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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더 다가온 유로존 붕괴

금속노조연구원   |  

한걸음 더 다가온 유로존 붕괴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스페인 위기, ‘산 넘어 산’


유럽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스페인 위기가 다시 재점화되며 세계 증시가 급락했고, 국내 증시도 1,800선이 붕괴되고 연 저점이던 1,780선을 깨고 내려갔다.


6월말 유럽 정상회의와 7월 초중순 두차례의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스페인에 대한 1,0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이 확정됐다. 그러나 합의서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7월 20일, 스페인의 지방정부 발렌시아가 중앙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며 지방정부 부실 문제가 가시화됐고, 이에 투기자본들이 또다시 스페인 국채를 대거 투매하기 시작,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가 7%를 넘어 8%에 육박해가고 있다.

 

     [그림1]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8%에 육박하고 있다. / 자료: 블룸버그


현재 스페인의 지방정부들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부실 증가, 중앙정부의 긴축에 따른 지방교부금 감소로 인해 극심한 재정난에 처해 있으며, 스페인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빚을 내 빚을 갚는 차환, ‘돌려막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지원을 요청한 발렌시아 뿐 아니라, 가장 규모가 큰 카탈루니아를 비롯한 5~6개 지방정부가 뒤이어 지원을 요청할 전망이다.


부실화된 민간은행에 공적자금을 넣을 돈이 없어 구제금융을 신청한 스페인 중앙정부에게 지방정부를 지원할 돈이 남아있을 리 없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지방정부와 마찬가지로 중앙정부 역시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지고 있다. 결국, 스페인은 최근 지원된 1,000억 유로 이외에 ‘추가 구제금융’의 수순으로 가고 있다. 추가 구제금융 규모는 대략 3,000억 유로 규모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추가 구제금융을 받게 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구제금융은 ‘빚으로 빚갚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이 빚더미에서 탈출하려면 재정수지가 개선돼야 하고, 그러러면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부동산 거품 붕괴 국면이며, 장기간의 경기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기침체 상황에서 재정수지를 개선하는 방법은 긴축 뿐인데, 이는 더 큰 경기침체를 부르게 된다. 유로존이 ‘긴축’에서 ‘성장’으로 방향을 전환하려 하지만,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부양책을 써도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진퇴양난의 상황인 것이다.


이에 따라, 결국 스페인이 유로존을 탈퇴, 자국 통화를 복원하고 이를 평가절하해 수출과 관광을 늘리고, 이를 통해 경상수지와 재정수지를 호전시켜 부채를 갚아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그리스 부채 추가 탕감될 듯


그리스 문제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2차 총선 이후 트로이카(EU-IMF-ECB) 실사단이 그리스를 방문, 구제금융 조건 이행여부를 점검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유로존은 ‘추가 부채 탕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스의 부채감축 규모가 목표에 미달하고 있어 ‘3차 구제금융’을 해야 하는데, 유로존 국가들은 더 돈을 내기 어렵다는 분위기고, 그리스 민중의 긴축 반대 여론이 거세 추가적인 긴축 요구도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 부채 탕감’으로 긴축 조건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실질적으로는 유로존의 추가 비용부담을 의미한다. 그리스는 이미 지난 3월 역사상 최대 규모인 1,000억 유로의 부채를 탕감받았고, 이에 따라 3,600억 유로의 부채가 2,660억 유로 수준으로 감소했었다. 당시에는 민간 채권단인 유럽 금융자본의 부채만 탕감해 현재 남은 부채의 73%인 1,940억 유로는 유럽중앙은행과 유로존 정부들, IMF가 갖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 부채 탕감이 된다면, 이는 민간 뿐 아니라 유로존과 각국의 손실 분담도 불가피하다.


부채 문제 해결의 열쇠인 경기 회복은 요원하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는 최근 “올해 침체 수준은 7%를 넘어설 것”이며, “회복세가 빨라도 2014년까지 기대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그리스가 1년 내에 유로화를 버리고 옛 통화 드라크마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50%를 넘는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위협받는 독일의 신용등급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독일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고, 유로존 구제기금인 EFSF의 신용등급 전망까지 낮췄다. 남유럽 국가들이 유로존을 탈퇴하건 그렇지 않건, 독일은 막대한 추가 비용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이제는 유럽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독일의 신용등급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이다.


