3년 뒤의 실적으로 나타날 것인 바, 이미 그간의 위기로 조선사들의 체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5. 철강업계의 경우 유가와 원자재가 하락에 따른 생산비 감소로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공급과잉이 여전한 상황이라 위기를 탈출하는 정도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 이미 구조조정, 일자리 부족, 비정규직, 전세난 등으로 국민들의 숨은 턱에 차 있는 상황이며, 여기에 서민증세, 노동유연화 등 정부의 고통전가가 지속되면서 국민의 분노는 임계점에 도달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특정한 계기를 통해 강력히 분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