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동향] 2014년 경제 전망
2014-1 금속산업동향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2014년 경제전망
세계 경제
세계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장기 성장정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2014년 역시 기본적으로 그러하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 소비가 위축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투자가 부진해지고, △이에 따라 일자리가 잘 안늘어나고, △이것이 다시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속도가 매우 느리며, 그나마 이러한 회복세 역시 △제로 수준의 초저금리, △천문학적 규모의 돈풀기(양적완화, 장기대출 등), △각종 재정 부양책에 의지하고 있다는 취약성이 그대로 존재한다.
금융위기 직후 급격히 위축된 가계 소비와 투자를 메워왔던 정부 지출 역시 한계를 보인 지 오래다. 재정 적자가 급증하고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긴축’의 요구가 높아졌고, 이제 더 이상 2008~2009년 당시의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펼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향후 정부 지출은 축소되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으며, 민간 부문의 성장이 이를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① 미국
2013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이슈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였고, 이에 따라 미국이 취한 양적완화 축소 조치였다. 미국 경제는 2013년부터 재정 긴축이 시작되었음에도 △셰일가스 개발 효과와 △주택경기 회복 등으로 민간 부문이 양호한 회복세를 보였고, 그 결과 미 연준은 5월 말부터 양적완화 축소를 예고하고 12월 실제 조치를 단행, 푸는 돈을 월 850억불에서 750억불로 100억불 줄였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미국은 2014년 7~8회 정도의 양적완화 축소조치를 통해 연말 정도가 되면 돈풀기를 중단하게 될 것이고, 이는 금리 상승을 낳게 되며, 관건은 이 금리 상승이 주택 경기를 비롯한 민간 부문의 회복세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다. 영향이 커지면 양적완화 축소조치는 중단될 수도 있고, 미미하다면 그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2013년 미국 경제의 민간부문 회복세를 주도했던 주택 경기 회복세는 2014년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2013년 이뤄진 주택가격 상승은 그간 압류 등으로 가격이 크게 하락한 주택들을 사모펀드와 기관투자가들이 대규모로 매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며, 여기에 일반 미국인들의 주택 구매가 더해져 주택 가격이 지속 상승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2013년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으므로, 2014년에는 기저효과가 발생하게 되며, 일각에서는 2003년 이후 본격화됐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거치기간이었던 10년이 경과됨에 따라, 2014년부터 원금 상환이 시작되는 대출이 급증하며 압류 주택이 늘어나고 주택 경기가 다시 침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양적완화 축소 시행에 따른 금리 상승이 더해질 것이다.
② 유럽
유로존 경제는 7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다 2013년 2분기 전기 대비 0.3%, 3분기 0.1% 성장하며 바닥을 탈출했다. 2012~2013년을 거치면서 주요국들의 선거가 마무리됐고, 유럽 통합을 심화시키기 위한 여러 작업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경제력이 다른 나라들이 공동의 통화인 유로화를 쓰게 되면서 독일은 통화가치 저평가 효과를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경제위기 속에서도 통화가치 고평가 현상이 지속되며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경기회복의 계기 마련’이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남유럽 지역의 경기회복은 불가능하며, 이는 유로존 전체의 성장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독일 등 수혜 국가들이 ‘유럽연합’이라는 이름아래 남유럽 국가들을 지원해야 하는데, 이는 유럽 각국에 존재하는 민족 정서를 거스르는 것이어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유럽 주요국 선거에서 극우세력이 약진하고, 이민에 대한 규제와 유로존 지원에 대한 제한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지원이 불가능해지면,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에게 남는 선택지는 ‘유로존 탈퇴를 통한 통화가치 정상화(저평가)’ 뿐이며, 이는 유로존의 해체를 의미한다. 2012~2013년 유로존의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이러한 흐름이 다소 잠복했으나, 근본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③ 중국
2013년 중국 경제는 감속 추세를 보였고, 2014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선 세계 경제의 성장 정체가 지속되면서, 세계의 공장인 중국 경제 역시 감속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응해 내수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은 그간의 고도성장으로 인해 누적된 거품을 조정하고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소해야할 만만치 않은 과제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출범한 시진핑 정권은 ‘조화성장’과 ‘구조개혁’에 경제정책의 방점을 찍고 있으며, 이는 중국 경제의 감속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④ 일본
일본의 경우 2012년 하반기 집권한 아베 정권의 공격적 통화-재정부양 정책의 영향으로 2013년에는 회복세가 지속됐다. 일본 정부는 2014년에도 이러한 기조를 계속해 나갈 것이고, 엔화 약세 역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러한 돈풀기 정책이 낳는 재정 적자 확대를 막기 위해, 2014년부터 소비세(부가가치세)를 인상할 예정이다. 소비세는 기존의 5%에서 2014년 4월 8%로 인상되며, 2015년 말에는 10%로 올라간다. 2014년 일본 경제는 아베노믹스와 더불어 이러한 소비세 인상이 미칠 경기위축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가 관건이다.
