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금속동향]가시화되는 유로존 붕괴와 그 영향
가시화되는 유로존 붕괴와 그 영향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1. 그리스 총선 결과와 전망
1) 왜곡된 민의, 바로잡힐 것인가?
5월 6일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서 신민주당이 108석,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52석, 사회당이 51석, 독립당이 33석, 공산당이 26석, 황금새벽당이 21석, 민주좌파가 19석을 얻었다. 이에 따라, 그간 구제금융과 긴축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신민주당(108)-사회당(41) 연정이 149석을 얻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고, 긴축을 반대한 나머지 정당들이 151석을 얻어 승리했으나 좌우 노선의 차이, 유로존 탈퇴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로 연정 구성에 실패, 결국 6월17일 2차 총선이 치러지게 되었다.
특이하게도 그리스에는 총선 1당에게 의석 50석을 배정하는 제도가 있다. 250석을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뽑고, 여기서 1등을 한 정당에게 50석을 배정해 300석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신민주당이 250석 중 58석을 획득, 1당이 되어 50석을 차지했다.
결국,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는 300석 중 149대 151로 긴축지지와 반대가 박빙으로 나온 게 아니라, 긴축 반대 진영이 250석 중 99대 151로 압승한 것이었다. 그러나 선거 제도의 문제로 1당인 신민주당에게 50석이 배정돼 민의가 왜곡되버린 것이다.
그리스 총선 결과(총 300석) |
|
긴축-구제금융 찬성 – 149석(99+50*) |
긴축반대, 구제금융 재협상 - 151석 |
신민주당 – 108(58+50*) 사회당 – 41 *그리스에서는 1당에게 50석이 자동 배정됨. |
급진좌파연합 – 52 독립당 – 33 공산당 – 26 황금새벽당(극우) – 21 민주좌파 – 19 |
압도적 긴축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1당에게 50석을 배정하는 선거제도로 인해 민의가 왜곡됐기 때문에, 이미 과대 대표된 긴축 지지 진영에서는 단 한석의 의석도 끌어오지 못하며 연정 구성에 실패했고, 긴축반대 진영에서는 50석을 빼앗겼기 때문에 연정 구성에 실패, 결국 2차 총선으로 돌입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2차 총선은 어떻게 전개될까? 당연히 긴축 반대 진영에서는 1당에게 부여되는 50석을 확보하기 위해 2위를 한 급진좌파연합으로의 표결집이 이뤄질 것이며, 마찬가지로 당연히 긴축지지 진영에서는 50석을 지키기 위해 1당인 신민당으로의 표결집이 이뤄질 것이다.
실제 총선 직후 한 주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급진좌파연합이 신민주당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 급진좌파연합이 1당이 되면 추가로 50석이 긴축반대 진영으로 넘어오면서, 149대 151은 100대 200 정도가 될 것이며, 긴축반대 진영은 연정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설이 급속히 퍼졌고, 유럽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에 대해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다. 긴축반대 진영이 승리하면 구제금융이 중단되고,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올 것이며, 그리스는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로 가게 될 것이라며 위협을 가한 것이다. 이러한 협박이 통했던지, 2주차 이후 여론조사에서는 다시 신민주당이 급진좌파연합을 앞선다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결국 그리스 2차 총선은 선거 제도로 인해 왜곡된 민의를 바로잡겠다는 그리스 민중의 의지가, 이를 막기 위한 유로존과 금융자본, 그리스 긴축 진영의 방해를 뚫고 긴축반대 연정을 구성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2) 누가 되건 결국 ‘유로존 탈퇴’로 갈 가능성 높아
급진좌파연합이 1당이 되어 연정 구성에 성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급진좌파연합은 ‘긴축 반대’와 ‘구제금융 재협상’을 걸었을 뿐, ‘유로존 탈퇴’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희망사항일 뿐, 상황은 결국 그리스를 유로존 탈퇴로 밀어낼 가능성이 높다.
실제 구제금융 협상에 따르면, 그리스는 당장 6월까지 110억 유로 규모의 추가 긴축을 해야 한다. 그러나 급진좌파연합을 중심으로 ‘긴축반대’ 연정이 구성되면 이 긴축안이 무산될 것이며, 이것이 구제금융의 중단과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그리고 유로존 탈퇴와 자국통화 복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긴축반대 연정이 구성되면, 유로존은 그리스와 재협상에 나서 긴축 시한을 연장해 주거나 조건을 완화해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긴축’이라는 근본적 문제에 대해서는 양보를 안할 것이기 때문에, 재협상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며. 급진좌파연합이 여기서 타협할지, 아니면 더 나아갈지는 알 수 없으나, 그러한 수준의 긴축 완화로는 그리스 경제를 위기에서 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신민주당이 1당을 유지하고 연정 구성에 성공한다면 그리스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다. 긴축정책 지속은 그리스 경제를 더욱 파국으로 몰아넣을 것이며, 오히려 더 빨리 유로존 탈퇴 국면으로 돌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총선 결과가 어떻게 되건, 경로의 차이만 있을 뿐 그리스는 결국 유로존 탈퇴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 전망된다.
왜 그런가? 그간 누차 지적해왔듯, 그리스 경제위기의 핵심은 ‘유로화 사용에 따른 통화 고평가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부채를 탕감받고 구제금융을 받아도 경제를 회복시키기 어렵다.
유로존 위기의 근원 - 유로화 사용에 따른 통화 고평가 현상 |
유로화로의 통화 통합이 이뤄지면서, 그리스는 경제강국 독일과 함께 유로화를 쓰게 됐다. 이렇게 되면서, 독일과 그리스의 경제력을 함께 반영해야 하는 유로화는 이전의 마르크화보다는 가치가 낮고, 드라크마화보다는 가치가 높게 형성됐다. 또한 금리 등의 통화정책을 유럽중앙은행이 가져가면서 유로화는 그리스보다는 독일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운영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