임시방편만 난무, 근본 대책 없어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음에도, 유로존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임시방편적 대책으로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는 데 급급한 상황이다. 위기의 원인과 해법은 알고 있지만, 그 해법을 실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유로존 위기의 근원은 ‘경제력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통화 통합’, 즉 ‘유로화 사용’ 때문이다. 통화가 통합되면서 독일 등 경제강국들에서는 ‘통화 저평가’ 현상이, 남유럽 국가들에게는 ‘통화 고평가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독일 등은 ‘수출 증가, 경상수지 흑자’라는 이익을 보게 되고, 남유럽 국가들은 ‘저리의 자금조달’이라는 이익을 보게 됐다. 전자는 현찰이고, 후자는 어음이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오면서, 남유럽 국가들의 ‘저리 자금조달’은 ‘빚더미’라는 재앙으로 변했고, 유로화 사용, 유로존 잔류로 얻는 이익은 사라져버렸다.

따라서 해법 역시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빚더미로 변한 남유럽 국가들의 문제를 독일 등이 해소해주던지, 아니면 남유럽 국가들이 유로화 사용을 포기하고 자국 통화를 복원하거나 독일 등이 유로화를 포기하고 자국 통화를 복원하던지다. 전자는 유로존이 ‘통화정책’ 뿐 아니라 ‘재정정책’ 역시 통합하는, ‘유럽 통합’, ‘유럽 연방’으로 가는 길이며, 후자는 유로존 붕괴로 가는 길이다.


유럽연합이 유로존 붕괴를 원하진 않기 때문에, 당연히 대책은 전자의 방향으로 가고 있고, 이는 독일, 프랑스 등이 남유럽 국가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게 된다. ‘유로 본드’라던지, ‘유럽중앙은행의 역할 확대’라던지, ‘유로존 공동 예금보증’ 등은 모두 그런 맥락에서 제출된 대책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등이 여러 전제조건을 들며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근본적 해법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며, 그 배후에는 유럽 각국의 민족적, 국가적 정체성이 자리잡고 있다. 제 아무리 ‘유럽 통합’을 운운해도, 국경 통행절차 간소화나 더 나아가 공동의 통화 사용까지는 가능하지만, 가장 핵심적이고 결정적인 문제인 ‘재정 정책’ 문제, 즉 ‘내 돈 쓰는 문제’에서는 강력한 저항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유로존 통합으로 그간 우리가 이익을 본 게 많았다”고 설득을 해도, 이들에게 남유럽 국가들은 ‘우리’가 아닌 ‘남’인 것이다.


유럽이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유로존이 유지되면서 현재의 위기를 해소할 방법은 없으며, 남는 방법은 유로존의 분열 또는 해체 뿐이다. 그리고 현실은 점점 그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전망 - 한걸음 더 다가온 유로존 붕괴

 

지난 6월 그리스 총선의 영향을 점검하면서 향후 전망에 대해 서술한 바 있다. 두 달 동안 상황은 더 악화돼 이제는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았고, 그리스에 대해서는 추가 부채탕감이 추진되고 있다. 위기는 이제 스페인을 넘어 이탈리아로 확산되고 있고, 상황은 유로존 붕괴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림2]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 7%에 육박해가고 있다. / 자료: 블룸버그

 

신용경색, 시스템 위기로 환율, 물가 폭등 가능성 높아


유로존이 붕괴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전망은 기본적으로 6월과 같다.(☞ 가시화되는 유로존 붕괴와 그 영향 참조) 리먼사태에 준하는 신용경색이 올 것이고, 미국과 유럽은 무차별로 돈을 살포하고, 이것이 전세계 민중에게 물가 폭탄으로 돌아올 것이다. 국내에서는 유럽자본의 이탈이 일어나며 또다시 환율이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또다시 ‘환율 수탈’ 과정이 일어나 민중의 부가 수출 재벌들에게 빨려들어가는 상황이 될 것이다.


2. 조선 – 위기 빅3까지 전이될 수도


조선 산업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수주물량이 이제는 다 동이 나면서, 빅3인 현대, 삼성, 대우까지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이 다변화한다면서 추진해왔던 풍력발전이나 해양플랜트 등의 업황도 점점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3. 자동차 – 향후 전망 어두워


자동차는 아직까지는 고환율과 역샌드위치 효과로 버티고 있으나 향후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유로화 가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고, 미국과 유럽 자동차사들의 공장이 있는 스페인이 유로존을 탈퇴해 통화 저평가를 단행하면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최근 프랑스에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항 적용을 검토하고 있듯 무역전쟁의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국내 경제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산업만 ‘나홀로 선전’ 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에 따라 금속산업, 특히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에게 위기의 여파가 크게 미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점점 다가오고 있으며, 위기가 불러오는 ‘자본의 고통 전가’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