⑤ 신흥 개도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아세안, 호주 등 개도국들은 2012년 하반기부터 성장에 한계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중국의 감속, 그리고 원자재 가격 인하 등이 이들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14년에는 여기에 양적완화 축소와 출구전략 실행 가능성에 따른 전반적 금리 상승이 더해질 예정이어서, 주요 신흥 개도국들의 2014년은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
① 수출
2013년 우리나라는 5,596억불의 수출을 했고, 442억불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모두 사상 최대치였다. 그러나 수출 증가율은 2.1%에 그쳤고, 수입은 0.8% 감소했다. 즉, 사상 최대 무역흑자는 <세계 경제 회복=>수출 증대>에 따른 것이 아닌, <세계 경제 침체 => 수출 둔화와 수입 감소>에 따른 결과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2008년 금융위기로 급감한 이후 부양 효과, 고환율 효과, 역샌드위치 효과, 엔고 효과로 실적이 오히려 급증했으나, 이후 세계 경기 침체 장기화되고 이러한 효과들이 약화되면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2014년 수출의 가장 큰 변수는 △엔고 특수의 소멸이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원엔 환율은 균형 수준이라 할 수 있는 100엔 당 1,000원 수준까지 내려왔고, 향후 1,000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누려왔던 엔고 특수가 소멸하고, 일본과 경쟁하는 전자, 자동차 및 부품, 철강, 기계 등의 부문에서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등 신흥 개도국들의 경기 부진 역시 내년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국내 수출업체들은 개도국 시장에서 경기 부진과 엔고특수 소멸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② 내수
내수 부진도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의 집값하락 방어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거품 조정이 지연되고 있고, 대신 거품 조정 기한이 무한정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건설사들의 위기가 계속 심화되고 있고, 하우스푸어 문제 역시 지속되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 인상과 전세의 월세전환을 통해 부담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하고, 정부가 이를 방치하면서 미증유의 전월세난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주거비 급등이 전체 민간소비를 억제하고 있다.
한편, 집값 하락에 따라 대출이 부실화되고, 이로 인한 금융권으로의 손실 전이가 지속되고 있으며, 저축은행에 이어 상호금융으로 위기가 전이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③ 중간급 재벌의 위기와 커지는 구조조정 압력
세계 경제위기가 장기화하면서 해운, 조선, 건설, 철강 등의 업종의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한계 기업들이 속출하고, 위기가 중간급 재벌들로까지 올라오고 있다.
2013년에는 STX가 사실상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자율협약에 들어갔고, 동양그룹,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 외에 한진, 현대, 한라, 두산, 동부, 동국제강 등 국내 중간급 재벌들의 유동성 위기 문제가 불거졌고, 각종 고강도 자구책들이 발표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에는 이러한 중간급 재벌들의 유동성 위기가 실제 불거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른 구조조정 압력 역시 커질 가능성이 높다.
④ 해외 건설발 위기 가능성
금융위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경기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앞다퉈 아시아, 중동 등의 해외 건설사업 수주에 나섰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경쟁이 심화되며 저가 수주가 만연하게 됐고, 준공이 다가오면서 공기 지연과 지체상금 증가에 따른 막대한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13년 3분기까지 GS건설은 8천억원,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원을 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며, 특히 2014년에는 74조원 규모의 해외 건설공사의 준공 시기가 도래하며, 원가 재산정 시 4조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⑤ 미 양적완화 축소와 출구전략의 영향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출구전략 실행은 전반적 금리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다. 금리 상승은 국내 가계부채 문제와 기업 부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누적된 위기를 드러내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시사점
1) 2014년 세계 경제는 2013년과 큰 차이 없이 장기 정체를 지속할 것이며, 2013년 연말 시작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조치와 이에 따른 금리 상승이 어느 정도로 이뤄질 것인지, 그것이 미약한 회복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 한국 경제는 2014년 △엔화 약세와 신흥국 경제 둔화에 따른 수출 둔화, △부동산 거품조정 지연과 전월세난, 가계부채 문제, 중간급 재벌 위기 등에 따른 내수 부진 지속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성장 정체에 따른 일자리 부족, △위기 기업 증가에 따른 고용 불안, △부동산 거품 조정과 전월세난에 따른 주거 불안 등으로 국민의 고통과 분노가 계속 누적될 것이다.
3) 금속 산업의 경우 조선 경기는 2013년 바닥에 도달한 뒤 소폭 반등하고 있고, 철강 산업은
공급과잉이 지속되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으며, 자동차 산업의 경우 조선, 철강에 비해 양호하지만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엔고 특수’가 완전히 소멸되고 ‘엔저’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며, 내수 역시 회복이 더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설상 가상으로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고 금리가 상승하면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2014년 금속 산업은 2013년보다 더욱 어려운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4) 이러한 어려움은, 자본으로 하여금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전방위적 시도로 나타날 것이다. 2014년의 경우 ‘통상임금 문제’를 정리하기 위한 시도가 진행될 예정인 바, 정권과 자본은 이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사실상 차단했고, 소위 ‘신의칙’과 각종 예외조항을 통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은 상태다. 그리고 여기에 경기 부진을 빌미로 공세를 펼쳐 임금 삭감 또는 동결, 수당 체계의 변경(통상임금 포함 수당의 축소와 비포함 수당의 신설), 비정규직의 확대 등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 노동자들의 주의깊고 강력한 대응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