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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금속동향]사라져가는 '원저-엔고' 초과이익

금속노조연구원   |  

사라져가는 ‘원저-엔고’초과이익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그간 초강세를 보이던 엔화가치가 약세로 전환되고 있다. 한때 76엔 선 아래로 내려가며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던 엔화가치는, 2월 중순 일본은행이 10조엔(약 1,250억불, 140조원)의 양적완화 확대조치를 내놓은 것을 계기로 약세로 돌아서 80엔 선을 넘어섰다(28일 현재 달러당 80.72엔).

이렇게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원화가 강세를 지속하면서 1,400~1,500원 사이를 오르내리던 원엔 환율은 100엔당 1,393.71원을 기록, 오랜만에 1,400원 아래로 내려왔다.

 

[그림1] 달러-엔 환율 추이(2000년~현재). 75엔대까지 내려갔다가 80엔 위로 올라섰다(엔화 약세) / 자료: 한국은행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산업은 대부분 일본과 겹친다. IT-전자산업이 그렇고, 주요한 금속 산업인 자동차-자동차부품, 조선, 철강, 기계 산업도 그렇다. 일본에 비해 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우리나라 금속 산업에 있어 엔고는 ‘축복’이요, 엔저는 ‘재앙’이다. ▲1985년 미국이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의 팔을 비틀어 엔화가치를 달러당 250엔에서 100엔까지 두 배 넘게 절상시키면서 우리나라는 ‘3저 호황’을 맞아 수십년을 괴롭히던 외채위기에서 벗어났고, ▲엔화가치가 약세를 보였던 2005~2007년 시기의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익 정체를 경험한 바 있다.

최근 금융위기 이후에는 800원 하던 원엔 환율이 1,400원대로 두 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국내 주력 수출업체들이 일본 업체들을 밀어내고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여 ‘위기 속의 선전’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비정상적 엔화 강세의 원인

 

여기에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보통 한 나라의 통화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력을 반영한다. 그래서 그 나라의 경제가 잘되면 통화가치는 올라가고, 어려우면 통화가치는 떨어지는 게 정상이다. 이렇게 본다면 엔화가치는 급락해야 정상이다. 현재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할 정도로 경제가 안좋은 상황이고, 작년에는 대지진과 원전 사고, 생산 기지인 태국의 홍수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엔화가치는 급락은커녕 초강세를 보여 왔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비정상적인 엔고 현상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발생했다.

 

1) ‘엔캐리 거래’의 청산

 

만약 우리은행의 대출 금리가 1%이고 국민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5%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사람들은 빌릴 수 있는 최대한의 돈을 우리은행에서 1%로 빌려, 국민은행의 5%짜리 정기예금에 넣을 것이다. 4%p의 이자 수입을 공짜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기 일본과 미국의 상황이 이랬다.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디플레로 고통받고 있던 일본은, 1999년 경부터 기준금리를 사실상 0%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반면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기준금리를 1%까지 낮췄다가, 2004년 말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까지 기준금리를 5.25%까지 올렸다.

이에 따라, 위험도가 더 낮은 미국의 채권 금리가 일본의 대출 금리보다 크게 높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2~3년 가량 지속됐고, 이를 틈타 전세계 금융투기세력들이 앞다퉈 일본에서 저리에 돈을 빌려 미국의 국채 등 금융상품에 밀어넣어 막대한 공짜수익을 얻었다. 이렇게 저리에 돈을 빌려 고리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기법을 ‘캐리거래’라고 하고, 엔화를 빌려 이뤄지는 캐리거래를 ‘엔캐리 거래’라고 한다.

엔캐리 거래가 활발해지면 엔화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가령 골드만삭스가 엔캐리거래를 한다 치면, ▲일본 금융기관에서 엔화로 돈을 빌려, ▲이를 달러로 환전하여, ▲그 달러로 미국의 채권을 구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외환시장에서는 엔화를 달러로 바꾸려는 수요가 급증하게 되고, 엔화는 넘치고 달러는 부족하게 되며, 그 결과 엔화가치는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다. 그 결과 미국은 기준금리를 5.25%에서 2~3달 만에 0%로 급격히 낮춰버렸다. 유럽도 기준금리를 1.0%까지 낮췄고, 영국도 0.5%까지 낮췄다. 이렇게 되면서, 주되게 미일간의 금리 격차 때문에 발생한 엔캐리 거래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기존의 엔캐리 거래는 청산의 과정을 밟았다. 앞서 골드만삭스가 엔캐리거래를 청산한다 치면, ▲구입했던 미국 채권이 만기가 되어 달러로 원리금을 돌려받고, ▲이 달러를 엔화로 환전해, ▲대출받은 일본의 은행에 갚게 된다. 그 과정에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를 엔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급증하게 되고, 달러는 넘치고 엔화는 부족하게 되며, 그 결과 엔화가치는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5년부터 금융위기 전까지 120엔 수준으로 약세를 보였던 엔화는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강세를 보이며 7~80엔 선까지 내려가는 초강세를 보였다.

