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의 위기와 극복방향
○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통해 전 세계가 하나로 얽혀 있었고, 주택부문 거품과 주식시장 거품(특히 개도국에서)이 세계 각국에서 거대하게 형성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세계화의 중심국이자 거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내면서 일종의 ‘최종소비자’ 역할을 해 온 미국에서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미국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무역과 금융세계화의 고리들이 곳곳에서 끊어지면서 신용경색 및 지급불능 사태 발생, 금융기관 파산, 수출입 축소,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 및 주식시장의 폭락, 여타 실물부문 침체가 세계 각국으로 번지고 있는 중이다.
○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는 대표적인 양상은 자동차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카드와 할부금융에 의한 소비심리 확대와 업체들의 과당판매경쟁으로 인한 수요 창출로 확장해가던 자동차산업은 북미 빅3의 유동성 위기와 더불어 세계적 판매감소라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각국 정부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에 나섰거나 나설 채비를 하고 있으며, 세계의 유수한 자동차 업체들이 감산과 단산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일시 가동 중단과 특근 폐지 등의 조치들이 줄을 잇고 있다. 완성차 대기업 중에서도 직원 월급을 제때에 지급하지 못해 공적자금 투입이 거론될 정도이다. 부품업체들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에 있다.
○ 자동차산업의 당면한 위기는 1998년의 위기와 달리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위기이다. 먼저, 1998년은 개발도상국가들의 외환위기 성격이 강했지만 2008년의 위기는 선진국에서 시작된 위기이다. 선진국의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그들 나라에 수출을 하면서 생산을 확장해온 한국 자동차 산업의 활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1998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세계화와 금융화를 바탕으로 유연생산체제를 구축해왔던 과정 자체가 당면한 위기를 더욱 증폭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 자동차산업을 지배해왔던 생산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지 않는 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일시적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셋째, 위기가 이처럼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고 한다면 대기업의 위기를 중소기업에 전가하고,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는커녕 위기를 오히려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임금을 깎거나 동결하고 고용량을 줄이는 방식은 내수침체를 장기화하는 동시에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여 불필요한 긴장을 초래하면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 이 글은 우리에게 흔히 알려져 있는 ‘구조조정’ 방식으로는 당면한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동차 산업 위기의 실태를 보면서 당면한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역사적, 구조적이라는 사실을 먼저 밝힐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산업의 위기 극복 전략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제출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구조조정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의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경영진(자본)들의 방식이나 공적자금 투입을 명분으로 기업의 자구계획을 요구하려는 정부의 발상, 구조조정 반대를 내걸고서 실제로는 임금과 고용을 지키는데 머무르는 노동자들의 대응들이 지니는 한계들을 드러내고 현 시점에서 필요한 위기 극복의 실제적인 내용을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