 

2) 달러, 유로 불안에 따른 엔화 강세

 

보통 금융투기세력들은 자산을 여러 곳에 쪼개서 관리한다. 통화도 3대 국제결제통화인 달러와 유로, 엔화를 비중을 정해 가령 6 : 3 : 1 이런 식으로 나눠서 보유하는 게 보통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기가 오고, 미국은 달러를 마구 찍어내면서 위기 탈출을 시도하고(양적완화), 유럽은 재정위기로 유로화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금융투기세력들은 기존에 유지한 통화 보유 비중을 변경, 달러와 유로를 줄이고 엔화를 늘리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따라 엔화 수요가 늘어났고, 이는 엔화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또다른 요인이 되었다.

 

과도한 엔화 강세에 따른 되돌림 현상

 

이러한 금융투기적 요인으로 말미암아, 일본 경제는 매우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릴 만큼 어려운데도 엔화가 초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작년에는 대지진과 원전 사고, 생산기지인 태국의 홍수까지 겹쳤다.

이렇게 되면서, 일본은 작년 2.5조엔(312.5억불, 35조원) 가량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게 되었다. 세계 최강의 제조업 강국 일본이, 2차 오일쇼크 이후 무려 31년만에 무역적자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일본 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가 파산했고, 도요다, 소니, 파나소닉 등 주력 기업들이 줄줄이 적자를 냈다.

 

금융 투기가 아무리 현란하다 하더라도, 그 기저에는 실물 경제가 있기 마련이다. 경제가 나빠져도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를 순 있지만, 계속 오르기는 어렵다. 무역수지까지 적자로 반전되면서, 금융투기세력들은 서서히 “일본 경제가 현재의 엔고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55조엔 수준이던 양적완화 규모를 65조엔으로 대폭 확대하자, 이를 계기로 그간 과도하게 절상됐던 엔화 가치가 되돌림 현상을 보이게 된 것이다.

 

엔화 약세,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렇다면 엔화 약세는 어느 정도까지 진행될 것인가?

 

첫째,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미국과 EU, 영국 등의 금리는 0~1%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향후 2~3년간 이러한 상태가 변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즉, 급격한 청산으로 엔화가치 급등을 낳았던 ‘엔캐리 거래’가 부활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이다.

둘째, 미국과 유럽의 금융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특히 작년 12월말 약 5,000억 유로의 대규모 자금을 ‘저금리 장기대출’ 명목으로 방출한 유럽이 2월29일 또다시 이에 맞먹는 자금을 방출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서 유럽의 신용경색이 급속히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금융투기세력들은 엔화 비중을 줄이고 유로화 비중을 다소간 늘릴 것이며, 이는 엔화가치를 소폭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점들을 미뤄볼 때, 엔화가치는 일본의 무역적자가 다시 흑자로 돌아서고,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다소 개선되는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수준의 환율은 대략 90엔 수준 정도까지라고 여겨지며, 최대 달러당 100엔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즉, 이번 엔화기치 약세는 달러당 100엔을 뛰어넘는 큰 폭의 약세라기보다는 7~80엔 수준까지 과도하게 내려갔던 달러-엔 환율이 8~90엔 수준으로 돌아오는 수준의 약세가 될 것이며, 엔고로 목이 졸리던 일본 기업들이 한숨 돌리는 수준의 엔화 약세가 될 전망이다.

 

시사점 - 사라져가는 ‘원고-엔저’ 초과이익

 

그간 과도했던 엔화 강세가 되돌림 현상을 보이며 약세를 보이고 있고, 아울러 과도했던 원화 약세가 되돌림 현상을 보이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두 경향이 맞물리면서, 한때 1,600원을 바라보던 비정상적인 원엔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원엔 환율은 28일 현재 100엔 당 1,393원까지 떨어졌는데, 향후 원엔 환율 하락세는 더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림2] 원엔 환율 추이(2000년~현재) 점선은 일반적 수준이라 할 수 있는 ‘100엔 = 1,000원’ 선이다.

 

아래 표를 보면, 대략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원화는 달러당 1,050원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엔화는 90엔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렇다면 원엔 환율은 1,111원 수준이 된다. 극단적으로 가정해 원화 환율이 달러당 950원, 엔화 환율이 달러당 100엔이 된다고 가정해도 원엔 환율은 950원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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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원엔 환율 수준을 100엔 당 1,000원이라고 보면, 국내 금속산업에 큰 부담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1,400원 하던 원엔 환율이 1,111원 수준으로 떨어지니 당연히 그간 누려왔던 엄청난 초과 이익은 상당부분 축소될 것이다. 그러나 2008년 초반 원엔 환율이 100엔 당 800원대였음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국내 금속산업은 일본의 기업들에 비해 유리한 상황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엔화 약세 하나로만 보면 금속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경기 악화 요인이 엔화 약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전세계적으로 장기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수출이 둔화되고 있고, 내수 역시 작년 말부터 급속히 둔화되기 시작했다. 유가도 계속 올라 소비 위축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크게 누려왔던 원저엔고 효과마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니, 올해 국내 금속산업의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사측은 엔화 약세에 대해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또다시 ‘엄살 모드’로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빌미로 지금 확대되고 있는 재벌의 부당한 이익 편취와 노동 착취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를 누그러뜨리고, 임금과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키기 위한 공세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크며, 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